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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즐거움 - 7:5:1 정리 법칙으로 일상이 행복해지는 기술
야마시타 히데코 지음, 박선형 옮김 / 생각정거장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약 3주 전, 욕실 앞에 두는 발매트가 갑자기 신경에 거슬렸다. '깨끗하게 매일 빨아쓰고 싶다.' 발매트가 2개가 있는데 한 두개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결론으로 인터넷쇼핑으로 주문을 하고 뒷날 택배를 받았는데... 뭔가 생각했던 모양이 아니었다. 사이즈가 너무 컸고, 두께는 얇았다. 뭐 그래도 써야지 하는데 박음질 불량을 발견했다. 앗싸~ 마음에 안 들었는데 불량으로 반품하면 되겠다. 반품 접수를 하고는 가만히 생각해보니, 발매트가 굳이 더 필요하지는 않겠구나.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 내가 쇼핑을 왜 하는가에서 부터 과연 이 때까지 사들인 물건들 중 필요없는 건 없을까, 버릴까? 라는 생각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그러는 중에 만난 '미니멀리즘' 관련 책들.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심플하게 산다>를 읽고 의식의 변화를 일으키고 마음을 정갈히 한 후 이제 실천을 해야 할 때. 도미니크 로로의 책은 실천편도 그다지 실천편으로 안 보이는 두루뭉술한 말들이 많아서, 뭔가 딱 집어서 나에게 이렇게 해라, 혹은 이렇게 해볼래? 라고 할 책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책, 야마시타 히데코의 <버리는 즐거움>.
미니멀리즘에 대한 어려운 설명은 많이 없고, 집을 공간별로 나누어(먹는 공간, 입는 공간, 자는 공간, 지내는 공간, 씻는 공간, 배우는 공간, 다니는 공간) 각 공간별로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고 마음에 드는 물건으로 꾸미라고 말한다. 미니멀리즘이 아무래도 일본에서 시작되었고, 일본인 저자들이 적은 책이 많아서 100퍼센트 우리네 실정과 부합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배울 점이 많다. 책이 얇고, 사진도 많은 편인데 깔끔한 저자의 집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 집에 적용시킬 방법을 찾기에도 도움이 된다.
다른 미니멀리즘 전파자들과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저자는 무조건적으로 물건을 버리고 그 공간을 다시 채우지 않고 비워진 채로 있으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을 자신의 능력 안에서 최고의 것으로 구하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멋진 그림을 걸어놓거나 오직 인테리어적인 용도로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해두는 것이다. 백만원이나 하는 속옷 세트를 사서 기분좋게, 오래 입는 것도 싸구려 속옷을 사서 한철 입고 버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한다. 싸구려 속옷을 입으면 그만큼 자존감도 떨어지고 입는 내내 기분이 안 좋을 테니 백만원을 지출하는 게 낫다는 것. 출퇴근용 옷이나 이불을 한 철 입고 덮고는 새로 구입하면서 교체해준다는 글은 솔직히 읽다 보면 '사치'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바닥에는 불필요한 것은 사지 않는 기본 자세가 있으니 뭐. 이것도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니까 뭐.
실제로 이 책을 보고 영감을 얻어 각 공간별로 조금씩 정리를 해보니, 사용하지도 않고 모셔둔 물건들이 많이도 나왔다. 언젠간 쓰겠지 라며 놔둔 물건들은 실제로 '언젠간'이 오지 않는다. 그리고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물건들도, 사실 쓰레기를 곱게 쌓아둔 것이었다. 사용하지 않고, 사용하려 해도 기분이 썩 내키지 않는 물건은 과감히 정리할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만 놔둘 것. 이 원칙으로 오늘도 조금씩 방을 정리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