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머니 - 나는 욕망의 월스트리트로 출근한다
케빈 루스 지음, 이유영 옮김 / 부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금융권을 꿈꾸는 자여, 읽어봐라.

금융권을 꿈꾸는 젊은 친구들에게 권한다.

최근 금융 업계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금융권을 지원하길 권한다.

머릿속에 있는 금융권이 그 금융권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진로 상담 메일을 받는다.

몇 몇 친구들은 금융권에 대한 과대평가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노란색 벽돌길 끝에 화려한 에메랄드 여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많이 틀릴 것이오.

금융위기는 모든 것을 바꿔놨소.

오즈의 마법사 처럼 에메랄드 여의도는 녹색 색안경 때문에 그리 보일 뿐,

금융위기는 금융권 시가총액과 함께 녹색 색안경도 날려버렸다.

하지만 금융권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아직 모른다.

금융위기는 판이 바뀌었다.

월스트리트 이야기, 시장의 마법사들 이야기, 화려한 투자은행 세계.

금융위기 전에 출간되었던 책은 의미가 없어 졌다.

이런 책을 보며 금융권을 꿈꾸다간 낭패올시다.

그래서 영머니를 추천한다.

먼저, 영머니는 금융위기를 걸친 사람들의 이야기다.

변화된 월스트리트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은 갓 금융권에 들어간 주니어들.

한국에 100% 적용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어보니 금융위기 직전 여의도의 화려했던 모습은 월스트리트의 아주 작은 축소판이라 해도 될 것 같다.

나 역시 금융위기 전후 걸쳐 이직을 했기 때문에 몇 개월 사이 급변했던 분위기를 몸소 체험했다.

읽으며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우와~ 정말 월스트리트 스케일을 장난 아니구나! 감탄하는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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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점 같은점

월스트리트와 여의도를 비교할 순 없다.

축구로 따지면,

프리미어리그와 3부리그 정도 차이라고 해야하나.

원화가 세계 외환시장에서 통용되는 수준을 생각하면 3부 리그도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책에 묘사된 월스트리트의 모습의 해상도를 낮추고 모자이크 처리하여 단순화하면 비슷한 점이 보인다.

세계적 무대를 한국 무대로 국한하고,

대규모 거래를 미니어처로 축소하면 닮은 점이 있다.

특히 금융위기 직전 여의도의 최전성기 모습이 보통의 월스트리트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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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머니를 읽으며 다시 한 번 느낀점은 졸업생이 직업으로서 대하는 월스트리트는 단순 금융권 이상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같은 경우 의사할래, 금융인 하래라고 하면 대부분 의사를 선택할 것이다.

자 우리 월스트리트 꿈나무들은 어떨까?

‘JP모건에서 여름 인턴 과정을 마치 리카르도는 월가를 동경하게 됐고 3학년 때 월가 진출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결국 의사가 되자는 꿈은 잠시 보류하고 졸업 뒤 JP모건의 인수합병 그룹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런 구절도 나오고,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진ㅎㄱ해 전문 직종 영역으로 갇혀 버리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우린 갇히고 싶은데!

이런 인재들이 불나방 처럼 월스트리트에 몰려드는데,

과연 토종은행이 세계적인 투자은행을 이길 날이 올까? 벌써 맥이 쭉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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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도 있는 위계질서, 꼰대 문화.

예전 외국계에서만 일한 사람을 보면 한국 금융권의 군대 문화에 대해서 끌끌 혀를 차곤했다.

책을 읽다 보니,

'그 양반 진짜 월스트리트 출신 맞어?' 의심이 드는 대목을 발견했다.

헬로 양키!, 수평적 조직은 무슨.

"애널리스트 1년차(머레이 힐과, 헬스 키친, 죠수아 트리), 2년차(이스트 빌리지, 켈시, 브래스 몽키)가 갈 수 있는 곳이 암묵적으로 정해져있고 어소시에이트 직급에 맞는 곳(웨스트 빌리지, 소호)이 있다." 98쪽

우리네 문화로는 너는 짬이 안되니 홍대가고 나는 짬이 되니 이태원가고 신사가고 그런 꼴이다.

