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PD의 여행수다 - 세계로 가는 여행 뒷담화
탁재형 외 지음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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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우연히 들어왔다

책은 우연히 들어왔다.
내 선택 바깥 영역에서 흘러들어온 것이다.
받자마자 페이지를 촤르륵 넘기며 문장 사이를 샤샤샥 훑어 봤다.
팝캐스트 수다를 글로 옮겨 놓은 책이었다.
‘하~ 난 라디오 잘 안 듣는데.’
‘재미있으려나?’
우선 머릿속에서 툭 하고 나오는 생각은,
여행 책이라면 모름지기 시각적인 정보를 통해 ‘눈’을 노크하고 들어와야지,
‘귀’로 우회해서 들어오려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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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앉아 책을 펼쳤다.
편견.
편견의 순기능을 만난다.
마치,
나이 먹은 어른이 맏며느리감이라며 해준 소개팅 자리에 억지로 끌려갔는데,
의외로 미인은 아니지만 현대적으로 생긴 여성을 보고 화색이 돈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사진도 별로 없는 여행기는 재미없을 것 같은데’라는 편견 덕에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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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 읽으며
<꽃보다 청년>에서 감성 어린 꼰대들의 페루 여행을 보다 보니,
문득 요사이 관광은 했지만 여행은 못 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Sightseeing vs Travel.
아쉬운 마음에 기억 속에 파묻혀 있던 Art garfunkel의 Travelling boy를 찾아 들으며 <탁PD의 여행 수다> 책을 출퇴근 지하철에서 읽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VNJVz2Rg-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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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의 수다가 펼쳐진다.
Talk 1. 브라질_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놀지어다
Talk 2. 인도_ 충격과 공포에 대응하는 방법 
Talk 3. 제주_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곳
Talk 4. 페루_ 나만의 풍경으로 기억되는 여행
Talk 5. 호주_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
Talk 6. 영국_ 여행할 것인가 VS 머물 것인가
Talk 7. 파키스탄_ 부디 지속 가능한 평화가 그들에게 찾아오기를
Talk 8. 이탈리아_ 폼생폼사, 그 당당한 멋에 빠지다
Talk 9.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_ 제대로 고생 = 제대로 여행
Talk 10. 뉴질랜드_ 즐기려는 자, D.I.Y.를 익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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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랑 시인 같은 사람들의 여행기의 다른 맛을 알았다.
사실 서점에서도 잘 안 가는 구역이다.
객관적 정보를 찾아보긴 했지만,
주관적 인상을 다룬 여행 책은 잘 안 봤었다.
근데 웬걸.
나름대로 맛이 있다.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이 그린 사실적인 그림이 아닌,
인상파 계열의 여행 책자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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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호주, 이탈리아 같이 내가 잘 알 거나, 가 봤던 곳의 등잔 밑을 제대로 밝혀 준다.
나 런던에 있어봤는데, 이런 면이 있었나?
이탈리아에 그런 도시도 있네.
반면,
파키스탄, 페루, 브라질 처럼 과연 평생 갈 일이 있을까 하는 곳은 동경의 눈으로 읽게 되더라.
파키스탄이 이런 곳이였구나.
페루는 <꽃보다 청춘> 때문에 친근해.
브라질 아~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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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게 된다면 다음 세 가지를 하겠어

책을 보고 다음에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하게 된다면 다음 세 가지를 하겠어라고 생각했다.
첫째, 사진 찍는 대신 그림을 그리기.
김한민 작가의 기억 담는 방법이었다.
사진을 찍고 휙 가는 대신 그림을 그린다.
풍경을 보고 또 보고며 눈으로 덧칠하고 손으로 기억할 수 있겠구나.
가방 한 구석에 붓 펜과 손바닥 스케치북을 준비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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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비경제적인 시간을 향유
체력이 넘치기에 여행지를 가면 죽자사자 돌아다니는 타입이다.
관광지로서도 의미도 없는 지역에서 관광관점에서는 철저히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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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여행은 사람이란다.
돌이켜보면 여행지에서 나를 둘러싼 풍경과 사물은 기억나는데,
현지에 있는 인물에 관한 기억이 별로 없더라.
사람을 피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딱히 먼저 악수를 청하진 않았더라.
다음 여행을 간다면 기억 속에 나를 둘러싼 풍경, 사물 그리고 인물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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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언제 갈지 모를 다음 여행지에서 나는 이렇게 해야지 결심을 하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점수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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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철학 - 모든 위대한 가르침의 핵심
올더스 헉슬리 지음, 조옥경 옮김, 오강남 / 김영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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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무신론자 보다도 덜한 

<작가란 무엇인가>에서 옴베르트 에코는 종교에 대한 견해를 이렇게 밝혔다.

