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 마음을 움직이는 경제학
유리 그니지 & 존 리스트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대하는 자세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이 책은 두 학자가 사회, 정치, 교육, 산업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보여준다.

임의화 실험과 현장 연구를 통해 사람의 숨은 동기를 건드려 행동에 이르게 하는게 핵심이다.

목차를 간단히 보면 알 수 있듯,

여성의 급여가 남성보다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차별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기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등 이다.

.

이 책에서 세 가지를 얻었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내가 제대로 받았는지 모르겠다.

나에겐 책은 그냥 영감과 직관을 주는 ‘도구’다.

비디오 게임이나 만화책보다 숭고한 존재로 생각지는 않는다.

마치 어떤 사람은 치약을 이 닦는 데 쓰지만,

어떤 사람은 어떤 시기에 바닥 청소 - 전문용어로 미싱하우스- 할 때 사용하듯.

나한테 이 책은 바닥 닦는 치약일 수 있다.

즉,

저자의 의도는 그닥 신경 쓰지 않고 내 멋데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

나는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읽고 세 가지 교훈

하나는 임의화 실험을 써먹어야지 - 니 멋대로 생각하지 마 실제 세상은 다를 수 있어! 일다 테스트를 해봐!

두 번째는 손실 프레임 인센티브 - 당근과 채찍보다 효과 좋은 것은 입에 당근을 물리고 벌로 당근을 다시 뺏는 것! 

세 번째는 롤 모델 브라이언 -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자선단체 두목

.

.

.

.

.

.

.

임의화 실험

책 전반에 소개된 결론은 대부분 임의화 실험을 통해 밝힌다.

임의화 실험은 간단하다.

즉, 일단 대충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난 이 문화를 열렬히 신봉한다.

일단 던져보고 반응을 보는 방법 말이다.

물론 한국 기업 문화에 딱 맞는 방법은 아닌 듯하다.

일단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고,

이상한 행동으로 비웃을 당할까 봐,

내가 한 행동이 낭비일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왕왕 있다.

개인적으로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는지 확인해 볼까?’ 같은 자연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한 번 해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일단 해보자!’라는 방식이 맞는가라는 의심이 들 때도 있었지만,

책에서 소개된 임의화 실험을 보며 다시금 확고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직관과 통찰을 사랑하지만,

실제 실험을 해보는 것이 비용이 적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다.

완리다 같은 거대 기술기업은 직원에게 상여금을 지급하고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이를 빼앗겠다고 말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생산성을 극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디즈니는 놀이기구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원하는 만큼 지불하게 함으로써 순조롭게 판매할 수 있고, 그 돈의 절반이 자선단체에 돌아간다고 말하면 판매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

내가 늘 가진 왜 대충이라도 해보지 않고 결론을 내리느냐는 의문에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첫째,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파워포인트에 집착하면서 아랫사람들이 임금은 벌거숭이라고 밝히거나 그들의 제국을 다른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둘째, 순수하게 관료적 타성 탓

.

고 정주영 회장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이봐 해보긴 해봤나?’

.

.

.

.

.

.

.

정교한 인센티브 설계

인센티브 하면 언제나 당근을 생각 했는데,

저자의 각종 사회 실험으로 나온 결론은

당근으로 유혹하는 것 보다도,

채찍으로 때리는 것 보다도,

입에 당근을 물려주고 못 하면 뺏는다가 가장 효율적이다.

이를 손실 프레이밍이라 한다.

.

간단하다.

‘이번 시험 1등 하면 너가 가지고 싶어하는 게임기를 사줄게’

다른 하나는

‘게임기를 샀다. 하지만 시험이 끝난 다음에 사용할 수 있어. 단, 1등이 아니면 다시 되팔꺼다’

저자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후자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밝혔다.

.

손실은 삶의 단면이다. 누군가는 살아가며 감수해야한다.

 

우리는 손실이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이라 믿는다.

.

.

.

.

.

.

.

자본주의적 자선단체

성공한 광고인, 광고회사 대표 브라이언 멀레이니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광고회사 매각으로 30대 후반에 150억 원을 거머쥔 그는 미녀들에 둘러싸여 요트 위에 파티를 즐기는 대신 자선단체를 설립한다.

