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전철
아리카와 히로 지음, 윤성원 옮김 / 이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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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참 어렵다, 어렵다, 많이 힘들다.... 요즘 좋아하는 이승철 노래의 일부분이다.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남의 마음이 나에게로만 향하도록 어떻게 할까. 그렇게 어려운 사랑에 속상하고 마음 아파하고 지쳐 있을 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랑, 전철>.. 이라는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제목의 이 책. 띠지에는 이런 문구도 있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마주칠 인연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책을 펼치기 전에도 그렇더니 다 읽고 난 지금도 이 문구가 참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다. 나와 마주칠 인연... 그 사람은, 그 사랑은 언제쯤 나에게 스르륵 다가올까, 이런 기분좋기도 하고, 쓸쓸해지기도 하는 상상을 하게 하면서. 

이 책은 일본의 이마즈 선이라는 한 전철 노선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꾸며놓은 소설이다. 처음 나온 어떤 남자가 스치고 지나간 다른 여자가 다음 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그 여자랑 짧은 대화를 나눈 할머니가 다음편의 주인공이 되는 식이다. 그리고 그렇게 짧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지하철 노선의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올 때는 6개월 정도 시간이 흐른 뒤의 그들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제멋대로 상상하게 놔두는 게 아니라 결국 그들은 꽤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독자들을 안심시켜주는 것이다. 

달콤한 솜사탕 같은 소설 속에서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착하고 행복하고 그다지 큰 일이 없는(사건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것이 생사를 오가는 중대한 문제는 아니니까) 조금은 무난한 사람들인데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마주치는 한 여자를 계속 신경쓰는 평범한 남자, 손녀와 전철을 타고 다니는 할머니, 지루한 대학생활을 그저그렇게 보내는 대학생.. 물론 폭력적인 남자친구에게 맞고 지내는 여자도 있고, 5년간 사귀고 결혼을 준비하던 남자가 자기 친구를 임신시켜 그 쪽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선 비련의 여자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들 무난하게 지내며 무난하게 새출발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은 큰 자극이 없다. 하지만 그게 매력이기도 하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까지 너무 '막장'요소를 가미하는 것 같다. 그래야만 재미가 있다고 여기는 걸까. 물론 당장에야 재미있겠지만 마음이 잔잔하게 따뜻해지는 그런 느낌이 없어서 아쉽다. 이 소설은 자칫 심심할 수는 있지만 저 심장 밑바닥이 따~땃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착한 소설이다. 

전철에서 우연히 만난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고 말 한마디 건네고 결국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부러웠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일단 전철이 없고, 버스를 타고 다녔었으나 지금은 내 차가 생겨서 버스를 탈 일도 없어졌다. 아무래도 큰 도시에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으니까 어쩌면 책 띠지에 있는 문구 '마주칠 인연'을 '마주칠 우연 혹은 운명'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많을 수 있으나, 여기 소도시에는 대부분 자기 차를 타고 다니니까 우연 혹은 운명을 거스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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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행복해 마음별에서 온 꼬마천사 2
쿠르트 회르텐후버 지음, 이승은 옮김 / 꽃삽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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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장소설도 안 좋아하고, 아이들 그림책도 안 좋아하는 나로서 이 책 <사랑해서 행복해>를 집어든 것은 그만큼 내 마음이 텅 빈 것 같고, 사랑이 고프고, 사랑에 아프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랑에 아픈데, 요즘 유행하는 노래 제목처럼 사랑이 참 어려운데 이 책에서는 사랑해서 '행복해'한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사랑을 하면 행복한지, 어떻게 사랑해야 행복한지 그 답을 구하고 싶었다. 아이들 그림책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 그림책일수록 단순하고도 명쾌한 진리를 솔직하게 담고 있으니까. 그런 기대로 이 책을 펼쳤다. 

'마음별에서 온 꼬마천사'시리즈 두번째인 이 책에서 꼬마천사는 제니라는 여자친구를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 모든 것이 아름다워보이고 모든 것에 행복해하는 꼬마천사와 제니에게 주위 사람들은 축복과 조언을 해준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이고 한마디 한마디 마음에 담아두고 용기를 내고 힘을 낼 수 있는 말들이 페이지마다 적혀있다. 