‘신을 믿진 않지만, 종교를 믿는다.’

종교에 대한 나의 입장은 이와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성당을 다니진 않지만,

아이에게 유아세례를 시킬 생각은 있다.

사실 불교, 이슬람도 상관없다.

종교활동을 전혀 안 하지만 아주 어렸을 때 세례를 받아서인지 성당, 신부님, 수녀님이 친숙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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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내가 종교적 무신론자일까?

딱히 종교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 말하는 ‘신성모독’에 격렬한 감정적 거부반응도 딱히 없다.

<영원의 철학>에 대한 서평을 쓰기에 앞서 종교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책을 읽는 과정은 나에게 고되었다.

뱀파이어가 마늘을 먹어야하는 그런 사상적 거부감 때문이 아니라 육식동물이 당근을 보듯 나는 종교적인 주제에 관심이 적다.

마치,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와 4층 여성의류 -그것도 중년 여성 의류- 코너를 도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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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 백화점은 정말 VVIP 최고급 이라는 것을.

<영원의 철학>은 자연의 본질적 아름다움, 삶의 본질적 의미를 각 종교로 부터 찾아가는 여행이다.

예를 들어, ‘구원’이라는 주제에 대해 도교, 유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각종 종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얘기의 공통점을 찾아 나서는 느낌이다.

내 비록 종교에 대한 식견이 없어서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인문, 종교, 철학, 역사, 문학 방대한 인용만 봐도 예사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깊이와 무게감에 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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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따라 살펴보자.

1 그대가 그것이다

2 근본바탕의 성질

3 성격, 거룩함, 신성한 화신

4 세상 속의 신

5 최고의 사랑

6 고행, 비집착, 올바른 생계

7 진리

8 정교와 기질

9 자기 이해

10 은총과 자유의지

11 선과 악

12 시간과 영원

13 구원, 해방, 깨달음

14 불명과 존속

15 침묵

16 기도

17 고통

18 믿음

19 신은 조롱받지 않는다.

20 종교로 인해 짓는 죄

21 우상숭배

22 감정에 호소하기

23 기적

24 의식, 상징, 성찬식

25 영적 훈련

26 끈기와 규칙성

27 묵상, 행위, 사회적 유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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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큰 그림 그리기 

이런 다양한 주제를 여러 종교의 입으로 얘기한다.

한가로운 공원에서 각 종교의 대표들이 한 가지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의 책이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다르게 표현하지만,

종교마다 비슷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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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철학이 뭘까 

게다가 책을 읽는 내내 <영원의 철학>의 정의를 못 잡았었다.

나에게 구원은 옮긴이였다.

옮긴이의 글이 이렇게 도움될 때가 없었는데.

옮긴이의 글을 읽고 다시 앞으로 가서 보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나름대로 알아낸 <영원의 철학>의 정체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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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철학이라 세계 대부분의 종교적 전통들이 공유하고 있는 세계관 인간관 윤리관으로서, 이들 모든 종교적 지식이나 원리들이 전제하고 있는 유일하면서도 보편적인 진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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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초월해서 전승되는 형이상학적 근본진리

,

시계의 위대한 영적 스승, 철학자, 사색가들이 채택한 보편적인 세계관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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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읽는 내내 낯설고 긴장된다.

영적, 은총, 불멸, 구원 이런 단어를 일상에서 안 쓰다 보니 -그렇다고 탈세, 불법, 권총, 마약을 자주쓰는 것은 아니만- 내가 알고 있는 뜻과 여기서 말하는 뜻이 맞는지 고민하게 된다.

읽다 보면 꼭 종교인을 위해 쓴 책은 아닌 듯나,

종교를 기반을 둔 인용이 많다 보니 종교에 대한 태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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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지리학 - 소득을 결정하는 일자리의 새로운 지형
엔리코 모레티 지음, 송철복 옮김 / 김영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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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사성어로 표현하면 맹모삼천지교,