책에서 이 양반 사례가 가장 관심이 갔고 일종의 롤 모델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브라이언의 이타적인 면, 박애주의 적인 면 때문은 아니다.

현실에서나, 영상에서나, 소설에서나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캐릭터는 상반된 속성을 지닌 이다.

예를 들어,

보수층에 비꼬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캐비어 좌파, 리무진 리버럴, 살롱 사회주의자, 강남 좌파라 든지.

그녀와 잠만 자고 나면 참된 불자가 된다는 창녀 ‘바수밀다’라 든지.

사실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역시 베이글녀 ‘미란다 커’지만.

.

다시 브라이언 멜러이니의 자선단체 스마일트레인 -구순구개열 아동을 무료로 수술해주는 자선단체- 의 흥미로운 점은,

박애주의와 이상주의가 손잡고 왈츠를 추는 공간에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초청한 것이다.

먼저, 그는 가슴으로 기부금을 호소하지 않고 허영심에 호소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하는 사람은 불쾌하겠지만,

 상품을 팔 듯 기부도 브랜드화하여 운영한다.

또한,

기부금을 늘릴 수 있는 방식을 상품 연구·개발하듯 한다.

예를 들어, 많은 연구 끝에 ‘이번 한 번만 기부해주십시오’라는 메시지가 효과적인 것을 알아내서 적용했고,

기부에 따른 세금 혜택 인센티브를 철저히 파고들거나,

미모의 여성을 이용한 기부 모금 등등.

사람의 이타주의에 기반을 둔 기존 자선단체로서는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방법을 여럿 도입한다.

.

이 케이스를 보며,

이런 자본주의적인 기부단체 설립도 흥미가 생겼다.

뛰어난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할 수 있고,

한계까지 밀어 붙이는 혁신 활동을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자기 만족을 위한 활동이 궁극적으로 사회에 도움까지 되지 않는가?

.

본인은 위와 같은 세 가지를 챙겨갔다.

책엔 이외에 기존 상식을 뒤집는 여러 가지 사례들이 많다.