많은 이쁜 말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콕 들어와서 빠지지 않은 말 -  "사랑할 때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야."(23쪽) 바로 지금 내 감정에 충실하고 상대방에게 충실하고 사랑에 진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렇게 했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계산하고 행동하다 보면 결국엔 후회한다는 것. 그렇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 

이 책을 읽고 마음을 정화하고 사랑에 긍정적으로 대하고 열린 마음이 되고자 했으나, 아이들 그림책에 이쁜 말로도 현실의 찌든 때를 완벽히 씻어내지는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면 좋을 책이다. 나하고 이렇게 사랑하자~ 라고 말하기 좋은 책. 하지만 그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려면 먼저 사랑해야 하는데 그 사랑이 어려우니......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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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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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이후로 읽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다. <걸>의 일본어원서판도 있지만 아직 시작부분에서 미적대고 있으므로 이 소설은 패스! <공중그네>를 읽었을 때 정말 무릎 탁 치면서 웃었다. 그렇게까지 웃기지 않다고 말들이 많지만, 책이라는 것이, 소설이라는 것이 TV 개그 프로그램을 볼 때처럼 자지러지게 웃음이 터져나오게 하기는 태생부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자로 사람을 배꼽잡고 웃게 한다는 것. 요원한 일이라고 본다. 그저 배시시 웃음이 흘러나오고, 입가에 미소가 떨어지지 않는 것.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본다. 그 점에서 <공중그네>의 오쿠다 히데오는 나를 120% 만족시켜주었다. 하지만, '재미있다'는 것은 왠지 '가볍다'와 유의어같아서, 선뜻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작품을 손에 쥐기가 쉽지 않았다. 재미있으면 됐지 싶으면서도, 그래도 무게감 있는 진지한 작품을 읽고 싶다는 이중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러던 찰나,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그의 새 작품 <오 해피 데이>. 오랜만에 만나는 그의 작품이라 반가운데다, 우연한 기회에 얻게 된 책이라 부담없이 읽게 되었다.

하늘색 표지에 그려진 한 소녀의 길게 쭉 째진 눈과 삐딱하게 올라간 입술, 그 옆에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양이 한마리. 역시 이 소설, 유쾌할 것이라는 느낌을 표지에서부터 파바박 쏘아주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표지같다고 생각했는데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과 느낌이 비슷했다. 하늘색 표지라서 그런 데다가, 이 책의 내용이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공지영의 책 제목과 혼동을 일으켜 그랬던 것 같다. 여튼, 표지도 맘에 들고, 이제 책 속으로 가보자.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등장인물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지만 전체를 꿰뚫는 주제는 이거다. 책 뒷표지에 실려있는 문구를 인용하자면, '티격태격 지지고 볶아도 집이 있어 행복한 여섯 남녀와 그 가족의 짜릿하고 유쾌한 이야기!'. 문구 그대로다.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더이상 중요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쓸쓸해하던 노리코가 인터넷에서 경매를 하면서 독자적인 한 인간으로 대접받으면서 삶이 바뀌는 이야기를 담은 'Sunny Day'.
부인과 별거하게 되면서 집을 자기 취향대로 꾸미게 되어 마치 독신시절로 돌아간 듯 행복함을 느끼는 마사하루의 이야기 '우리 집에 놀러오렴'.
집에서 부업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젊은 영업사원을 상대로 꿈에서 쾌감을 찾는 히로코의 이야기 '그레이프프루트 괴물'.
14년간 근무했던 회사가 쫄딱 망하면서 아내가 취직을 하고 집에서 가사일과 아이들을 챙기게 된 가장 유스케. 걱정하며 안쓰럽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다. '여기가 청산'.
일러스트를 그리는 일을 하는 하루요의 남편은 잘 다니던 회사를 말도 없이 때려치우고 툭하면 일을 벌려서 가정을 위태롭게 만든다. 헌데 남편이 사고를 칠 때마다 하루요에게는 일러스트의 신이 내려오는데... '남편과 커튼'.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생활방식 로하스에 빠져서 사는 아내에게 불만이면서도 실은 현미밥을 먹고 요가를 하면서 몸이 가뿐해지는 걸 경험하는 작가 야쓰오. 그는 아내는 물론, 로하스 주창자인 옆집 부부의 잘난 척을 참아주기 힘들어 그들을 소재로 코믹소설을 쓰기로 한다. '아내와 현미밥'.

