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장석주 지음, 이영규 사진 / 문학세계사 / 2016년 7월
평점 :
요즘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리즘' '심플 라이프' 등이 유행이다. 유행에 따라가기 위함이 아니었지만 나도 그 흐름을 타고 있는 것 같다. 여러 권의 미니멀리즘 관련 책을 읽고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걸 보면서 자극을 받고, 따라하기도 한다.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를 인터넷서점 미리보기로 몇 페이지 읽고 머릿속이 '댕~'하고 울린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사는 방식도 있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거의 20권 가까이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실천하기로 했다. (또 하나의 바이블이라 일컬어지는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도서관에 상시 대출중이라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반드시 읽고야 말리라.)
그러는 중에 만나게 된 장석주의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부제로 장석주 생태 산문집이라고 표지에 적혀있다. 어느 절이나 선방에서 찍은 듯이 보이는 표지사진이 여유롭고 한적하고 평화롭다. 이 책도 역시 다른 책들처럼 '단순한 것의 아름다움'에 대해 예찬한다. 적게 소유하고 단순하게 살고 욕심을 버리고 자연과 더불어.... 처음엔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요즘 유행이다 보니 관련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살림이나 가정 분야의 책들도 일단은 '미니멀리즘'의 간판을 달고 홍보하다 보니 책을 읽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 책도 그런 책의 하나라고 판단하고 실망하고 덮어놓았다.
그런데 어쩌다 지나가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한 꼭지를 읽어보니 또 조금 다른 것 같다. '생태 산문집'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시골생활을 하는 저자의 주변에서 울리는 새소리가 글에 스며들어 지금 내 귓가에 울리는 매미소리를 근사하게 들리게 하는 마법이 생긴다. 저 매미도 여름 한철인 걸.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에 열심히 울고 있는 걸.
저자가 시인이다 보니 시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종종 철학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도 나오니까 왠지 철학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일본의 하이쿠에 대한 꼭지가 하나 따로 있다. 하이쿠도 관심이 간다. 바흐를 좋아한다고 하니 클래식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으며 시골생활의 여유로움을 부러워하다가도 지금 내 삶을 포기할 생각은 또 없으니, 대신 저자의 고상한 취미생활을 좀 배워볼까 싶어진다.
저자는 간단하면서 투박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어쩔 땐 했던 말이 뒤에 또 나오기도 하고. 그런데 읽는 내게 묘한 마음의 움직임이 생겼다.
처음엔 단순히 가지고 있는 물건의 수를 줄이기 위해 버리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는데 점점 화장품 줄이기나 세제 줄이기, 지구 환경 지키기, 인간관계의 짐에서 벗어나기 등 관심사가 넓어지고 있다. 요즘 유행이라고 잠깐 그러다 말 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니멀 라이프'는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적어도 나는 쭉 이 방식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심플하게 산다>로 내 머릿속에 경종을 울리고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로 마음에 파장이 일었고, 이제 꾸준한 실천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