정치인이나 정책 담당자들도 직관에 기반을 둔 공약보다는 작은 현장 실험, 임의화 실험을 거친 공약과 정책을 펼치는 것은 어떨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회사를 떠나기 3년 전
오병곤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가끔 이런 책을 본다
제목 때문에 당당히 펼쳐 놓고 못 보는 제목의 책이다.
회사를 떠나기 3년 전이라니.
당장 퇴직하거나 이직할 계획은 없다.
하지만,
가끔 퇴직, 이직 주제로 한 자기계발서를 본다.
왜냐고 물으면,
고은의 시 <꽃>이 먼저 머릿에 떠오른다.
.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
나 역시 그랬지만,
이직하고자 결심하는 상황엔 늘 시야가 좁아진다.
평소에 미드필더의 시야를 갖던 사람도 스트라이커처럼 골과 골대만 보였다.
그래서 여유 있을 때,
배때기가 부를 때 오히려 이직, 퇴직 관련 책을 본다.
여유가 있다 보니,
걸러서 읽을 수 있고,
내용을 나에게 맞게 변환해서 해석하고,
좀 더 열린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한다.
.
마침 저자도 ‘당장! 회사를 박차고 나가라’식 얘기보다는 3년간 천천히 준비하고 나가라를 주장 한다.
직장에 불만이 그득한 사람에게 오히려 추천할 만한 책이다.
오판하지 않기 위해.
주위에도 이드(Id)에 끌려 이직,
여기저기 소모되어 떠도는 친구를 보면 안타깝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졌으면 본인 필살기가 완성되었을 텐데.
칼은 무디고, 방패는 무르고, 필살기는 치명적이지 않은 상태로 그렇게 배회한다.
3년 정도면 날카로운 칼, 튼튼한 방패, 치명적인 필살기는 갖춰질 터.
.
.
.
.
.
.
.
목차 훑기
‘1장 어제의 나로 머물지 않으리라’ 현실 인식을 말한다.
‘2장 전환의 기술’은 현재 직장 생활에 대한 마음가짐 그리고 이직, 퇴직을 의미하는 미래를 위해 지금 나를 살펴봐라.
‘3장 강점 위에 전문성을 키워라’는 내가 가진 총, 칼에 집중하라는 메세지다. 그 방법론으로 산맥타기, DNA분석, 욕망 분석, 몰입 경험, 피드백 분석, 내면 탐험을 제시한다.
‘4장 평생을 함께 할 파트너’는 두말하면 잔소리인 네트워크의 중요성.
‘5장 이것이 나의 비즈니스 모델이다’는 무기도 갖췄고 동료도 갖춘 후 내가 치를 전장(비즈니스 영역)을 고르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6장 떠나기 전의 마음 가짐’은 마지막으로 이직과 퇴직을 위한 모든 준비를 하고고 출사표를 던지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 한다.
.
.
.
.
.
.
.
총평
‘훌륭한 이직을 위한 친절하고 세세한 방법 36선’ 같은 것을 바랬다면 조금 실망할 것이다.
저자도 핀셋으로 하나하나 고민을 뽑아 주진 못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독자가 속한 산업군, 직종, 업무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공통 요소인 동기 부여, 마음 가짐, 장기 전략에 중점을 둔다.
.
책을 쭉 읽고 내가 느끼는 공통 전략이라면 다음과 같다.
‘나 안 해!’ 하며 대책 없이 책상 엎고 나오지 말 것.
내 머릿속에 있는 업무지식 -암묵지-을 머리 밖으로 빼내어 종이 -형식지-에 옮길 것.
정리된 업무 매뉴얼로 대중적인 책을 써서 잘난체 할 것.(브랜드 쌓기)
비슷한 분야 사람들과 작당할 것.(네트워크 구축)
박수칠 때 떠날 것.
.
위 사례를 하나 뽑자면,
금융감독원의 파격 외부 영입 인사인 권오상 복합금융감독국 국장의 사례를 볼 수 있다.
차의과학대 글로벌경역학과 교수 출신 권오상 국장은 ‘파생금융경제서’를 썼다.
파생금융을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쓴 책이다.
마침 금융감독원장이 이 책을 읽었고 직접 연락해 세 번의 만남을 가졌다.
마지막에 외부 인사 영입 형태로 금감원 국장의 자리까지 갔다.
 .
책의 메세지와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멋대로 소화한 결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서광원 지음 / 김영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첫 인상

'이런 책'이 좋다.

'이런 책'이란 다른 분야에서 얻은 영감을 풀어나가는 경영서 혹은 자기계발서다.

예를 들어, 마피아의 실전 경영학 처럼.

실제 마피아 출신 저자가 깨달은 것을 일반 회사 경영에 접목한 책 말이다.

특히,

<살아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가 끌리는 이유는 그 '다른 분야'가 생물학, 진화학이기 때문이다.

현재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큰 영향을 준 책을 하나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에드워드 월슨의 <인간본성에 대하여>를 말한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생물학적 기원, 진화론적 관점으로 풀어 나간다.

심지어 통섭하면 떠오르는 최재천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미지의 신대륙에 첫발을 내딛기 무섭게 이 책은 마치 열병처럼 나를 쓰러뜨렸다. 인간의 본성과 역사를 어쩌면 이렇게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지금도 그 병을 앓고 있다."

나 역시 여전히 이 열병의 보균자일 것이다.

.

이런 나에게 진화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를 기반하여 얻는 삶과 경영의 원리라니.

단숨에 뛰어들었다.

.

.

.

.

.

.

.

목차를 따라 가보자

Part 1 이 정도면 됐다, 하는 순간.

한마디로 방심하면 한 방에 훅 간다라는 메세지를 읽을 수 있다.

메추라기 사례로 보여준 내가 만든 유리 천장.

녹틸루카 신틸란스를 먹는 근시안적인 새우 사례.

그리고 치타.

치타는 빠르다 라는 생각만 해왔었다.

왜 빠르게 진화 했을까?에 대해선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치타는 표범, 사자가 공략하지 못하는 블루 오션 빠른 가젤 사냥 시장을 진출하기 위해 진화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 급부로 가젤(시장)이 줄어들면 심한 타격을 받는다.

