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정혜진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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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송무를 안하는 변호사가 보기에 국내 법조인의 에세이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귀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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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정혜진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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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평소에 교양서로 추천할 만한 국내 법조인이 쓴 에세이가 드물다는 생각을 했다. 나야 송무라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호기심으로 종종 찾아 보긴 한다. '역시 법조인들의 자의식과잉 기질은 영 적응이 안돼~'라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그런데 법률과 판례가 바뀌어도 여전히 가치있을 에세이가 작년 말에 나왔더라.


그냥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강력한 올해의 책 후보다.


형사재판 분야로 한정하면 가장 객관적인 입장에 있는 플레이어인 국선전담변호사 한 분이 자신이 변호하고 상담했던 수천 명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차분하게, 조력자이자 같은 시민의 입장을 담아 정리한 아름다운 글들이 모여 있다.


<미스 함무라비>처럼 TV 드라마로 만들어질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왕이면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해서 전세계로 방영되면 좋겠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고, 아마 그렇게 될 거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드라마때문에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고 하는데, 국선전담변호사는 '국가에서 월급을 받지만 국가가 아니라 국가의 상대로 서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만 당사자로부터 돈을 받지 않는 덕분에 당사자에게 휘둘리지 않는 이중적으로 독립적인 지위(저자 서문 5페이지에서 인용)'에 있다.


의뢰인을 가려서 수임할 수는 없지만 수입을 유지하기 위한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되고, 국선전담변호사를 거쳐서 경력검사나 경력법관으로 임용된 경우가 많아서 요즘은 선발시험 경쟁률도 매우 높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아는 것처럼 국선전담변호사의 월급이 세전 600~800만원인 것은 아니다. 법원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사무실 임차료뿐이라서, 이 금액 중 사무실 운영비용과 사무직원 인건비(2~3인의 변호사를 서포트하니 분담하긴 하지만 적은 금액은 아니다.)를 제하면 실제로 본인의 소득으로 가져갈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한 달에 대락 30건의 형사사건에서 피고인들을 변호해야 한다. 개업변호사들이 사무실 운영비용에 보태려고 건당 약 30만 원을 받고 국선변호를 하는 것이나, 상담과 접견에 들어가는 시간들과 감정노동을 생각하면 소명의식 없이는 절대 만족하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음...이렇게만 써도 충분히 긴데 객관적인 제3자의 서평으로 끝맺기 아쉬워서 주저리 주저리..


이 책의 저자 정혜진 변호사님은 나같은 로스쿨 초기 기수 출신인 법조인들에게 특별한 분이다. 법학 비전공자 출신으로 로스쿨 개원 첫 해에 1기로 입학하셔서 모든 게 혼란스럽던 그 시절에 수험생활을 했던 본인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QT(Quality Tips)라는 변호사시험 수험교재를 펴냈다.


선발자의 이익을 누리고자 한 상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건조해야 마땅한 법학수험서인데도 불구하고 저자의 지혜와 인품(?)이 느껴지는 짤막한 문장들이 유독 눈에 잘 들어왔고 오래 기억에 남더라.


그래서 난 2013년에 변호사시험을 치르고 나서 이 분께서 영남일보 기자시절에 쓴 책들을 찾아서 읽기도 했다. 기자들을 위한 외유혜택으로 편히 보낼 수도 있었던 영국에서의 언론재단 기자역량강화 지원사업 연수기간 동안 본인의 기획취재를 보완하여 엮어낸 책도 내용이 알찼다.


정혜진 변호사님의 너무 개인적인 면들까지 언급하는게 누가 될 수도 있는데 언론을 통해서 이미 꽤 알려졌으니 그냥 쓴다.


내가 전통적인 송무 변호사를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우리나라 법조계가 인도 못지 않은 카스트사회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서였다. 출신대학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성적으로 등급이 매겨지고 대부분 그 도축등급이 평생 따라가더라. 환갑이 다 된 법조인이 삼십 년도 더 된 일인 자신의 연수원 등수를 자랑하는 모습은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물론 지금은 훨씬 덜하지만.


이런 법조계에서 '여성-지방대-동기들보다 10년이상 늦은 만학도-법학 초심자-로스쿨'의 5관왕(?) 타이틀이라니...


정혜진 변호사님은 로클럭(재판연구원)을 거쳐, 국선전담변호사로서 특가법 제5조의4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해서 위헌결정(2014헌가16)을 이끌어 내고, 누가봐도 지원만 했다면 충분히 경력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올해까지 6년째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고 계신다.


