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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 마음을 움직이는 경제학
유리 그니지 & 존 리스트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4년 6월
평점 :
이 책을 대하는 자세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이 책은 두 학자가 사회, 정치, 교육, 산업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보여준다.
임의화 실험과 현장 연구를 통해 사람의 숨은 동기를 건드려 행동에 이르게 하는게 핵심이다.
목차를 간단히 보면 알 수 있듯,
여성의 급여가 남성보다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차별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기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등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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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세 가지를 얻었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내가 제대로 받았는지 모르겠다.
나에겐 책은 그냥 영감과 직관을 주는 ‘도구’다.
비디오 게임이나 만화책보다 숭고한 존재로 생각지는 않는다.
마치 어떤 사람은 치약을 이 닦는 데 쓰지만,
어떤 사람은 어떤 시기에 바닥 청소 - 전문용어로 미싱하우스- 할 때 사용하듯.
나한테 이 책은 바닥 닦는 치약일 수 있다.
즉,
저자의 의도는 그닥 신경 쓰지 않고 내 멋데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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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읽고 세 가지 교훈
하나는 임의화 실험을 써먹어야지 - 니 멋대로 생각하지 마 실제 세상은 다를 수 있어! 일다 테스트를 해봐!
두 번째는 손실 프레임 인센티브 - 당근과 채찍보다 효과 좋은 것은 입에 당근을 물리고 벌로 당근을 다시 뺏는 것!
세 번째는 롤 모델 브라이언 -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자선단체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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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화 실험
책 전반에 소개된 결론은 대부분 임의화 실험을 통해 밝힌다.
임의화 실험은 간단하다.
즉, 일단 대충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난 이 문화를 열렬히 신봉한다.
일단 던져보고 반응을 보는 방법 말이다.
물론 한국 기업 문화에 딱 맞는 방법은 아닌 듯하다.
일단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고,
이상한 행동으로 비웃을 당할까 봐,
내가 한 행동이 낭비일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왕왕 있다.
개인적으로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는지 확인해 볼까?’ 같은 자연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한 번 해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일단 해보자!’라는 방식이 맞는가라는 의심이 들 때도 있었지만,
책에서 소개된 임의화 실험을 보며 다시금 확고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직관과 통찰을 사랑하지만,
실제 실험을 해보는 것이 비용이 적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다.
완리다 같은 거대 기술기업은 직원에게 상여금을 지급하고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이를 빼앗겠다고 말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생산성을 극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디즈니는 놀이기구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원하는 만큼 지불하게 함으로써 순조롭게 판매할 수 있고, 그 돈의 절반이 자선단체에 돌아간다고 말하면 판매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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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늘 가진 왜 대충이라도 해보지 않고 결론을 내리느냐는 의문에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첫째,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파워포인트에 집착하면서 아랫사람들이 임금은 벌거숭이라고 밝히거나 그들의 제국을 다른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둘째, 순수하게 관료적 타성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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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 회장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이봐 해보긴 해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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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인센티브 설계
인센티브 하면 언제나 당근을 생각 했는데,
저자의 각종 사회 실험으로 나온 결론은
당근으로 유혹하는 것 보다도,
채찍으로 때리는 것 보다도,
입에 당근을 물려주고 못 하면 뺏는다가 가장 효율적이다.
이를 손실 프레이밍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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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다.
‘이번 시험 1등 하면 너가 가지고 싶어하는 게임기를 사줄게’
다른 하나는
‘게임기를 샀다. 하지만 시험이 끝난 다음에 사용할 수 있어. 단, 1등이 아니면 다시 되팔꺼다’
저자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후자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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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은 삶의 단면이다. 누군가는 살아가며 감수해야한다.
우리는 손실이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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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적 자선단체
성공한 광고인, 광고회사 대표 브라이언 멀레이니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광고회사 매각으로 30대 후반에 150억 원을 거머쥔 그는 미녀들에 둘러싸여 요트 위에 파티를 즐기는 대신 자선단체를 설립한다.
책에서 이 양반 사례가 가장 관심이 갔고 일종의 롤 모델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브라이언의 이타적인 면, 박애주의 적인 면 때문은 아니다.
현실에서나, 영상에서나, 소설에서나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캐릭터는 상반된 속성을 지닌 이다.
예를 들어,
보수층에 비꼬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캐비어 좌파, 리무진 리버럴, 살롱 사회주의자, 강남 좌파라 든지.
그녀와 잠만 자고 나면 참된 불자가 된다는 창녀 ‘바수밀다’라 든지.
사실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역시 베이글녀 ‘미란다 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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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브라이언 멜러이니의 자선단체 스마일트레인 -구순구개열 아동을 무료로 수술해주는 자선단체- 의 흥미로운 점은,
박애주의와 이상주의가 손잡고 왈츠를 추는 공간에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초청한 것이다.
먼저, 그는 가슴으로 기부금을 호소하지 않고 허영심에 호소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하는 사람은 불쾌하겠지만,
상품을 팔 듯 기부도 브랜드화하여 운영한다.
또한,
기부금을 늘릴 수 있는 방식을 상품 연구·개발하듯 한다.
예를 들어, 많은 연구 끝에 ‘이번 한 번만 기부해주십시오’라는 메시지가 효과적인 것을 알아내서 적용했고,
기부에 따른 세금 혜택 인센티브를 철저히 파고들거나,
미모의 여성을 이용한 기부 모금 등등.
사람의 이타주의에 기반을 둔 기존 자선단체로서는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방법을 여럿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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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케이스를 보며,
이런 자본주의적인 기부단체 설립도 흥미가 생겼다.
뛰어난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할 수 있고,
한계까지 밀어 붙이는 혁신 활동을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자기 만족을 위한 활동이 궁극적으로 사회에 도움까지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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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위와 같은 세 가지를 챙겨갔다.
책엔 이외에 기존 상식을 뒤집는 여러 가지 사례들이 많다.
정치인이나 정책 담당자들도 직관에 기반을 둔 공약보다는 작은 현장 실험, 임의화 실험을 거친 공약과 정책을 펼치는 것은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