블루 오션, 블루 오션을 외치며 밝으면만 봤지만,

반대 급부를 생각할 기회였다.

그 블루 오션도 쪼그라들 수 있지 않은가?

그땐 어떻게 해야할까.

.

.

.

Part 2 지금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이 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흔들기'다.

거미 사례를 든다.

거미는 거미집을 친 후 줄에 매달려 이리 저리 흔든다.

흔들다 망가질 수 있지만 흔든다.

왜?

거미는 거미집에 인위적 충격을 줘 손상된 부분을 찾고 거미줄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한다.

여기까지는 그래 거미는 그렇구나 했나.

뒤이어 생각치도 않은 실제 경영 세계에 적용한다.

바로 우리가 한 번은 경험했을 법한 CEO의 직원과 소통하겠다는 명목으로 벌이는 쇼(?)와 연결지어 설명한다.

사실 나 역시 도대체 그냥 일하게 놔두지 왜 이리 귀찮게 할까 할 때가 있었다.

<사장으로 산다는 것>도 썼던 저자가 말하길,

사장 입장에서 이런 행동은 거미의 거미집 흔들기와 유사하다고 한다.

직원을 긴장시키고,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기 위한 행동이라 설명한다.

즉,

부하 직원들이 보기에 하는 쇼에는 나름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이다.

CEO가 되면 보는 관점이 이렇게 달라지는 것일까.

.

.

.

Part 3 문제해결의 원리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사냥법.

사냥감을 흉내내라.

그리하여 사냥감의 관점이 되라.

승진을 하니 어떻세요?

우리가 파는 이유와 고객이 사는 이유가 같은가?

띵.

의심을 해보지 않은 부분이였다.

과거 유머게시판에 나온 '노스페이스 본사 사장이 생각하는 한국 시장'가 떠올렸다.

질문, 노스페이스가 한국에서 급속하게 성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장, 한국은 80%가 산악 지형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틀리진 않았지만,

유머란에 올라온 이유는 노스페이스는 당시 등골 브레이커라는 이름으로 고등학생들 사이 국민 패딩으로 유명했다.

당시 사장은 몰랐던 것이다.

.

.

.

.

.

.

.

책을 덮으며

저자는 악어를 탁월한 생존자로 얘기한다.

노련한 악어들은 자신의 영역을 순찰한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막힌 물길을 뚫는다.

이 특이한 행동은 신선한 물을 유지하여 악어 자신은 물론 먹이감을 끊임없이 유도하기 위함이다.

조직 관리나 회사 경영에 빚댈 수 있다.

고이면 썩기 마련이고,

외부의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기회가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인문학 유행이 떠올랐다.

여기저기 인문학, 인문학 한다.

특히 비즈니스분야의 인문학 수요를 끌고 있는 듯 하다.

비즈니스 영역 밖에서 영감을 얻어 오자는 것이다.

인문학에서만 얻을 수 있을까?

회사를 하나의 객체로 보면 수년 간 진화 전쟁에서 살아온 생물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통섭 대상을 인문학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물학이란 분야에서도 무궁무진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왜 멸종 했고, 어떻게 살아남았는나.

하나하나 적용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명체에서 영감을 끌고온 저자의 통섭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 교양인이 되기 위한 내 생애 첫 인문학
박홍순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고른 계기

'그래, 인문학이야!' 작정하며 공부하고자 마음먹은 적은 없다.

검은 목폴라에 청바지를 입은 살짝 대머리 천재가 아이패드2 발표회에서 씨익 웃으며,

"애플의 DNA엔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가 있다, 기술은 교양 과목(Liberal arts)와 결혼하여 우리 가슴을 노래하게 한다" 라고 하기 전까진.

그 후 교양 과목중 인문학이 부각되었고,

이 천재의 족적을 조금이라도 쫓을 수 있을까 몰아치는 '인문학 열풍'에 올라 타기 위해 닻을 이리 저리 돌려 본다.

.

인문학의 근간이 비판과 성찰이라지만,

난 인문학이 줄 수 있는 효용만 골라 먹고 싶었다.

