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 머니 - 나는 욕망의 월스트리트로 출근한다
케빈 루스 지음, 이유영 옮김 / 부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금융권을 꿈꾸는 자여, 읽어봐라.
금융권을 꿈꾸는 젊은 친구들에게 권한다.
최근 금융 업계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금융권을 지원하길 권한다.
머릿속에 있는 금융권이 그 금융권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진로 상담 메일을 받는다.
몇 몇 친구들은 금융권에 대한 과대평가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노란색 벽돌길 끝에 화려한 에메랄드 여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많이 틀릴 것이오.
금융위기는 모든 것을 바꿔놨소.
오즈의 마법사 처럼 에메랄드 여의도는 녹색 색안경 때문에 그리 보일 뿐,
금융위기는 금융권 시가총액과 함께 녹색 색안경도 날려버렸다.
하지만 금융권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아직 모른다.
금융위기는 판이 바뀌었다.
월스트리트 이야기, 시장의 마법사들 이야기, 화려한 투자은행 세계.
금융위기 전에 출간되었던 책은 의미가 없어 졌다.
이런 책을 보며 금융권을 꿈꾸다간 낭패올시다.
그래서 영머니를 추천한다.
먼저, 영머니는 금융위기를 걸친 사람들의 이야기다.
변화된 월스트리트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은 갓 금융권에 들어간 주니어들.
한국에 100% 적용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어보니 금융위기 직전 여의도의 화려했던 모습은 월스트리트의 아주 작은 축소판이라 해도 될 것 같다.
나 역시 금융위기 전후 걸쳐 이직을 했기 때문에 몇 개월 사이 급변했던 분위기를 몸소 체험했다.
읽으며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우와~ 정말 월스트리트 스케일을 장난 아니구나! 감탄하는 부분도 있다.
.
.
.
.
.
.
.
다른점 같은점
월스트리트와 여의도를 비교할 순 없다.
축구로 따지면,
프리미어리그와 3부리그 정도 차이라고 해야하나.
원화가 세계 외환시장에서 통용되는 수준을 생각하면 3부 리그도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책에 묘사된 월스트리트의 모습의 해상도를 낮추고 모자이크 처리하여 단순화하면 비슷한 점이 보인다.
세계적 무대를 한국 무대로 국한하고,
대규모 거래를 미니어처로 축소하면 닮은 점이 있다.
특히 금융위기 직전 여의도의 최전성기 모습이 보통의 월스트리트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
영머니를 읽으며 다시 한 번 느낀점은 졸업생이 직업으로서 대하는 월스트리트는 단순 금융권 이상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같은 경우 의사할래, 금융인 하래라고 하면 대부분 의사를 선택할 것이다.
자 우리 월스트리트 꿈나무들은 어떨까?
‘JP모건에서 여름 인턴 과정을 마치 리카르도는 월가를 동경하게 됐고 3학년 때 월가 진출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결국 의사가 되자는 꿈은 잠시 보류하고 졸업 뒤 JP모건의 인수합병 그룹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런 구절도 나오고,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진ㅎㄱ해 전문 직종 영역으로 갇혀 버리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우린 갇히고 싶은데!
이런 인재들이 불나방 처럼 월스트리트에 몰려드는데,
과연 토종은행이 세계적인 투자은행을 이길 날이 올까? 벌써 맥이 쭉 빠진다.
.
월가에도 있는 위계질서, 꼰대 문화.
예전 외국계에서만 일한 사람을 보면 한국 금융권의 군대 문화에 대해서 끌끌 혀를 차곤했다.
책을 읽다 보니,
'그 양반 진짜 월스트리트 출신 맞어?' 의심이 드는 대목을 발견했다.
헬로 양키!, 수평적 조직은 무슨.
"애널리스트 1년차(머레이 힐과, 헬스 키친, 죠수아 트리), 2년차(이스트 빌리지, 켈시, 브래스 몽키)가 갈 수 있는 곳이 암묵적으로 정해져있고 어소시에이트 직급에 맞는 곳(웨스트 빌리지, 소호)이 있다." 98쪽
우리네 문화로는 너는 짬이 안되니 홍대가고 나는 짬이 되니 이태원가고 신사가고 그런 꼴이다.
월스트리트도 이런 군대같은 문화가 있는데 그 양반은 당췌 어디서 수직적 조직 운운한단 말인가.
상대적으로 한국 금융권이 훨씬 수평적인 것 같은데.
사는 곳, 마시는 곳, 먹는 곳에 대한 암묵적인 룰은 없잖어?
.
.
.
월스트리트도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모습도 보인다.
얼마전 투자은행 신입들 연봉이 올랐다는 뉴스가 나왔다.
금융권이 다시 부활해서 인지 알았더니?
아니였다.
엄청난 업무량, 흠집난 도덕성, 무너진 전설은 우수한 인력들을 월스트리트에서 실리콘 밸리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투자은행은 신입 연봉 상승으로 그들을 잡으려 했으나 쉽진 않아보인다.
영머니 역시,
"금융업계 인력들은 기술 관련 기업들에게 쓸모가 많았다. 이들은 기술 관련 기업들이 치명적으로 결여하고 있는 재무 관련 업무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게다가 금융공학 분야 인력들은 통상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이른 공학도들이기도 했다. 거기다 강도 높고 치밀한 업무 환경에서 숙련된 인력이라는 점도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책 중
.
한국도 같을까?
비슷할 것 같다.
몇 년 전 금융이 잘 나갈ㄷ때,
삼성, 현대, 포스코 이런 대기업에 다녔던 사람들이 단지 금융권이란 이유만으로 소형 증권사라도 발을 닮그려 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몇 십, 몇 백 배 차이나는데도 말이다.
금융 바닥에 발가락이라도 담을 수 있으면 그 정도는 다 감수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그 안정적인 은행을 뛰쳐나와 미래가 밝아보이는 증권가로 이직을 감행했다.
지금 어떤가.
다르다.
심지어 은행과 대기업을 동시에 붙으면 거기로 가는 신입사원도 많다.
지금은 이상하지 않은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쳤다는 소리 들을만 했다.
.
월스트리트에서 기술직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핀테크가 유행하면서 실제로 창업을 위해 나가는 친구들도 생긴다.
아마 도무지 금융은 과거 리즈시절이 올것 같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금융이 이제와서 성장률이 10%~20% 될 것인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는게 얼마나 활력이 되는지 모른다.
나 역시 금융업종 하루하루가 오늘보다 별로인 내일을 맞이 하다보니 마음마저 처지는 듯 하다.
.
.
.
.
.
.
.
결론
결론은 이 책 재미있게 봤다.
금융위기를 포탄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비유하자면,
이 책은 포탄이 떨어지는 장면을 멀리서 보는게 아니라.
떨어지는 포탄을 바로 아래 있는 사람 시선으로 보듯 묘사다.
나 역시 금융위기의 여진을 경험했지만,
어디까지나 여진이지 진원지에 있진 않았다.
진원지야 저 멀리 미국이니까.
당시 포탄이 떨어지는 미국 월스트리트 한 복판에 갓 들어온 신입사원의 관찰 카메라로 본 시점이 다소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