월스트리트도 이런 군대같은 문화가 있는데 그 양반은 당췌 어디서 수직적 조직 운운한단 말인가.

상대적으로 한국 금융권이 훨씬 수평적인 것 같은데.

사는 곳, 마시는 곳, 먹는 곳에 대한 암묵적인 룰은 없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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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도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모습도 보인다.

얼마전 투자은행 신입들 연봉이 올랐다는 뉴스가 나왔다.

금융권이 다시 부활해서 인지 알았더니?

아니였다.

엄청난 업무량, 흠집난 도덕성, 무너진 전설은 우수한 인력들을 월스트리트에서 실리콘 밸리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투자은행은 신입 연봉 상승으로 그들을 잡으려 했으나 쉽진 않아보인다.

영머니 역시,

"금융업계 인력들은 기술 관련 기업들에게 쓸모가 많았다. 이들은 기술 관련 기업들이 치명적으로 결여하고 있는 재무 관련 업무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게다가 금융공학 분야 인력들은 통상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이른 공학도들이기도 했다. 거기다 강도 높고 치밀한 업무 환경에서 숙련된 인력이라는 점도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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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같을까?

비슷할 것 같다.

몇 년 전 금융이 잘 나갈ㄷ때,

삼성, 현대, 포스코 이런 대기업에 다녔던 사람들이 단지 금융권이란 이유만으로 소형 증권사라도 발을 닮그려 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몇 십, 몇 백 배 차이나는데도 말이다.

금융 바닥에 발가락이라도 담을 수 있으면 그 정도는 다 감수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그 안정적인 은행을 뛰쳐나와 미래가 밝아보이는 증권가로 이직을 감행했다.

지금 어떤가.

다르다.

심지어 은행과 대기업을 동시에 붙으면 거기로 가는 신입사원도 많다.

지금은 이상하지 않은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쳤다는 소리 들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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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에서 기술직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핀테크가 유행하면서 실제로 창업을 위해 나가는 친구들도 생긴다.

아마 도무지 금융은 과거 리즈시절이 올것 같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금융이 이제와서 성장률이 10%~20% 될 것인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는게 얼마나 활력이 되는지 모른다.

나 역시 금융업종 하루하루가 오늘보다 별로인 내일을 맞이 하다보니 마음마저 처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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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결론은 이 책 재미있게 봤다.

금융위기를 포탄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비유하자면,

이 책은 포탄이 떨어지는 장면을 멀리서 보는게 아니라.

떨어지는 포탄을 바로 아래 있는 사람 시선으로 보듯 묘사다.

나 역시 금융위기의 여진을 경험했지만,

어디까지나 여진이지 진원지에 있진 않았다.

진원지야 저 멀리 미국이니까.

당시 포탄이 떨어지는 미국 월스트리트 한 복판에 갓 들어온 신입사원의 관찰 카메라로 본 시점이 다소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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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문학 - 언어천재 조승연의 두 번째 이야기 인문학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2
조승연 지음 / 김영사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인문학?

인문학의 중요성을 환기하게 한 것은 스티브 잡스일 것이다.

원래 중요했었겠지 만.

그다지 돈이 되지 않아서 뒷전이었겠지.

근데 웬걸.

돈이 열리다 못해 돈이 펑펑 터져나오는 사과나무 관리인이 아이패드2 신제품 발표회에서 너무나도 멋지게,

"애플의 DNA엔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에 있다, 기술은 교양 과목(Liberal arts)과 결혼하여 우리 가슴을 노래하게 한다"

애플 제품을 사용하지만 스티브 잡스 그 자체에 그렇게 관심은 없었는데,

이 양반 스타일은 있네.

