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역을 떠나며 - 에너지 위기·지방소멸·기후변화를 넘는 길을 찾다
전현우 지음 / 민음사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록 저는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도로 업무를 하고 있지만, 전현우 작가님의 철도 3부작과 <오송역>은 교통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책을 '전현우 개인이 써낸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철도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에 담길 고민과 정책방향에 대해 한 개인이 고민하고 쏟아낼 수 있는 한계까지 담았으니까요. 철도 3부작의 대미를 이렇게 마무리지으신 데 대해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500페이지에 제책비용이 많이 드는 사철제본 방식으로 책을 180도 이상 활짝 펼 수 있게 해주시면서도 책 가격을 3만 원으로 내주신 출판사 민음사에도 깊이 감사를 드리며 이 책을 제 올해의 책으로 꼽아봅니다.

 

이 책의 훌륭한 점에 대해서 정리하자면 페북 포스팅이 아무도 안읽을 정도로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하에서는 제가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만 남겨보고자 합니다.

 

최근 30년간 우리나라 철도건설사업의 연혁을 보면 사업지연과 사업비증가, 갈등조정 거버넌스의 부재, 수요예측의 실패, 운영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의 낮은 운임 문제 등이 점철되어 있습니다. 저는 대규모 철도투자는 지금의 지방자치제 하에서 지자체들간의 '작은 오송역 쟁탈전'을 전국적으로 불러올 것을 우려합니다. 철도의 특성상 독재국가라야 철도건설을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서울-부산 KTX 운행거리가 417km인데, 고속철도와 연계된 편도 이동거리가 500~700km 수준인 국가가 철도망이 경쟁력을 갖기 더 적합한게 아닌지 싶고요. 촘촘히 갖춰진 고속도로망으로 인해 승용차는 50km 이내에서는 평균 50~60km/h, 그보다 먼거리에서는 70~90km의 균등한 속도로 전국을 잇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2050년까지 신규 고속도로 건설을 중단하고 최소 20년, 아마도 대부분 30년 가량이 소요되는 도시철도와 광역철도 공사로 도심과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들면, 철도망이 갖춰질 때까지 20년 정도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교에환세(유류세), 자동차세, 취득세율이 인상되고, 고속도로 통행료도 올라가는데, 그간 높은 수준이었던 유료도로의 유지관리 수준은 떨어지는데도 철도네트웍 증설로 인한 효과는 거의 누리지 못할 때 생기는 유권자들(2,600만대의 자동차 소유자들)의 불만은 어떤 정치인도 감당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책에서 제안된 것처럼 철도네트웍이 확충되더라도 지방은 대중교통 측면에서 수도권보다 열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차량의 평균주행속도가 20~25km/h에 불과한 서울에서는 불가능한, 세계적으로 잘 구축된 도로망이 주는 효용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수도권과 차별화된 지방이 가지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전기차와 클래식카 두 대를 굴리는 - 수도권에서는 큰 부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 카라이프를 선택하면서 서울의 도시철도와 광역철도를 부러워하지 않는 것처럼요.

 

또한 인구감소 시기에 책의 본문과 부록에서 제안된 철도사업들을 현재의 운임수준으로 철도운영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심지어 이 책에서는 65세 이상 도시철도 무임운송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죠. 저는 고속철도망 외에 광역철도와 도시철도 투자는 부울경 산업벨트와 대세청 두 곳에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제8장은 빼는게 책의 완성도에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분석하신 것처럼 해저터널 철도는 백 년 안에는 타당성과 시공성 양쪽에서 시도하기 어렵고, 사실상의 섬나라인 한국에서 항공교통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못할 정도의 위기상황에서 상대국의 통제에 더 취약한 철도가 어떻게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