속담으로는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로 요약할 수 있다.
결론은 간단하지만,
그 도출 과정에서 불평등의 원인과 새로운 시각의 불평등 해소 방법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근거 자료와 통계로 결론으로 잘 이끌고 간다.
그래서 불평등 해결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버락 오바마가 저자 엔리코 모레티의 연구 결과와 미래 전망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았나 보다.
자!
책 전반을 살펴보자.
내용이 자못 광대하여 요약하기 쉽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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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은 직업의 지리학이지만,
정확히 표현하면 직업의 미국내 지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가 미국 내 도시 간 비교에 초점을 두고 있어,
미국 도시에 대한 배경과 상황 등 사전 정보가 없다면 선뜻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나 실리콘밸리에서 일해’와 ‘나 할리우드에서 일해’라는 말에 쉽게 떠오르는 직업군이 있지만 다른 지역은 깜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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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자는 미국을 세 개의 다른 나라로 이루어진 나라로 보았다.
물론 경제, 부, 혁신 정도 등을 기준으로 나눈다.
(A)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롤리 더럼, 오스틴 - 페이스북, 구글, 애플이 떠오르는 혁신 경제와 지식근로자들이 흘러넘치는 창조적인 도시, 물론 소득도 높다.
(B) 디트로이트, 플린트, 클리블랜드 - 과거 제조업으로 명성을 날리고 사양길에 접어든 도시들, 근로자 연봉이 스르륵 떨어지고 있다는 도시들.
(C) 나머지 지역들 - (A)와 (B)의 중간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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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자의 연구 관찰에 따르면 이 세 지역은 시간이 갈수록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를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로 이름 지었다.
저자의 재미있는 관점은 여기서 비롯한다.
불평등을 계급과 계층으로 접근하지 않고 지역으로 먼저 접근했다.
한국으로 따지면,
부의 불평등을 지역으로 보고 강남 3구의 부가 집중하는 원인과 이를 통한 해소 방법을 찾아 나선다.
저자의 연구로는 부의 원천은 혁신적인 지역에 기반을 둔다.
특정 지역 사업군과 밀접하게 관련되고 자연히 숙련된 지식 근로자들은 이 혁신 도시로 모인다.
그런 지식 근로자들은 지역 서비스 업종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다시 그 지역의 부를 증가하는 양상이다.
삼성 상여급 날 수원 지역을 가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각 브랜드 자동차 세일즈들의 각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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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가 이런 첨단 기업에 맞는 근로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도 그 지역으로 가야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 그런 혁신 도시가 생기면 비숙련 근로자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혁신 도시는 첨단 직종과 상과 없는 식당 웨이터라도 다른 지역에 월급이 배 이상 차이난다.
이를 승수 효과(Multiplier)라고 하는데,
하이테크 지역의 숙련된 근로자들은 비숙련된 근로자들에게 여러 방법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또한,
이런 혁신 직업은 지역 서비스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
대표적으로 법무 사무소, 건축가, 의사부터 웨이터, 미용사, 목수, 경비원까지 다양한 업종에 고용 효과를 가져다 준다.
꼭 연구를 통하지 안아도 그럴 것 같지 않나?
금융 호황기의 여의도 밤거리는 ‘남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제목이 붙은 영화 한 편 찍을만할 정도로 돈기운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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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이테크 지역 경제는 갈수록 확장되고 파산한 디트로이트처럼 제조업 중심 지역 경제는 저물어 가는 대분기 현상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먼저,
저자가 생각하는 방법은 지역 간 이동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즉,
직업 시장이 두터운 하이테크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시애틀로 이사한 마이크로소프트 사례처럼 혁신 기업이 도시에 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분기 현상이 두드러지며 점점 사회적 이동이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이동성을 높일 수 있는,
예를들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보조하는 ‘이주 바우처’같은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흥미로운 시각이다.
저자는 보조금, 실업 수당은 결국 두꺼운 고용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여긴다.
사회적 이동성을 높여야 불평등이 해소하는데,
이는 결국 더 눌러앉아 대분기 현상을 고착화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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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런 이동성 저하 현상은 빈곤층과 저학력층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 원인은,
(가)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 기회에 대한 정보 부족 - 일자리가 많은 지역,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에 대한 정보 부족.
(나) 인생에서 큰 전환을 하는 데 필요한 기량 부족 - 한 번 이사가는 것은 정말 큰 일 아닌가, 물론 현금 부족이 가장 클 것이다.
거대 대륙에 수많은 대도시가 있는 미국과 달리 서울에 모든 게 집중된 한국 실정에 정확히 맞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리적 요인이 큰 교육 정도를 대입하며 책을 읽으면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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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되라 - 당신의 가능성을 폭발시키는 감정의 힘
에릭 라르센 지음, 김정희 옮김 / 한빛비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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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노르웨이 베스트셀러 자기 개발서

노르웨이 베스트셀러 77주.

책 홍보 문구 사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77주라.

1년이 52주로 잡으면 1년 반 남짓 노르웨이에서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 때문인지 - 소설에서는 별로 관련 없는 장소인- 노르웨이가 친근한 것 같으면서도 노르웨이 문학작품을 떠올려보려 한다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쓴 <인형의 집> 정도가 있으려나.