그렇다면,

맞수 삼성전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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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 <남자의 물건> 등을 쓴 유명한 저자이자 강연가인 김정운 교수가 <에디톨로지>에 삼성전자 강연 중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아직 한국에 들어오기 전 아이폰 부비부비에 푹 빠졌던 김정운 교수는 삼성전자 임원들 앞에 아이폰에 대한 극찬을 늘어놓았다.

보다 못한 한 임원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아이폰을 다 분해해서 조사해봤다. 겁낼 것 전혀 없다. 삼성 휴대폰에 기술적으로 전혀 상대가 안 된다. 게다가 중요 부품은 대부분 우리 삼성 거다.”

전자공학적으로 전혀 안 밀린다! 가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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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2014년 4분기 스마트폰 제조 업체의 성적비교표가 나왔다.

시선이 머문 곳은 영업이익률 부분.

애플 32.5%,

삼성 7.5%다.

100만 원치 팔면 애플은 32.5만 원 가져가고 삼성은 7.5만원을 가져가는 꼴이다.

아! 내가 애플 호구구나.

삼성전자 임원 말대로 기술적으로 전혀 상대가 안 될 수 있다.

이 차이는 뭘까?

전자공학을 파냐, 인문학을 파냐의 차이일까?

도대체 인문학,

이 리버럴 아트(Liberal art)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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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 있다

자, 왜 인문학이 Liberal art인가?

현대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도 이들은 대서양과 인도양, 거대한 사하라 사막을 촘촘한 그물망으로 잇는 무역 네트워크로 물자를 조달했다. 오로지 인력만으로 그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면서도 세계를 지배한 제국의 리더들은 오늘날 CEO들의 대선배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겪은 여러 시행착오와 성공 노하우들을 역사책과 서사시로 남겨, 후세들이 이를 익히고 배워 시행착오를 줄이고 단시간에 더 나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노예가 아닌 자유인들 남이 시키는 일이 아닌 자기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사람 들은 이런 지식들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본 지식이라고 해서 ‘자유기술Liberal Arts ,즉 인문학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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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고전과 경영, 비즈니스를 씨줄낱줄 처럼 엮은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있다.

워낙 여러 권을 읽다보니 소개된 인문학 소재(문학, 역사, 철학)가 많이 겹친다.

새로운게 없다보니 슬슬 이런류의 책이 질리고 있었다.

하지만,

<비즈니스 인문학>은 신선한 소재가 많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

바닥까지 가봤다고 생각하던 소재의 바닥을 다시 뜯어 다른 내용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돈과 탐욕에 관해서 매번 나오는 미다스(혹은 마이더스)의 손에 관한 것이다.

미다스는 뭐든 만지면 황금을 변하는 손으로 인해 저주 받았다고까지는 알고 있다.

그리고 보통 탐욕을 부리면 안되다는 교훈을 던진다.

<비즈니스 인문학> 저자는 한 삽 더 미다스 이야기를 판다.

황금으로 만드는 손이 무서운 저주라는 것을 깨달은 미다스는 신에게 빌어 이 초능력을 거두어 가게 했다. 그 후 물질에 대한 환멸을 느껴 숲으로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다가 죽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다른 접근으로 왜 ‘Greed is good’이 아닌지 설명한다.

돈을 가지게 되면 사람이 변하기 때문.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여러 심리학 실험 결과를 다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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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탐욕!

나쁘다!

왜냐하면 나쁘기 때문!

보다는,

탐욕도 문제지만 돈을 소유하면 돈의 노예가 된다.

‘왜 나쁘냐면’하고 역사에서 실제로 있던 사례를 끌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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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책 저책끼리 서로 상호참조하며 재탕삼탕하는 인문학 소재가 아닌 신선한 소재를 제시한다.

미다스 외에도 ‘어라, 이런 내용도 있었어’라는 새로이 알게 된 부분도 많다.

마치 조나단 스위프트의 풍자소설인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릴리펏편 만 읽고,

‘아이쿠 걸리버는 애들 보는 소설이네!’ 하다가 전편을 다 접한 후.

‘뭐야, 거인국도 있었고, 청공의 성 라퓨타도 있었고, 말인간의 나라 휘넘국 여행기도 있었어?’

