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를 생각한다 -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임명묵 지음 / 사이드웨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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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긴 서문은 결론의 역할을 겸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권고처럼 본문을 다 읽은 다음에 서문을 다시 읽으면 왜 따로 결론을 쓰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네 챕터로 된 서문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세대와 주된 관심사에 따라서 사람들마다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다를 것 같은데, 저는 제1장의 '정보화의 격랑: 콘텐츠와 커뮤니티', 그리고 개인사와 생생한 인터뷰가 담겨 있는 제3장의 '아래로부터의 '한국적 다문화'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586세대가 제4장을 꼼꼼하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586세대의 강력한 자장에서 간격이 먼 세대가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거시적으로 바라본 관점이고, 제1장과 제5장과 함께 연결지어 생각하면 왜 그렇게 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제3장을 읽으면서 여전히 인류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집단인 '민족국가'는 지구상의 주요 언어로된 말과 글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는 기술이 거의 무료로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장비를 통해 제공된 다음에야 보다 유동적인 정체성 집단에 밀려나지 않을까 싶더군요.

저자가 제5장에서 제시한 능력주의의 이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대학에서 평가 기능을 떼어내고 연구에 집중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언급되어 있지 않았는데, 저는 구글, 애플, 삼성 같은 글로벌 테크 대기업들이 이공계부터 실무능력을 효율적으로 쌓을 수 있는 지식과 기능 이수트랙과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들을 사설학원이나 대학들이 개설한 코스웍 이수자이자 입사지원자들의 평균적인 성취수준을 상시적으로 평가하여 대학졸업장이 가지는 시장 신호의 기능을 빼앗아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으면서 제1장~5장을 다르게 배치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도 했었는데, 어떤 장부터 읽더라도 상관없으니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부터 보셔도 됩니다. 전체를 다 읽으신다면 현재 인류문명의 첨단에 위치해 있고, '단층선'마다 격렬한 불꽃이 튀기는 '혼종사회'인 낯선 대한민국을 만나게 될 거라 장담합니다.

저자의 방대한 독서량, 다양한 분야의 지식에 대한 호기심과 여러 지식들을 연결하는 지성, 감사의 말에서 보듯 연령-성격-배경-문화권에 관계없이 개방적으로 다가서는 친화력까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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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쪽

운동권 이념의 주류를 형성했던 NL의 '사회주의적 민족주의'의 본질은, 사회주의보다는 신전통주의라고 보아야 했다. 그들은 사회주의를 통해 노동계급이 이끄는 평등한 세상을 건설하고자 한 볼셰비키의 후예가 아니었다. 대신에 군부 독재 시기에 진행된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문화적 변화, 계층의 분화 등 근대화의 갖은 충격에 혼란스러워하며, 자신들에게 익숙한 농촌 공동체를 한국에 복원하고자 했던 이들로, 계보를 찾자만 구한말 위정척사파의 후예라고 해야 옳았다.

280쪽

그래서 나는 586들에게 진심으로 물어보고 싶다. 당신들이 청년시절에 그토록 우려했던 불균형발전이 지금에야 이 땅에 도래했으며, 당신들이 바로 그 대표적인 수혜자 아니냐고. 만약 당신이 '사회주의자'로서 젊은 날의 뜨거운 심장에 충실하다면, 이 이중경제체제하에서 진짜 약자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당신이 '자유주의자'로서 이 사회에서 책임 의식을 지닌 어른이라면, 공동체를 위해 진정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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