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영업을 시작한 당신에게 - 초보 영업인을 위한 현실 맞춤 안내서
윤강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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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첫 발을 내딛은 아내를 위해 선물한 책이라 읽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만 하려고 집어들었는데, 제가 먼저 완독했습니다. 그래도 1년에 책을 한두 권 읽는 아내가 벌써 100페이지 넘게 읽었더라고요.
제가 일하는 직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입니다. 기관의 법적 분류 자체가 정부가 돈을 주고 연구를 시키는 기관이라, 여러 직업들 중에서 영업마인드가 요구되는 수준이 꽤나 낮은 축이지요.
자동차판매나 보험영업같은 B2C 스킬이 요구되지는 않고,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다보니 이런 책을 찾아볼 생각이 없었는데, 읽어보니 B2B 영업에 대한 조언도 유용하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영업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자 윤강진님처럼 주방가구 업계 1위인 한샘제품처럼 세상에 필요하고 해를 끼치지 않는 제품을 영업하시는 분은 해당되지 않지만, 결국 자신의 매력과 능력에 대한 인상과 평가를 파는 영업직은 종교 전도, 다단계, 호스트/호스티스 같은 직업과 파는 상품/서비스만 다를 뿐인 것 같아서요.
능수능란한 정치인처럼 사람들 사이의 수읽기와 거래에 익숙해지거나, 뾰족한 나만의 개성을 영업수당과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이런 유능한 영업 능력자와 만나고 싶지도 않습니다. 어떤 거래를 하더라도 이런 능력자가 풀어놓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설득되면 내가 하지 않았을 소비를 하게 되거나, 가져올 수 있었던 소비자 잉여가 줄어들테니까요.
이렇게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제 직장이 농촌경제연구원이나 통일연구원처럼 대부분의 기관 연구예산이 정부출연금에서 나오는 연구원이 아니고, 인건비와 사업비의 반절 이상은 연구과제를 외부에서 수주해서 채워야하는 구조이다보니, (공대 교수분들이 받는 정도의 압박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외부과제 수주가 기관 경영 차원에서도 요구됩니다.
관리자로서 부서 차원에서 매년 적정한 규모의 연구과제를 확보해야 하고, 정부대행 사업이 주업무라 발주처와의 관계가 지속적이기 때문에 일종의 B2B 영업 노력과 스킬이 필요하고요.
그리고 제가 소소하게 올리는 부수입인 서면법률자문 같은 것들은 제 능력을 필요할 때 적절하게 찾아서 활용하시는 분들이 만들어낸 프로젝트 덕분입니다.
책에 담긴 조언들과 팁들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 책덕분에 영업직에 대해서 술자리를 많이 가져야 하고, 구매자의 갑질을 감수해야 하는 감정노동이기 쉽다는 선입견이 없어졌네요. 다 읽고나니 영업직에 대해 '다양한 상황에서 빠르게 사람들의 심리를 읽어내며 순발력있게 내러티브를 변주하는 화술의 전문가'라는 인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만, 저자분께서도 인정하듯 기본적으로 영업은 전도행위와 같다는 점이 저를 여전히 불편합니다. 저는 공정한 거래를 하고 싶지 전도를 하고 싶지 않은데, 영업에 요구되는 집념과 근성에는 어느 정도의 '믿음'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 같아서요.
영업직이나 자기 사업을 하는 분들, 또는 이들을 주로 만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실용적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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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쪽
수금방식은 의외로 처음의 문제이다. 이후에 더 엄격하게 바꾸기는 어렵다. 그래서 처음 설정이 중요하다. 원래 수금방식은 서로 믿음이 쌓이면 차차 쉬운 방법으로 풀어주는 방향으로 간다. 특별한 사건사고가 없는 한 더 엄격하게 가는 방향으로 가면 사업 관계가 깨지기 마련이다.
43쪽
생각보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사람은 가치관이 명확한 사람이다. 영업에서는 에너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외로 필요한 것은 가치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이다.
(중략)
삶의 태도에서 나오는 그 에너지로 상대방에게 나 자신을 각인시키는 것이 영업이다.
50쪽
선임들의 노하우는 필요하다. 노하우를 배우는 것은 일종의 교육이고 가르침이다. 하지만 선임들의 마인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조언은 바로 화자의 본인 경계선에 대한 일종의 강요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115쪽
이겨먹지도 않으면서 참패도 하지 않는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 당신을 이기기 위해 온 것은 아니지만 나는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라는 표현을 잘 해보자는 것이 바로 적극적인 험담이다.
207쪽
판매와 사업적 제안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판매는 철저한 을의 처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사지 않는 상대방은 언제나 승자행사를 할 수 있다. 판매하지 못한 나는 불쌍한 무실적 영업사원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적 제안은 다르다. 갑을 관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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