이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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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든다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와 그를 뒷받침하는 풍부한 인문학적 소재.

특히,

나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역사, 문학, 철학 소재는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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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부분들은,

먼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영, 경제 단어의 어원으로 역사를 소개한다.

Finance는 왜 Finance인가?

영어에서 돈거래, 즉 금융을 뜻하는 단어가 Finance인데, 끝을 뜻하는 프랑스어 fin에서 금융을 뜻하는 단어 finance가 나왔다.

유럽 중세기에는 전쟁이 잦았고 전쟁은 대체로 포로의 몸값을 물어줘야 끝났기 때문에 Finance에는 돈을 주고 전쟁을 끝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돈은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목숨을 부지하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307쪽.

혹은, Capital이란 단어는 어디서 나왔는가?

르네상스 이탈리아 사람들은 사업 시작하는 데 꼭 필요한 종잣돈을 capital이라고 불렀는데 말 그대로 머릿돈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자본주의, 즉 capitalism은 원금을 제공한 전주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제도임을 분명히 한다. 297쪽.

그 외 노블레스 오블리제, Customer의 유래, 접대의 유래 등 어원에 얽힌 스토리를 읽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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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소개한 로버트 케네디의 전 상원의원 시절 GDP에 대한 연설에 영감을 얻어갔다.

금융업 종사자로서 GDP가 뭔지를 안다.

금융 관점에서 말이다.

케네디가 얘기한 GDP를 한 번 들어볼까?

미국의 GDP는 이제 8천억 달러가 넘었습니다. 그러나 8천억 달러 안에는 공기 오염과 담배 광고도 들어 있고, 고속도로에서 나는 교통사고라는 대량학살과 그 현장으로 달려가는 구급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둑을 막기 위한 특수 자물쇠와 그것을 부순 사람들을 수용하는 감옥도 포함되어 있지요 무자비하게 잘려 사라져버린 나무들과 정신없이 번져나가는 도시가 자연을 파괴한 것도 GDP 향상에 포함이 됩니다. 그리고 GDP는 백열탄과 원자폭탄과 도시의 폭동을 막는데 필요한 장갑차 구입비. 위트만의 총과 스펙의 단도와 어린아이들에게 장난감을 팔기 위해 폭력을 가르치는 텔레비전 쇼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건강, 그들이 받는 교육의 품질, 놀이에서 오는 기쁨은 GDP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우리 언어로 된 시의 아름다움과 좋은 결혼 관계의 영구성과 사회적 토론의 지적 가치와 관료 들의 정직함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유머 감각이나 우리의 용기도, 우리의 지혜와 지식도, 우리의 자비심과 애국심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GDP란 인생을 살 만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제외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재는 수치입니다. 미국의 GDP는 우리가 미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것을 다 빼고 미국의 나머지 부분을 다 합친 숫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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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량적(Quantitative) 개념을 정성적(Qualitative) 개념으로 치환 및 재해석하는 것도 흥미롭구나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금융공학과 파생상품의 숫자 이면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 해보고 싶어진다.

가령 파생상품의 가격은 수학모델에 의해  객관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와 거래상대방이 충분히 객관적이라고 인지하는 상태에서 유효한 가격이다.

이는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언급한 ‘상호주관성’ 개념과도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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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

이렇듯 기억해 놨다가 비즈니스 상황에 다양하게 꺼내서 써먹기 좋은 소재,

인문학으로 지적허세를 부릴 소재,

누구나 다 아는 진부한 소재가 아닌 새로운 소재들.

