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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PD의 여행수다 - 세계로 가는 여행 뒷담화
탁재형 외 지음 / 김영사 / 2014년 8월
평점 :
책은 우연히 들어왔다
책은 우연히 들어왔다.
내 선택 바깥 영역에서 흘러들어온 것이다.
받자마자 페이지를 촤르륵 넘기며 문장 사이를 샤샤샥 훑어 봤다.
팝캐스트 수다를 글로 옮겨 놓은 책이었다.
‘하~ 난 라디오 잘 안 듣는데.’
‘재미있으려나?’
우선 머릿속에서 툭 하고 나오는 생각은,
여행 책이라면 모름지기 시각적인 정보를 통해 ‘눈’을 노크하고 들어와야지,
‘귀’로 우회해서 들어오려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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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앉아 책을 펼쳤다.
편견.
편견의 순기능을 만난다.
마치,
나이 먹은 어른이 맏며느리감이라며 해준 소개팅 자리에 억지로 끌려갔는데,
의외로 미인은 아니지만 현대적으로 생긴 여성을 보고 화색이 돈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사진도 별로 없는 여행기는 재미없을 것 같은데’라는 편견 덕에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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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 읽으며
<꽃보다 청년>에서 감성 어린 꼰대들의 페루 여행을 보다 보니,
문득 요사이 관광은 했지만 여행은 못 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Sightseeing vs Travel.
아쉬운 마음에 기억 속에 파묻혀 있던 Art garfunkel의 Travelling boy를 찾아 들으며 <탁PD의 여행 수다> 책을 출퇴근 지하철에서 읽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VNJVz2Rg-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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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의 수다가 펼쳐진다.
Talk 1. 브라질_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놀지어다
Talk 2. 인도_ 충격과 공포에 대응하는 방법
Talk 3. 제주_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곳
Talk 4. 페루_ 나만의 풍경으로 기억되는 여행
Talk 5. 호주_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
Talk 6. 영국_ 여행할 것인가 VS 머물 것인가
Talk 7. 파키스탄_ 부디 지속 가능한 평화가 그들에게 찾아오기를
Talk 8. 이탈리아_ 폼생폼사, 그 당당한 멋에 빠지다
Talk 9.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_ 제대로 고생 = 제대로 여행
Talk 10. 뉴질랜드_ 즐기려는 자, D.I.Y.를 익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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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랑 시인 같은 사람들의 여행기의 다른 맛을 알았다.
사실 서점에서도 잘 안 가는 구역이다.
객관적 정보를 찾아보긴 했지만,
주관적 인상을 다룬 여행 책은 잘 안 봤었다.
근데 웬걸.
나름대로 맛이 있다.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이 그린 사실적인 그림이 아닌,
인상파 계열의 여행 책자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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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호주, 이탈리아 같이 내가 잘 알 거나, 가 봤던 곳의 등잔 밑을 제대로 밝혀 준다.
나 런던에 있어봤는데, 이런 면이 있었나?
이탈리아에 그런 도시도 있네.
반면,
파키스탄, 페루, 브라질 처럼 과연 평생 갈 일이 있을까 하는 곳은 동경의 눈으로 읽게 되더라.
파키스탄이 이런 곳이였구나.
페루는 <꽃보다 청춘> 때문에 친근해.
브라질 아~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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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게 된다면 다음 세 가지를 하겠어
책을 보고 다음에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하게 된다면 다음 세 가지를 하겠어라고 생각했다.
첫째, 사진 찍는 대신 그림을 그리기.
김한민 작가의 기억 담는 방법이었다.
사진을 찍고 휙 가는 대신 그림을 그린다.
풍경을 보고 또 보고며 눈으로 덧칠하고 손으로 기억할 수 있겠구나.
가방 한 구석에 붓 펜과 손바닥 스케치북을 준비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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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비경제적인 시간을 향유
체력이 넘치기에 여행지를 가면 죽자사자 돌아다니는 타입이다.
관광지로서도 의미도 없는 지역에서 관광관점에서는 철저히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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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여행은 사람이란다.
돌이켜보면 여행지에서 나를 둘러싼 풍경과 사물은 기억나는데,
현지에 있는 인물에 관한 기억이 별로 없더라.
사람을 피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딱히 먼저 악수를 청하진 않았더라.
다음 여행을 간다면 기억 속에 나를 둘러싼 풍경, 사물 그리고 인물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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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언제 갈지 모를 다음 여행지에서 나는 이렇게 해야지 결심을 하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점수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