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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사랑할 때 생기는 일들
이창 지음 / 서울연구원 / 2026년 3월
평점 :
내가 쓴 보고서부터 그렇지만 출연연에서 펴낸 대부분의 보고서들은 읽는 재미가 없고 가독성이 떨어진다. 예산을 충실하게 지출했고 놀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읽는 사람이 관심없는 내용들을 길게 쓰기도 하고, 연구과제 점검 때 디펜스를 하기 위해 전달력을 희생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데이터나 신뢰성있는 출처가 없는 추정을 쓸 수도 없고.
이 책은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이 창 박사님께서 연구책임자로 수행하신 <서울시 승용자 이용자 '속마음' 분석결과를 활용한 친환경 교통수단 활성화방안>(2022), 그리고 <서울시민 통행시간 사용 리포트 - '통행 중 활동'의 금전적 가치 추정>(2023)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150페이지 가량의 잘 읽히는 단행본으로 변신시킨 결과물이다.
어차피 정부 재정으로 연구하는건데 가독성있게 이런 연구성과물을 내놓도록 바뀌면 좋겠다. 모든 보고서를 이렇게 바꿀 필요는 없겠지만 정책연구들은 최소 30% 정도는 선택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합리적인 경제인'을 가정한 현재의 친환경차 및 대중교통 전환 교통정책들의 한계를 '차부심'이라는 전달력있는 일상 용어를 통해서 분석의 빈공간을 채워넣은 의미있는 연구였고, 설문조사 대상표본과 질문지의 구성, 그루핑을 통한 분석들까지 출연연 연구자의 역할을 보여줘서 주변에도 소개하고 싶은 책이다. 요즘 이걸 KPI로 강조하던데 유튭 채널에 영상보고서로도 올라가 있더라.
저자의 정책 제언 방향과 달리 나는 서울특별시 내 전기수소차의 보급이 더딘 이유는 타켓팅이 잘못되었다기보다, 공동주택 내 완속충전기 및 전용주차공간의 부족으로 인한 충전스트레스 문제가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시내 신축 아파트 공급이 더디고 구축단지의 전력인입용량 문제가 있다보니.
이 창박사님께서 후속연구로 서울특별시 시민들이 보유한 자동차 모델별로 차부심 집단의 비율, 그리고 해당 차부심 집단의 연평균 주행거리 비교도 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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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쪽
지금까지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자동차에 부여하는 상징과 애착이 강할수록 바람직하지 않은 운전행태를 괜찮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일관되게 관찰된다. 일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바람직하지 않은 운전행태에 대해 동일한 결과가 도출된다. 특히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는 운전행태를 더 용인한다. 성별, 연령, 소득의 효과를 통제한 이후에도 그렇게 나타났으니 차부심이 운전행태에 독자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143쪽
차부심이라는 운전자의 속마음은 합리적일 이유가 없다. 자동차건 아니건 간에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합리적으로 사고해서 생겨난 것일 리가 없지 않은가. 따라서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전제하고 만들어진 교통정책으로 차부심이 강한 운전자들의 비합리적인 속마음을 공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앞으로는 자동차 소유자의 차부심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교통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