그것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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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고객 - 고객도 모르는 고객의 구매심리를 꿰뚫어보는 법칙
김경필 지음 / 김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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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다?
전통 경제학자들은 ‘예스, 그게 호모 이코노미쿠스’지!
반면,
경제학사에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학자들은 최근 기지개 켜며 다가와 말한다.
웃기네.
인간은 비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존재다.
자 이 개념을 경영의 세계에 가져와 보자.
기존 마케팅이론은 역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을 가정하고 만들어진다.
정말 그런가?
아이폰보다 얇디얇아진 지갑에 오른손을 얹고 합리적인 소비자 선서를 한 번 해보시라.
그 순간 인터넷의 바다가 갈라지며 지름신이 나타날 것이요,
한 손엔 카드 명세서,
한 손엔 상품을 들고 우리를 그윽하게 바라볼 것이다.
우리는 이성의 고객인가?
야성의 고객인가?
책의 짚는 포인트는 간단하다.
고객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다.
맞다.
그들은 이성에 길들지 않은 야성의 고객이다.
어떻게 그들을 잡아야 하나?
책이 말하는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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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고객을 찾아서

우리는 한 기업 안에서 일하는 구성원이면서도 퇴근 후에는 회사를 벗어나 한 명의 고객이 되어 구매 활동을 하기 때문에 고객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경제, 투자, 마케팅, 전략, R&D, 생산, 조직을 다루는 기업에 있을 때는 주로 이성으로 사고한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헌터(최근 유행하는 비오는 날 신는 여성 장화)를 준비하고 비가 오기를 기대하는 고객의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고, 헌터의 고객을 인식의 오류쯤으로 치부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고객으로서 우리는 비가 오면 헌터를 신고 기분 좋게 출근하지만, 사무실 안에서 우리는 ‘고객은 무조건 비 오는 날은 싫어할 것’이라는 이성적 판단을 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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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야생의 고객: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애덤 스미스가 말한 합리적인 인간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인가?
고객은!
고객을 모르는 대표적인 사례 하나를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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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야생 마케팅의 이해:기업에 요구되는 변화
인제 고객이 푸른 양복에 양 소매에 코스프를 단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기업 앞에 있는 한 손에 부러진 나무 몽둥이를 든 털북숭이 바바리언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우선,
기업부터 변해야 한다.
그들을 이해하자!
어떻게?
소리를 듣는 기술, 리서치에 대해 말하는 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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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야생의 사고와 마케팅 기술: 기업의 실천
신상품은 수요의 변화가 아니라 생각의 변화로 구매된다.
결국 동력은 브랜드다.
브랜드의 스토리가 야생의 고객을 끌어들인다.
하늘의 떠 있는 수많은 별.
별의 집합이 아니라 별자리처럼 만들라는 것이다.
곰자리, 사자자리, 백조 자리, 카시오페이아.
별자리에 이야기가 없었다면,
오직 천문학자만이 언덕 위에 밤하늘을 쳐다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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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을 때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게 된다.
왜 스티브 잡스가 절대로 고객 조사를 하지 말라고 했는지?
프랭클린 플래너보다는 몰스킨 노트를 찾는지.
에르메스 버킨이 왜 ‘우리 제품은 돈이 있어도 마음대로 살 수 없어’라고 콧대를 세우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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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음.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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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기 싫어진다

