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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미야모토 테루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평점 :
[등대 l 미야모토 테루 장편소설 l 비채]
원제 : 燈台からの響き
“우주의 순간은 지구의 백 년”
우주 시간에서 말하는 순간은 지구의 시간으로 ‘백 년’이라고 한다. <등대>의 주인공은 료칸에서 몸을 녹이며 생각한다. ‘순간 속의 영원’이라고.
<등대>는 미야모토 테루의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마키노 고헤는 아내 마키노 란코를 갑작스럽게 잃는다. 고헤는 란코의 죽음으로 큰 상실감에 빠진다. 아버지의 ‘중화소바’의 전통을 아내 란코와 경영하던 고헤는 가게의 문도 닫는다.
고헤는 독서광이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소바집을 물려받고자 마음먹고 대학도 진학하지 않았다. 그의 독서력은 더 공부하지 않았던 학력 콤플렉스 때문이기도 했다. 란코가 없는 은둔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고헤는 책장에서 읽지 않았던 책에 손이 갔고, 그 속에 란코가 넣어둔 엽서를 발견한다.
고헤는 그 엽서를 보고, ‘등대’를 보러 나가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죽은 란코가 은둔 생활했던 고헤를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 고헤는 ‘등대’를 보며,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본다. 앞만 보며 달려왔던 시간은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등대’를 보며 여행은 그는 ‘천천히’를 강조하며 흐르는 시간 속에 자신을 맡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울컥한 장면이 너무 많았다. 슬픈 소설이 아닌데, 내 마음이 왜 이리 이상하리만큼 동요되나 싶었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이유를 알아갔다. 내가 지나온 날들과 살면서 겪어야 할 상실감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 같구나 싶어서였다.
60살이 막 넘은 독서광의 고헤의 삶은 우리의 삶이었다. 떠나간 아내를 그리워하고, 자식들을 보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으며 다시 걸어가는 우리의 삶. 더불어 소설의 문장들마다 가슴을 후벼팠다. 마음을 후벼팠다.
#강민정북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