'이 양반아 제대로 공부해'라고 한다면,

난 이런 핑계를 준비한다.

천재 철학자라 불린 비트겐슈타인이가 말하길 "철학을 공부해 얻는 효용이 일상 생활의 중요 문제들에 관한 생각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냐'라고 했잖아?

그래서 그런거야.

뜨끔, 

물론 그 효용이 내가 바라는 얄팍한 효용은 아니다.

좀 더 고결한 효용이다.

.

그런 측면에서 '인문학'이란 글자가 콕 박혀 있는 책은 여러모로 편하다.

문학, 역사, 철학 서적을 읽으며 지루한 '비판과 성찰' 요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결론만 쏙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입문서는 길 잃지 말라고 인문학을 아우로는 지도도 보여준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름을 외우고 있을 필요도,

<고도(Godot)>를 기다릴 필요도,

<인간의 조건>을 다 갖출 필요도 없다.

그냥 줄줄이 읽으면 된다.

.

.

.

.

.

.

.

목차를 보자

책은 인생 전반을 펼치고 곳곳에 인문학 안내판을 배치한다.

.

1부 상상력이 인문학의 첫걸음이다

인문학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들어 볼 수 있는 장이다.

인문학이 주는 효용 그건 상상력이라 한다.

스티브 잡스도 기술과 인문학의 상상력 결합을 강조하지 않았나.

상상력의 중요성과 더불어 방해하는 적을 소비 중독, 합리성 중독, 미디어 중독으로 분류하여 설명한다.

자,

인문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탄다.

.

2부 나를 돌아보는 시간

인문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다른 인간 보다 나! 

나 부터 알아보자.

많이 들어본 '너 자신을 알라'의 실체와 마주한다.

영원한 의문 사람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성선설, 성악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틀이 다를 것이다.

나도 모르는 나의 마음은 영화 <인셉션>을 통해 알아볼 기회다.

.

3부 삶과 죽음 그리고 행복

인간의 시작 그리고 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존재에 대한 물음 그리고 죽음에 대한 질문을 따라 가자.

행복을 방해하는 우울과 광기에 대해서도 살펴 본다.

그런 후, 

그 유명하지만 정체를 모르는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

4부 관계 안의 인간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장이다.

가장 덜 철학적인 이야기 때문일 터.

사랑과 결혼 그리고 성, 교육, 남녀 차별 등.

특히 당시 프랑스 육아 바이블인 루소가 쓴  <에밀>에서 최신유행 프랑스 육아의 뿌리를 엿볼 수 있다.

.

5부 돈과 일 그리고 여가

직장인 머릿속 검색어 10위 안에 차지할 돈과 일 그리고 여가.

세 가지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소명의식, 일과 가정의 균형을 어떻게 가져갈지 결정할 것이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일화와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난 이 일화로 죄책감 없이 조금 막살게 되었다.

 .

계몽이라는 사명감에 불타는 영국인은 나무에서 배짱이 마냥 늘어저 자는 원주민을 만난다.

"너는 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느냐? 넌 정말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으름뱅이냐?"

"아이고 나리. 그럼 제가 대체 이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낮이니까 일을 하러 가야지."

"왜요? 대체 왜?"

"돈을 벌어야 할 것 아니냐!"

원주민은 의아해하며,

"근데 대체 왜 돈을 벌어야 하죠?"

"당연히 여유롭게 휴식도 취하고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 돈을 버는 거지."

그러자 원주민은 몸시 불쾌하고 분한 듯 다음과 같이 소리치며 다시 돌아누웠다.

"하지만 그게 바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잖아요."

P 473

.

.

.

.

.

.

.

총평

제목 그대로 충실한 책이다.

'나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목차를 훑어 보면 알 수 있듯,

입문자를 위해 생활 밀착형 인문학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였다.

내심 지루하길 바라기도 했다.

이것은 입문서고 입문서가 지루하다면 난 인문학 흰 띠가 아닐 테니.

그런 지적 허영을 느끼고 싶었다만,

지루하지 않게 봤다.

.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리 과정을 못 본체 펼쳐진 요리만 맞이한 느낌의 책이다.