서평 참 쓰기 싫게 만드는 책이다.
블로그에 서평 몇 줄 올려본 사람이라면 더할걸.
이건 뭐,
원빈과 찍은 직찍 사진 속 자신을 볼 때의 기분을 느낄 것이다.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은 헤르만 헤세가 손 수 고른 책의 서평을 모아 놓은 책이다.
서평의 질이 다르다.
우리가 친숙한,
읽어봤을 법 한 <안드레센 동화집>, <호밀밭 파수꾼>, <데미안>, <걸리버 여행기>의 서평을 읽고 있자면,
과연 내가 같은 책을 읽었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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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사진과 같은 글이다.
왜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인가 싶지 않을 때가 있지 않나?
남산 올라가는 길은 오즈의 마법사의 노란 벽돌길이고,
안개 낀 충주호는 북유럽 신화의 배경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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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서평들을 읽고 있자면,
내가 책을 읽긴 읽었었나 라는 의심마저 든다.
하지만 이런 좌절감을 잠깐 잊고 있자면,
위대한 작가의 렌즈를 통해 작품들을 다시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단지 아쉬운 것은 여기 소개된 책을 대부분 못 봐서 내 시각과 비교를 할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소개된 책의 80%는 들어 본 적도 없어 읽은 척은 물론,
아는 척 허세 부리기 못 할 것들이다.
헤게가 극찬한 크누트 함순의 <시대의 자식들>,
피오나 매클라우드의 <바람과 파도> 등은 저자나 책제목이나 낯설다.
첫 장을 넘겨 거인의 어깨위에 새로운 세계를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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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몇 가지
인상 깊은 게 너무 많겠지만,
이 서평을 쓰며 떠오리는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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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헤세의 표현력.
글쓰기 충고 중 ‘형용사를 자제하라.’라는 것이 있다.
부사도 쓰지 말래,
형용사도 쓰지 말래 도대체 어떻게 표현하고 꾸미라는 것인가?
이 말 뒤는 이렇다.
‘형용사를 자제하고, 그 자리에 은유와 비유로 대체하라.’
헤세의 서평 곳곳에 이 말이 떠올리는 구간을 만난다.
도스토옙프스키의 책들은 주인공 이름을 기억하기 힘든 것도 문제지만,
책 전반을 관통하는 우울한 분위기 때문에 페이지 넘기는 게 곤혹이다.
이 우울한 기운에 대해 헤세는 어떻게 비유했게?
‘천 페이지에 이르는 이 작품에서 어디 한 군데도 태양이 비치지 않으며, 어디 한 군데도 나무나 풀이 푸르게 자라지 않으며, 황량한 교외의 술집에 갇힌 밤 꾀꼬리 말고는 그 어떤 새도 노래하지 않는다. 계절도 풍경도 없으며, 인간들은 페테르부르크의 안갯속에 제각기 격리되어 산다. 그들은 공기를 숨 쉬며 땅을 밟는 것 같지도 않고, 운명의 강물 속에서 절망적으로 허우적대며 헤엄치고 있을 뿐이다.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자명함, 선량한 미소, 그 어떤 태양도 이 세계에선 모두 사라져버린 듯하다.’
‘우울하다’를,
‘어느 한 군데도 태양이 비치지 않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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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아직 고전의 반열이 되지 않는 책에 대한 서평이다.
오늘날이야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은 읽어야할 대표적 고전으로 분류되지만,
헤세가 이 서평을 썼을 시점에는 카프카가 죽은지 10여년 밖에 안되었다.
고전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아직 글쎄.
당시 카프카의 대한 헤세의 평가는 어땠을까?
‘1920년 무렵의 문학작품, 심하게 흔들리고 상처 입은 세대의 문제 많고 흥분한, 때로는 황홀경에 사로잡힌, 때로는 경박한 문학작품을 1940년대에 관찰하고 또 선별하게 된다면, 다른 수 많은 작품들이 사라지는 가운데 카프카의 작품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소수에 속할 것이다.’
정말 카프카는 헤세의 예언데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소수가 되었다.
동시대 살았던 프라하의 사람들은 프라하를 ‘카프카의 고향!’ 이라고 생각하며 오는 관광객이 있을 거라곤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는 사후에 20세기 대표 작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헤세의 예리한 눈이 인상적이다.
그의 연필을 쥔 ‘손’뿐만 아니라 책을 쥔 ‘눈동자’에도 건배를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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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아쉬운 점
마지막으로, 1차 세계 대전 직후 러시아에 대한 인상이다.
나에게 러시아인 하면 떠오르는 것은 ‘보드카’, 인터넷 세계에서 거친 러시아인의 나라를 지칭하는 ‘불곰국’, 종합격투기 챔피언 ‘효도르’,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푸틴’이다.
20세기 초 헤세가 말하는 ‘러시아적 인간’을 들어보자.
‘위험하고 감동적이고 책임감 없고 그러면서 양심적이고 부드럽고 몽상적이며 잔인하고 깊이 어린애 같은 러시아적 인간’
‘대립들, 특성들, 도덕들을 넘어선 인간, 스스로 해체되어 장막 저편으로, 개체화의 원리 저편으로 되돌아가려는 인간이다’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지만 20세기 초 문학에서 러시아적 인간은 스펙트럼 양쪽 끝의 특질을 동시에 담긴 존재로 인식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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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아쉬운 점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아쉬운 점 하나를 꼽으라면,
물론 개인 편차가 있겠지만.
이 책은 서평을 모아놓은 책이다.
대상 책을 읽지 않았다면 서평의 맛을 제대로 못 느낄 수 있다.
책을 읽으라고 꼬시는 서평이 아닌,
읽었던 책을 다시 곱씹게 하는 도돌리표 붙은 서평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본인은 목차의 책 중 10%나 제대로 있었을까?
10%밖에 없는 미각으로 맛있는 고급 요리를 맛봐야 한다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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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
이외수.하창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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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게!