여섯편의 단편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어째 이야기를 읽으면 이 가정들이 언제 파탄날 지 몰라 맘이 조마조마해질 것 같다. '남편과 커튼'의 남편 에이치는 정말 속터지게 단순무식하고 지나치게 긍정적이며 과도하게 무책임했다. 내가 나중에 결혼할 때 이런 남편을 만나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같았다. 걱정에 미칠 것 같은 아내 하루요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일을 추진하는 에이치를 보면서 이 가정은 지키는 것보다 차라리 깨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내와 현미밥' 속에서 남편과 아이들의 입맛이나 의견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자기만 따라오라는 식으로 로하스식 생활을 주장하는 아내 사토미도 화자인 남편 야쓰오의 입장에서 보면 썩 맘에 들지 않는 캐릭터였다. 잘난 척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기도 잘난 척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 사토미와 그 잘난 척하는 사람들 유코부부를 조롱하는 코믹소설을 쓴 야쓰오의 결단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자, 이 정도면 이 소설이 과연 행복하고 유쾌하고 짜릿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가, 의문이 들 것이다. 왜 이 소설이 따뜻할 수 있을까? 이건 다들 이 책을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장편도 아닌 단편소설에서 결말을 공개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다만, 이 소설은 너무나 따뜻하고, 나는 이 소설에 나오는 이런 가정을 꿈꾼다는 것이다. 파괴적이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참 좋았던 소설. 제목 그대로 "오 해피 데이"라고 외치고 싶어지게 만드는 소설. 요즘 워낙 드라마도 자극적이고, 소설도 침울하고, 현실은 답답하고 그런데 이런 따스한 소설을 만나니 오히려 신기하고 의아할 정도이다. 책을 다 읽고서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주체할 수가 없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해주고픈 책이다. 이제 망설임 없이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책들을 읽을 수 있겠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결코 새털처럼 가벼운 책이 아니라고. 소소한 일상 속에 웃음을 버무려놓고, 오래도록 그 행복한 기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다른 책 뭐 없나, 구경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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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련의 미래일기 - 쓰는 순간 인생이 바뀌는
조혜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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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편하게 살아도 될 것을, 굳이 일본에 진출하여 고생하는 조혜련을 보고 왠지 미련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왜 사서 고생을 할까, 일본에 진출해서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 높을 것 같은데 왜 힘들게 살까,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우직하게 자신의 꿈을 밀고 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그것을 잘 알고, 또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모습이. 나는 그러지 못하니까. 현실에 안주하여 그저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내게 그녀는 커다란 자극제였다. 그런 그녀가 다이어트 비디오를 내고, 일본어 책을 내고 하더니 이번에는 '미래일기'라는 자기계발서를 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녀의 열정을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책을 읽어봤다. 

제목 그대로 '조혜련의 미래일기'이다. 원래 일기라는 것은 오늘 있었던 일을 오늘 밤에 공책에 적으면서 하루를 정리하는 것이거늘, '미래'일기라니.. 미래일기는 바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상상하여 마치 미래의 어느 날에 가 있는 것처럼 일기를 적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상상하는 것이니, 안 좋은 일은 당연히 상상하지 않고, 내가 정말 바라는 일, 일어났으면 좋을 일, 꼭 이루고 말 일들을 다 이루어진 듯이 적는 것이다.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 기분좋게 일기를 적다보면 아직 그 날에 가 있지 않지만 마치 모든 것이 실제로 그렇게 될 것처럼 그런 기분이 든다. 그런 기분 속에서 실제로 일이 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실제적인 노력도 하게 되는 것이다. 조혜련은 바로 이 '미래일기'를 한 편씩 한 편씩 적으면서 실제 그녀의 꿈을 향해 한발씩 내딛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이 책의 제목을 되짚어보면 이 책은, '조혜련의' 미래일기이다. 미래일기가 무엇인지, 어떻게 쓰는 것인지에 대해 글로 설명을 백 번 하는 것보다 예를 들어보이며 설명하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지리라. 조혜련은 자기가 쓴 자기의 미래일기를 한 편 소개하고 그 후에 에세이 형식으로 그 미래일기에 대한 부차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는 '조혜련의' 꿈을 읽는다. 뭔가 직접적으로 자기계발서 특유의 자극을 주거나 움직이고자 하는 용기를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그녀의 각오를 미리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나의 미래일기를 한 편 써볼까? 내가 상상하는 미래는 어떤 게 있을까? 일과 사랑, 결혼, 가족, 행복.. 나하고 정말 잘 맞는, 너무나 사랑하는, 나를 너무나 사랑해주는 멋진 남자를 만나서 즐거운 연애를 하고 평생을 함께할 약속을 하고 결혼해서 이쁜 아이들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일. 꼭 그렇게 될거야. 그리고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물론 만족하지만, 아직 확실한 목표를 정하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상상하기가 조금은 곤란하지만, 어쨌든,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가 최고 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끔, 그런 미래가 되어있을거야. 그렇게 상상하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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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을 거닐다 - 김경옥 작가와 함께 떠나는 소설 여행
김경옥 지음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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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책을 즐겨 읽는 편인데 매번 그 책에 대한 서평을 남겨놓지는 못한다. 한창 서평에 재미를 붙였을 때는 내가 읽는 모든 책에 대한 코멘트를 달아놓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다시 읽어보면 그 때의 내 감정들을 기억해내야지~ 라며 신이 나 있었다. 하지만 꽤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드는 일이라 조금 지나서 시들해졌었다. 그리 대단하지 못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번에 읽은 <소설 속을 거닐다>라는 책은 소설을 사랑하는 저자가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다시 말하면 김경옥이라는 라디오작가의 소설사랑 서평 모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안에는 내가 이미 읽은 소설도 있고, 유명한 작품이라 제목과 작가 정도는 알고 있는 소설도 있고, 아예 모르는 소설도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소설은 내용을 아니까 작가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도 쉽게 알 수 있었고, 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구나~ 라며 공감하기도 했다. 반면 모르는 소설은 줄거리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게 아니라서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는 것도 있었지만, 이것을 어떤 소설에 대한 서평이 아니라 그냥 김경옥이라는 작가가 들려주는 어떤 이야기라고 읽으니 다 좋았다. 