작가가 자신이 인문학을 통해 어떻게 삶의 방향을 보정 했는지 궁금한데,

하나의 나무를 통해 숲을 이야기 하기 보단,

숲에 대한 전지적 시점으로 이야기 하는 느낌이다.

작가가 내린 결론은 소개한다.

인문학 초심자는 고수가 되는 과정이 무척 궁금하다.

인생의 어떤 부분에서 어떤 인문학을 만났습니까?

.

예를 들면,

사고를 당할 뻔한 난폭 운전자는 '나쁜 운전자는 나쁜 운전자를 만나기 전 까지 안전하다'라는 <위대한 개스비>의 글귀에 운전 습관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독일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말한 '검은시대, 불의만 있고 공분은 없는 시대'에 분노하며 국가에 불출할 수 있다.

작가는 개인 경험에서 얻는 인문학적 직관을 공유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

.

.

.

.

.

인문학과 인간 본성의 법칙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를 무렵,

예기치 않는 일에 슬픔과 분노가 뒤범벅된 감정으로 책을 덮었었다.

희망을 가지고 뉴스를 보던 중 황호택 칼럼에서 다음 구절이 눈에 띄었다.

.

타이타닉의 이등항해사 찰스 라이톨러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선장의 지시에 따라 여성과 어린이들만 구명보트에 태웠다”고 증언했다. “그것이 바다의 법칙이냐”는 질문에 이등항해사는 “인간 본성의 법칙”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구명정에 올라탄 남자들에게 “비겁자들”이라고 욕하며 총을 들이대고 위협해 내리게 했다.

.

인문학으로 이 당연히 체화되어 있어야 할 '인간 본성의 법칙'을 가르칠 수 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세의 문장론 -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허세의 문장론? 아니 헤세의 문장론! 내용

‘허세’의 문장론?

나 같은 애매한 나이 대 사람들이 자주 쓰는 드립인 ‘눈이 침침하여’ 제목을 잘못 읽었다. 

웬 노인네 ―알고 보니 헤르만 헤세― 얼굴이 딱 하니 있었지만,

내가 이 대문호 얼굴을 알 리 없다.

‘허세’의 문장론이 반의적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근대, 응?

‘아, 헤세의 문장론’

게다가 저자는 헤르만 헤세 본인이다.

헤르만 헤세가 지금 시대에 있었으면 블로그를 했다면,

딱 그런 글을 모아 놓은 느낌이다.

헤세의 블로그를 출력한 느낌이다.

헤세가 생각하는 문장에 관한 일종의 철학을 편안하게 ―나한테는 게보린을 찾게― 설명한다.

‘너가 무식해서 재미 없는 거야’라는 소리를 감수하더라 재미면에서는 별 두 개만 준다.

헤세의 글에 취해 지식 허세에 취해보고 싶었지만 내 한계는 여기까지 일세.

스페인어할 줄 아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식탁에 자기들 끼리 스페인어 농담하는 사람 사이에 눈치 보며 앉아 있는 기분이다.

우선, 헤세는 책을 소개한다.

책 서평을 하고 작가를 추천한다.

문제는 그에게 동시대는(1900부터 1960년)이다.

게다가 독일 문학이다.

.

“나는 독서를 많이 하면서 고트프리트 켈러를 매우 좋아하면서 베르펠도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온종일 휠덜린을 읽으면서 행복에 잠길 수 있고, 시켈레의 벤칼에서 내게 많은 선물을 하는 페이지를 발견할 수 있다.”

.

다 모르는 작가며 책이다.

알아야 공감하고, 공감해야 흥미 있고, 흥미가 있어야 빠져들지.

나의 무지를 재차 확인하는 시간일 뿐.

그래도 붙잡고 있었던 것은 그 헤르만 헤세,

알에서 깨어나라라던 헤세지 않나.

아브락사스라도 만날 요량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붙잡았다.

아쉽게도 내용에 함몰이 안 되다 보니 책에서 많은 것을 건지진 못했다.

아마 온갖 명품 브랜드 사은 행사에 브랜드를 몰라서 못 가져온 꼴이다.