버티자!

‘존버!’

이외수+하창수의 신간 뚝의 소제목은 이외수의 ‘존버법’이다.

존버?

존버가 뭐지?

책을 펼치기 전에 한 참 검색했었다.

존버법이란게 뭘까하고 말이다.

이런,

존나게 버티자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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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은 하창수와 이회수 간의 질문과 답의 교환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이나 선불교의 선문답의 과정 같은 책이다.

이외수 씨의 팬이라면 좋아할 것이다.

125개의 온갖 종류의 질문과 답으로 이외수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다.

정답이 없는 질문이요,

질문엔 정답이 없다.

수학의 그런 말끔한 정답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넌센스 같기도,

스타워즈의 요다의 대답 같기도 하다.

‘포스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애초 답을,

길을 직접 안내하기보단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이끌려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이외수 씨의 팬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외수 씨와 그의 작품으로 라포(rapport)을 쌓지 못했다면 멍하니 검은 건 글자요,

흰 건 종이요 하는 기분으로 있을 수 있다.

안탑깝게도 내가 이외수 씨에 대해 아는 것은 머리가 길고, 수염 있다는 것?

이마저도 최근 암투병 때문에 잘랐다.

또,

부인이 미스코리아 출신 이라는 것.

이 정도 밖에 모르다보니 그의 답에 있는 감성적 부분을 읽어내기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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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책 속의 작은 코너 <이외수의 고전 옆차기 코너>가 재미있었다.

고전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이 엉뚱한 관점이 도드라져 보인다.

예를 들어,

개미와 배짱이 책에서 왜 모든 베짱이는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으로 나올까?

정말 바이올린 연주자도 엄청나게 노력하는데 말이다.

아이들에게 잘못된 편견을 심어 줄 수 있을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베짱이에 대한 나의 편견이 떠올랐다.

.

각 동화에 나오는 금기에 관해서 이런 얘기를 한다.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얘기도 마찬가지죠. 만약 따먹지 말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쳐다보지도 않았을지 모릅니다. 여기엔 인간이 지닌 ‘금기를 어기려는 요망이 관여합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인간입니다. 이 걸 위정자들은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합니다. 권유보다는 명령을 하는 거죠. "이런 이런 걸 하시오"라기보다는 ‘‘하지 마시오"라는 식으로 권력을 가진 쪽에서 늘 제약을 가하는 겁니다. 평등하지 못한 사회일수록, 의식이 덜 깨어 있는 사회일수록 이런 통제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맞아!

옛 금기에 대한 교훈이 너무나 많다.

어렸을 때 의문이 든 적이 있다.

왜 이런 규칙들을 만들어 주인공들을 곤란하게 할까.

왜 도와줄 때 이상한 제약 조건들이 있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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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책의 답들에 대해서는 아리송하지만,

질문들은 한 번 살펴 볼 만하다.

나중에 어떤 명사가 와서 ‘질문받겠습니다’ 할 때,

멋지게 손을 들고,

그럴싸하며,

대답하기 까다로운 이런 질문들을 해봄 직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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