로스쿨제도의 수혜자인 내가 보기에 사법시험 부활론자들에게 '로스쿨이란 제도가 이렇게 훌륭합니다!'라고 내세우기 딱 좋은 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저는 로스쿨제도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입장도 아니고 식견도 없습니다. 묻지 마세요.)


물론 이런 진영의 잣대로 판단할 분이 아니다. 올해로 재위촉기한이 끝나기 때문에 신규임용절차에 다시 지원해서 계속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실지, 아니면 변호사 개업과 같은 다른 진로를 선택하실지 모르겠다.


혹시 정혜진 변호사님께서 개업하신다면, 만약 내가 아끼는 사람이 형사사건으로 수사 중인 피의자이거나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으로 도움을 청할 때, 내일 아침에 당장 수원으로 가서 어떻게 읍소를 해서라도 반드시 이 분을 변호인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말할거다.
(동기들아 미안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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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팩터 -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
김영준 지음 / 스마트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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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팩터>를 읽고서 작가님이 절실하게 말하고 싶었던 오래 준비한 이야기란 느낌이 들었다. 육아처럼, 사업은 한 번도 안해본 사람들에게 이해시켜 주기가 어려운 영역인데 말이다.

난 시장에 널려있는 비즈니스의 성공을 도와준다는 베스트셀러 딱지를 붙인 자기계발서들을 쓰레기, 잘봐줘야 어릴 적에 위인전을 안읽었던 사람들을 위한 책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서비스산업에서 돈과 교환되는 사업자의 서비스가 주는 효용을 일종의 유사연애와 같은 느낌을 주는가 여부로 판단한다.

연애를 할 때 '성격이 좋고 잘해줘서(노력)' 혹은 '부자집이거나 돈이 많아서(운)'라는 한 가지 이유로 사람을 선택하나? 처음 연애를 할 때는 그렇게 한 가지에 꽂힐 수 있겠지만 몇 차례 연애를 해보다보면 외모, 노력, 타이밍, 성격, 가치관, 종교, 생활습관, 가풍과 같은 '멀티팩터(Multi Factor)'의 영향으로 연인으로 맺어니거나 인연이 안닿는다는 걸 대부분 안다. 이뤄지지 않은 인연에 아쉬움이 있을 지언정 그게 당사자 일방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하지만 우리는 비즈니스를 통한 성공을 볼 때는 왜 무당의 점괘와 별반 차이가 없는 잘못된 조언들에 쉽게 넘어갈까? 이건 우리들 대부분이 사업을 오래 혹은 여러 번 해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도 직접 사업을 해봤거나, 기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온 분들은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신선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엔 자신이 시도할 수 있는 성공을 위한 자원을 모으고 효율적인 전략을 고민해야할 시기에 자기계발 사기꾼들에게 낚이거나 미디어에 피상적으로 노출된 모델을 따라할 정도로 막막한 분들이 정말 많다. 사업을 시작한 분, 그리고 열정과 노력 외에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갖춰야할 '경쟁자원'들은 어떻게 모아야하는지 막막한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읽으면서 기업자료를 많이 접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도 아닌 저자가 신생기업과 그 창업자들에 대한 자료와 여러 서적들을 조사한 부지런함이 인상깊었는데, 독후감을 쓰며 큰 틀에서 책의 흐름을 짚어보니 경제경영서인데 소설처럼 기-승-전-결이 뚜렷하다는 장점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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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셀프 - 너 자신이 되라, 오로지 더 나은 쪽으로
마이크 베이어 지음, 강주헌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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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바로 오늘이 출간인데 새벽부터 별점 5개 리뷰가 마구 달렸다던 책이군요.

아마존 후기를 보면 어디서 들어본 사례들 모아놓은 잡탕찌개이고, 미국에서도 듣보잡 책인데 바이럴 마케팅 돌리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 광고노출은 엄청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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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 매주 1시간 투자하여 최상의 기억력, 생산성, 수면을 얻는 법
톰 오브라이언 지음, 이시은 옮김 / 브론스테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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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과 SNS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에 넘어가서 이런 쓰레기 책을 사시는 분들이 많다니 안타깝습니다. 도수치료 자격증에 불구한 카이로프랙틱 자격사가 어떻게 뇌과학이나 뇌신경학을 알고 기적의 치료법을 설파하겠습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넘어가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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