그것조차 제대로 읽었는지 가물가물하다.

근데 노르웨이 자기계발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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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자기계발서를 장바구니에 담을 때 까다로워진다.

점점 귀납적으로 접근하는 자기계발서를 선호하다 보니 눈에 띄는 저자의 이색 경력 - 스튜어디스, 마피아, 이 주요 구매 결정 포인트다.

퍼스트 클래스 스튜어디스 일을 하며 깨달은 것,

마피아 두목으로 살다가 깨달은 것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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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산 자기계발서인 <최고가 되라>는 호기심이 피어오른다.

우선 저자도 최정예 공수특전사 출신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하게 만드는 것은 노르웨이와 같이 살기 좋은 선진국,

별로 고민 없을 것 같은 부국에서는 자기계발의 초점이 뭘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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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키워드

책의 핵심은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감정을 절제하라 이런류의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폭팔 시켜라가 메세지다.

왜냐하면,

생각은 나를 변화시키지 못한다고 가정한다.

변화를 이끌고 유지하는 것은 폭발하는 감정이 가진 힘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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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우라사와 나오키의 걸작 만화 <20세기 소년>의 강렬한 한 구절이 떠오른다.

20세기 소년은 어린 시절 농담 삼아 계획한 세계정복이 인류 멸망이라는 악몽으로 실현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 인류멸망을 주도한 사이비 교주 ‘친구’는 이런 대사를 한다.

‘꿈이란 최초의 충동을 지속할 수 있는 자만이 실현할 수 있다’

작심삼일을 깨부술 전략이다.

이 책의 중심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목표는 격렬한 감정과 결합해야 지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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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세 가지

천재는 만들어진다.

그것을 몸소 증명한 교육심리학자 라슬로 폴가.

평범한 여성과 결혼하여 천재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물론 청혼할 때 저는 천재 만들기 할 거에요 협조해 주세요 했다.

그 결과는 역사상 최연소 여성 체스 마스터 유디트 폴가다.

유디트 폴가 위의 두 언니도 역시 체스계 한 획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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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통제하는 법.

생각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질문이다.

마음속에 질문하면 답을 찾기 위해 한 곳으로 집중한다.

마치 통제 불능 날뛰는 소를 제압할 순 없지만,

최소한 붉은 천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달려오게 할 순 있다.

올드보이의 한 장면이 떠 오른다.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냐.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오대수를 풀어줬을까?’란 말야.

자, 다시!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딱 십오 년 만에 풀어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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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명문 구단 리버풀의 홈경기장 안 선수들이 입장하는 복도에 ‘This is Anfield’라고 쓰여있다.

글귀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이 글귀의 용도는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리버플의 전설적인 감독 빌 샹클리이 조금이라도 홈경기 승률을 높이기 위해 걸었다고 한다.

This is Sparta를 연상하는 강렬한 ‘여긴 안필드다!’는 상대 선수를 흔들기 위해서라 한다.

승부를 위해 정말 작은 차이를 가져가는 것.

내가 정말 못하는 부분이라 반성하게 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면,

난 악마를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을 정도로 디테일에 약하다.

전형적인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안 보려 한 게 아닐까.

‘This is Anfield’를 떠올리며 작은 차이,

디테일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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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 조심하라, 마음을 놓친 허깨비 인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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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이 좋아할 만한 책

‘위하여! 위하여! 위! 하! 여!’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술자리 건배사는 구호 형식이 많았는데,

요사이 그 자리를 괴이한 사자성어 형식의 건배사가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너!나!잘!해!

너와 나의 잘나가는 새해를 위해.

같은.

세 글자도 많다.

2010년 경만호 대한적십자 부총재를 한 방에 보낸 격 떨어지는 '오바마(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든지.

이런 족보 없는 사이비 사자성어도 있지만,

최근 임원들은 난해한 사자성어 인용하여 건배사를 한다.

구구절절 사자성어의 배경이 된 인문고전을 소개하여 지적인 면을 부각한다.

'I am your 임원!'

이 또한 경영진들 끼 경쟁이 붙어서인지 서로서로 더 어렵고 낯선 사자성어를 술자리에 데려온다.

나는 술자리에서 늘 이런 건배사를 들을 때마다,

벅찬 가슴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 지금 고기를 뒤집어야 해!'

그리고 집게를 들고 생각한다.

'근데 도대체 이런 사자성어는 다 어디서 나온 거람?'