어려워 보이는 책 제목들 <핏빛 자오선>,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등등에 대한 저자의 글들을 읽어보면 어려워보이긴 하지만 '사실 읽어보면 이렇게 느끼는 것도 많고 읽을 거리도 많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근데 또 한편의 사실은 그래도 저런 책들은 어려울 거라는 것. 내가 정말 심오한 소설들에 푹 빠져서 파고 들 자신이 없다면 아마 끝까지 읽어내지 못할 거라는 것. 그래서 굳이 시도를 꼭 해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읽어두면 좋을 소설에 대한 글을 읽고 적어도 완전 무지를 드러내지 않고 아는 척은 할 수 있는 정도로 만들어야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했다. 이게 과연 이 책의 장점일까, 아니면 소설에 폐해를 끼치는 걸까? 

<눈먼자들의 도시>편을 읽으면서 든 의문 하나. 이 소설의 후속작인 <눈뜬자들의 도시>에서 의사 아내의 죽음이 마지막 장면이란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든지 속편은 전편만 못하다는 고정관념 덕에 아직 <눈뜬자들의 도시>를 안 읽어봤는데 꼭 읽어봐야겠다. 유일하게 마음 따뜻하고 마지막 남은 정의로운 그녀의 죽음에 무슨 의미를 부여했는지를 알아야겠다.

나도 소설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유독 일본소설 편식이 심한 편이다. 초기에는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의 추리소설을 열심히 읽다가 그 후에는 오쿠다 히데오나 온다 리쿠의 소설에 빠져 들었다. 하지만 여기 <소설 속을 거닐다>에는 일본 소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은근히 일본 소설에 대한 평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저자가 좋아하는 소설만 소개해놓고 있는 것은 그녀의 자유이지만 왠지 한쪽으로 치우쳐져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못된 생각 하나. 똑같이... 아니, 비슷하게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는데, 누구의 글은 책으로 묶여 나와서 또다른 서평을 낳게 하는데 누구의 글은 그저 개인 블로그에 올라가 있을 뿐이냐,, 라는 억울함. 하지만 그 억울함 뒤에 바로 드는 생각 하나. 명품 글과 그냥 글이 있는데 어떻게 똑같은 대접을 받길 바라냐, 라는 자책감. 그리고 그 자책감 뒤에 드는 생각 하나. 서평이든, 내가 쓰고 싶은 글이든, 무엇이 되었든 나도 명품 글을 쓸 수 있게끔 노력을 해야지, 그래서 나도 꼭 책은 아니더라도 누구든 내 글을 읽고 '와~'라는 감탄사를 지을 수 있게 해야지, 하는 목표의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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