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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철학 - 모든 위대한 가르침의 핵심
올더스 헉슬리 지음, 조옥경 옮김, 오강남 / 김영사 / 2014년 7월
평점 :
종교적 무신론자 보다도 덜한
<작가란 무엇인가>에서 옴베르트 에코는 종교에 대한 견해를 이렇게 밝혔다.
‘신을 믿진 않지만, 종교를 믿는다.’
종교에 대한 나의 입장은 이와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성당을 다니진 않지만,
아이에게 유아세례를 시킬 생각은 있다.
사실 불교, 이슬람도 상관없다.
종교활동을 전혀 안 하지만 아주 어렸을 때 세례를 받아서인지 성당, 신부님, 수녀님이 친숙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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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내가 종교적 무신론자일까?
딱히 종교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 말하는 ‘신성모독’에 격렬한 감정적 거부반응도 딱히 없다.
<영원의 철학>에 대한 서평을 쓰기에 앞서 종교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책을 읽는 과정은 나에게 고되었다.
뱀파이어가 마늘을 먹어야하는 그런 사상적 거부감 때문이 아니라 육식동물이 당근을 보듯 나는 종교적인 주제에 관심이 적다.
마치,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와 4층 여성의류 -그것도 중년 여성 의류- 코너를 도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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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 백화점은 정말 VVIP 최고급 이라는 것을.
<영원의 철학>은 자연의 본질적 아름다움, 삶의 본질적 의미를 각 종교로 부터 찾아가는 여행이다.
예를 들어, ‘구원’이라는 주제에 대해 도교, 유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각종 종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얘기의 공통점을 찾아 나서는 느낌이다.
내 비록 종교에 대한 식견이 없어서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인문, 종교, 철학, 역사, 문학 방대한 인용만 봐도 예사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깊이와 무게감에 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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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따라 살펴보자.
1 그대가 그것이다
2 근본바탕의 성질
3 성격, 거룩함, 신성한 화신
4 세상 속의 신
5 최고의 사랑
6 고행, 비집착, 올바른 생계
7 진리
8 정교와 기질
9 자기 이해
10 은총과 자유의지
11 선과 악
12 시간과 영원
13 구원, 해방, 깨달음
14 불명과 존속
15 침묵
16 기도
17 고통
18 믿음
19 신은 조롱받지 않는다.
20 종교로 인해 짓는 죄
21 우상숭배
22 감정에 호소하기
23 기적
24 의식, 상징, 성찬식
25 영적 훈련
26 끈기와 규칙성
27 묵상, 행위, 사회적 유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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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큰 그림 그리기
이런 다양한 주제를 여러 종교의 입으로 얘기한다.
한가로운 공원에서 각 종교의 대표들이 한 가지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의 책이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다르게 표현하지만,
종교마다 비슷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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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철학이 뭘까
게다가 책을 읽는 내내 <영원의 철학>의 정의를 못 잡았었다.
나에게 구원은 옮긴이였다.
옮긴이의 글이 이렇게 도움될 때가 없었는데.
옮긴이의 글을 읽고 다시 앞으로 가서 보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나름대로 알아낸 <영원의 철학>의 정체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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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철학이라 세계 대부분의 종교적 전통들이 공유하고 있는 세계관 인간관 윤리관으로서, 이들 모든 종교적 지식이나 원리들이 전제하고 있는 유일하면서도 보편적인 진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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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초월해서 전승되는 형이상학적 근본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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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위대한 영적 스승, 철학자, 사색가들이 채택한 보편적인 세계관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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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읽는 내내 낯설고 긴장된다.
영적, 은총, 불멸, 구원 이런 단어를 일상에서 안 쓰다 보니 -그렇다고 탈세, 불법, 권총, 마약을 자주쓰는 것은 아니만- 내가 알고 있는 뜻과 여기서 말하는 뜻이 맞는지 고민하게 된다.
읽다 보면 꼭 종교인을 위해 쓴 책은 아닌 듯나,
종교를 기반을 둔 인용이 많다 보니 종교에 대한 태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