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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일기 - 장밋빛 상하이에 숨겨진 소소한 일상들
황석원 글 사진 / 시공사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기 전에 신문에 소개된 저자의 인터뷰를 먼저 읽었다. 20살 청년이 상하이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중에 상하이의 이곳저곳을 소개하는 리포트를 쓰다가, 이렇게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했다. 겨우 20살에 그럴싸한 아이템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책 한 권 출간해놓고 온갖 폼 다 재는구나, 하는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건 내가 20살에 그렇게 멋지게 살아보지 못한 열등감에 배가 아파 뒤틀려버린 것이라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인정한다. 아니,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참 멋지게, 독특하게,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있는 청년이구나.
이 책은 제목 <상하이 일기> 그대로, '상하이'라는 도시에 집중하여 글을 이어간다. 다른 곳에 한 눈 팔지 않고, 상하이 속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도시 이야기를 끌어내고, 상하이의 건물들을 소개하면서도 도시 이야기를 끌어낸다. 그 일관성이 마음에 들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내가 아는 중국은, 그렇게나 좋아했던 <삼국지> 속 유비와 조조, 제갈공명 등의 이야기와, 우리나라 역사와 겹쳐지는 명,수,당,청 의 몇몇 사실 뿐이었다. 중국 현대사는 문외한이었다. 최근에 한창 시끄러웠던 티베트 사태의 원인과 과정 등도 솔직히 관심이 없어서 정확히 알지 못한다. 또한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것은 아는데 늘 홍콩과 싱가폴이 헷갈리는 것이 문제다. 마오쩌둥, 등소평 등 중국의 유명한 정치가들의 이름은 알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중국 현대사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가까이 있으면서, 큰 영향을 받으면서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먼나라 이웃나라'였다. 일본만이 아니다.
상하이의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멋진 야경, 그에 대비되는 허름한 뒷골목, 쓰레기통을 뒤지는 걸인들, 뒷통수가 무서워지는 불안한 치안, 길거리 음식을 사먹고 그 뒷감당은 책임지지 못하는 위생상태, 상하이니즈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드센 사람들 등등. 놀기 좋고 화려하고 중국답지 않은 국제도시의 위상에 걸맞는 상하이라는 도시는 매력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 자존심 센 아가씨 같았다. 다가오는 것은 묵인하면서 마음에 들어오는 것은 쉽게 허락하지 않는 도도한 아가씨.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하지 않을까.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인 상하이에서 지은이가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니, 모든 것이 재미있고 신기한 것으로 변해버렸다. 그 도시 뿐 아니라 어떤 사물, 어떤 사람이든 뭐든 다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상하이라는 도시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솔직히 지은이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이 앞섰다. 중학교 졸업 후 중국에 홀로 유학가서 공부한 독립심이 대단하고,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사진작가, 화가 등 다양한 이력이 문화예술 방면에서 20살 청년이 얼마만큼 성장할지 지켜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손에 쏙 들어오는 책 크기에 상하이의 소소한 일상을 잘 포착한 사진들, 쉽게 쓰여진 글, 그의 첫 책은 성공적이라고 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