‘이 양반들이 논어, 맹자 등 모든 인문고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진 않을 텐데’

이 궁금증은 마침 김영사에서 해결해 줬다.

<조심>이란 책으로.

촤르륵 훑어 보니,

사자성어 책이다.

게다가 임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두루 갖춘 사자성어 책이다.

우선, 사람들이 모른다.

두 번째, 그럴싸한 인문 고전을 기반으로 한다.

누가 들으면,

‘그런 것도 읽고 제법인데’ 생각할 만한.

셋째, 묵직한 메세지가 있다.

사자성어치고 묵직한 메세지 없는 건 없겠지만.

뭐 침어낙안 폐월수화처럼 여성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사자성어도 있군.

몇 개쯤 기억해 두었다가 나이 먹고 건배사에 써볼 만하다.

꽤 잘 자라준 꼰대 취급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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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는 세 가지

기억에 남는 세 가지 사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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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육폐

술 먹고 개 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는구나.

음주육폐는 명나라 때 사조제가 문해피사에 말한 음주의 여섯 가지 폐해다.

화성 여행도 가능할 21세기에도 너무 잘 통용된다. 

1단계 몸가짐 상의 패덕상의.

평소에 쌓아온 덕을 무너뜨리고 점잖던 거동을 잃게 된다. 

술 먹고 개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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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대인 상의 기쟁생흔.

없어도 될 다툼을 일으키고 공연한 사단을 부르는 것

.

3단계,

위학상의 폐시실사 공부에 힘 쏟아야 할 젊은이들이 때를 놓치고 할 일을 잃게 하는 원흉이 술이다.

술 먹고 학고, 투고, 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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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치가에 있어서 초도생간.

가장이 늘 취해 정신을 못 차리거나 걸핏하면 폭력을 휘드르니 그 틈에 도둑이 들고 간특한 일이 벌어진다.

‘EBS 남편이 달라졌어요’에서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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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 관리가 백성을 다스림에 있어 손위실중.

관장이 직임은 거들떠보지 않고 술 취해 추태를 일삼으니 위엄은 손상되고 무거움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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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계 위정 상의 전도착란.

책임자가 앞으로 고꾸라지는지 뒤로 자빠지는지도 분간을 못 하니 하는 일마다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될 게 뻔하다.

워싱턴DC 호텔에서 윤창중 전 대변인이 몸소 보였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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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매리

치수를 믿지 말고 네 발을 믿어라.

정나라 사람이 신을 사러 장에 갔다.

신발가게에 들어가서 신발을 사려던 순간 아차!

'여보게 내가 발 치수 적어둔 종이를 깜빡 두고 왔네. 내 얼른 가서 가져옴세'

오잉?

그는 어쨌든 집으로 돌아가 종이를 가지고 왔다.

하지만 신발 장수는 이미 가게를 닫았다.

Closed.

곁에 있던 이는 어이 없어 물었다.

'어째서 직접 신어보질 않았소?'

그는 말했다.

'자로 잰 치수는 믿을 수 있지만, 내 발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

내가 회의하다 느끼는 심정을 사자성어로 표현할 수 있구나! 생각이 든다.

특정 업무를 시간 내에 못 끝낼 것 같다며 대책 회의를 한다.

‘어떻게 끝낼 것인가’를 가지고 한 시간, 두 시간 회를 한다.

그 시간에 일해야 하는 게 아닌가?

.

.

.

열복청복

정약용은 사람이 누리는 복을 열복과 청복으로 나눴다.

열복은 누구나 원하는 그야말로 화끈한 복.

높은 지위에 올라 부귀를 누리며 떵떵거리고 사는 복이 열복이다.

청복은 욕심 없이 맑고 소박하게 한세상을 건너가는 것이다.

가진 것이야 넉넉지 않아도 만족할 줄 아니 부족함이 없다.

.

청복이 왜 복일까?

겸손하게 살면 복이 온다는 뜻이 아니다.

행복을 느끼기 위한 역치가 낮은 것, 인생 사는데 고정비용이 낮은 것도 복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풋사랑 때 상대와의 몇 글자의 문자, 몇 마디의 통화에도 뇌 속에서 도파민과 세로토닌 칵테일 파티가 밤새 열린다.

나이가 꽉 차고 결혼 적령기에 만남은 도파민, 세로토닌 칵테일 파티가 열리기까지 선제 되는 조건이 많아진다.

만족의 역치는 높아지고, 행복을 유지하는 고정비용이 높아진다.

청복을 가진 사람은 역치는 쉬이 높아지지 않고 적은 고정비용으로도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건 개인의 의지 문제라기보다 타고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진정 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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