판매원 : ‘손님 이거 정말 싸게 딱 하나 남은 상품입니다. 이거 가져가세요. 진짜 명품이에요’

나 : ‘뭔데요, Goyard?, 마당으로 가라? 웬 장바구니가 이리 비싸요?’

하면서 70% 세일하는데도 불구하고 놔두고 온 꼴이다.

문학의 배경지식인 스키마가 없어 <헤세의 문장론>을 즐길 수 없는 게 한이다.

.

.

.

.

.

.

.

난해한 책 읽는 독자 분류법

인상 깊은 내용.

그 중 계속 되짚어보게 되는 부분이 있다.

193페이지부터 199페이지 <책읽기에 대하여> 편이다. 

헤세는 나름대로 독자를 세 유형으로 나눈다.

보통 예상한 유형이 아니라 눈이 간다.

책을 요약하면 이렇다.

책을 읽는 유형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

첫째, 순진한 독자.

식사하는 자가 음식을 집어 들 듯 책을 집어 든다.

그런 자는 배불리 먹고 마신다.

말과 마부의 관계이다.

책은 이끌고 독자는 따른다.

대단히 교양이 많은 독자이며 세련된 독자이고 순수 문학 애호가들도 있다.

작가의 관점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작가의 세계관에 푹 빠져 있고 감정이입 한다.

작가가 자신의 인물에 부여한 해석을 남김없이 넘겨받는다.

이런 순진한 독자는 읽을거리와 관계에서 주체적 개인이나 자신이 될 수 없다.

책이란 충실하고 주의 깊게 읽히고, 그 내용과 형식의 진가를 인정받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다.

빵은 먹으라 있는 것이오, 침대는 자라고 있는 것처럼.

.

둘째, 천재적인 놀이 본능을 가진 독자

하지만 빵을 산으로 생각하고 터널을 만들 수도,

침대는 동굴이나, 정원 또는 눈밭이 되기도 한다.

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소재나 형식을 문제 삼지 않는다.

이런 유형의 독자는 마부를 따르는 말처럼 작가를 따르는 것이 아니다.

짐승의 발자국을 쫓는 사냥꾼처럼 작가를 쫓는다.

.

셋째, 훌륭한 독자라고 칭하는 것의 대척점

너무나 개성적이다.

너무나 주관적이다.

그래서 자신의 읽을거리에 완전히 자유롭다.

이들에겐 책이라고 특별하지 않다.

라면 받침대나 책이나 다르지 않다.

이 독자는 모든 것을 가지고 논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을 가지고 노는 것이 가장 생산적이고 가장 성과가 많을 수 있다.

멋진 구절, 지혜나 진리를 시험 삼아 뒤집어보기도 한다.

또 연상에 의해 사고를 높이 평가한다.

시시껄렁한 전단지에서 우주론이나 철학, 에로틱 문학을 읽을 수 있다.

괴상한 상표에도 그 단어와 철자, 울림을 가지고 놀며 지식과 추억, 사념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한다.

양탄자의 문양이나 담벼락의 기하학적 모양조차 셰익스피어의 문학 작품만큼 소중해한다.

.

독해력 키우기, 비판적 키우기, 핵심 내용 파악하기 등 모든 독서법 책이 첫 번째 유형이 아닐까 생각된다.

둘째 유형까지도 상상력이 닿는 영역이다.

하지만, 세 번째 유형의 독자는 어떤 모습인지 가늠이 안 된다.

흔히 우리가 아는 ―바보인지 천재인지 헷갈리게 하는― 천재가 보는 시각일까?

수학 공식을 보며 그 도출된 방식이 한편의 코미디 같아서 박장대소하는 수학자 같은 것인가?

헤르만 헤세는 이 단계까지 있는 것을 알기에 나눴을 것이다.

놀랍다.

그가 보는 세계는 도대체 어떤 것 이였을까?

.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

이 구절을 읽고 생각했다.

‘도대체 알에서 깨어나서 신에게 날아가면 뭐가 달라지는 거지?’ 라는 의문이 들었었다.

문득,

세상이란 책을 저 세 번째 독자처럼 읽게 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from http://blog.naver.com/nomore_bet/701884989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