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문학 - 언어천재 조승연의 두 번째 이야기 인문학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2
조승연 지음 / 김영사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인문학?

인문학의 중요성을 환기하게 한 것은 스티브 잡스일 것이다.

원래 중요했었겠지 만.

그다지 돈이 되지 않아서 뒷전이었겠지.

근데 웬걸.

돈이 열리다 못해 돈이 펑펑 터져나오는 사과나무 관리인이 아이패드2 신제품 발표회에서 너무나도 멋지게,

"애플의 DNA엔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에 있다, 기술은 교양 과목(Liberal arts)과 결혼하여 우리 가슴을 노래하게 한다"

애플 제품을 사용하지만 스티브 잡스 그 자체에 그렇게 관심은 없었는데,

이 양반 스타일은 있네.

그렇다면,

맞수 삼성전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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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 <남자의 물건> 등을 쓴 유명한 저자이자 강연가인 김정운 교수가 <에디톨로지>에 삼성전자 강연 중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아직 한국에 들어오기 전 아이폰 부비부비에 푹 빠졌던 김정운 교수는 삼성전자 임원들 앞에 아이폰에 대한 극찬을 늘어놓았다.

보다 못한 한 임원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아이폰을 다 분해해서 조사해봤다. 겁낼 것 전혀 없다. 삼성 휴대폰에 기술적으로 전혀 상대가 안 된다. 게다가 중요 부품은 대부분 우리 삼성 거다.”

전자공학적으로 전혀 안 밀린다! 가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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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2014년 4분기 스마트폰 제조 업체의 성적비교표가 나왔다.

시선이 머문 곳은 영업이익률 부분.

애플 32.5%,

삼성 7.5%다.

100만 원치 팔면 애플은 32.5만 원 가져가고 삼성은 7.5만원을 가져가는 꼴이다.

아! 내가 애플 호구구나.

삼성전자 임원 말대로 기술적으로 전혀 상대가 안 될 수 있다.

이 차이는 뭘까?

전자공학을 파냐, 인문학을 파냐의 차이일까?

도대체 인문학,

이 리버럴 아트(Liberal art)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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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 있다

자, 왜 인문학이 Liberal art인가?

현대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도 이들은 대서양과 인도양, 거대한 사하라 사막을 촘촘한 그물망으로 잇는 무역 네트워크로 물자를 조달했다. 오로지 인력만으로 그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면서도 세계를 지배한 제국의 리더들은 오늘날 CEO들의 대선배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겪은 여러 시행착오와 성공 노하우들을 역사책과 서사시로 남겨, 후세들이 이를 익히고 배워 시행착오를 줄이고 단시간에 더 나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노예가 아닌 자유인들 남이 시키는 일이 아닌 자기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사람 들은 이런 지식들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본 지식이라고 해서 ‘자유기술Liberal Arts ,즉 인문학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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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고전과 경영, 비즈니스를 씨줄낱줄 처럼 엮은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있다.

워낙 여러 권을 읽다보니 소개된 인문학 소재(문학, 역사, 철학)가 많이 겹친다.

새로운게 없다보니 슬슬 이런류의 책이 질리고 있었다.

하지만,

<비즈니스 인문학>은 신선한 소재가 많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

바닥까지 가봤다고 생각하던 소재의 바닥을 다시 뜯어 다른 내용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돈과 탐욕에 관해서 매번 나오는 미다스(혹은 마이더스)의 손에 관한 것이다.

미다스는 뭐든 만지면 황금을 변하는 손으로 인해 저주 받았다고까지는 알고 있다.

그리고 보통 탐욕을 부리면 안되다는 교훈을 던진다.

<비즈니스 인문학> 저자는 한 삽 더 미다스 이야기를 판다.

황금으로 만드는 손이 무서운 저주라는 것을 깨달은 미다스는 신에게 빌어 이 초능력을 거두어 가게 했다. 그 후 물질에 대한 환멸을 느껴 숲으로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다가 죽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다른 접근으로 왜 ‘Greed is good’이 아닌지 설명한다.

돈을 가지게 되면 사람이 변하기 때문.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여러 심리학 실험 결과를 다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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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탐욕!

나쁘다!

왜냐하면 나쁘기 때문!

보다는,

탐욕도 문제지만 돈을 소유하면 돈의 노예가 된다.

‘왜 나쁘냐면’하고 역사에서 실제로 있던 사례를 끌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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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책 저책끼리 서로 상호참조하며 재탕삼탕하는 인문학 소재가 아닌 신선한 소재를 제시한다.

미다스 외에도 ‘어라, 이런 내용도 있었어’라는 새로이 알게 된 부분도 많다.

마치 조나단 스위프트의 풍자소설인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릴리펏편 만 읽고,

‘아이쿠 걸리버는 애들 보는 소설이네!’ 하다가 전편을 다 접한 후.

‘뭐야, 거인국도 있었고, 청공의 성 라퓨타도 있었고, 말인간의 나라 휘넘국 여행기도 있었어?’

이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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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든다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와 그를 뒷받침하는 풍부한 인문학적 소재.

특히,

나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역사, 문학, 철학 소재는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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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부분들은,

먼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영, 경제 단어의 어원으로 역사를 소개한다.

Finance는 왜 Finance인가?

영어에서 돈거래, 즉 금융을 뜻하는 단어가 Finance인데, 끝을 뜻하는 프랑스어 fin에서 금융을 뜻하는 단어 finance가 나왔다.

유럽 중세기에는 전쟁이 잦았고 전쟁은 대체로 포로의 몸값을 물어줘야 끝났기 때문에 Finance에는 돈을 주고 전쟁을 끝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돈은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목숨을 부지하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307쪽.

혹은, Capital이란 단어는 어디서 나왔는가?

르네상스 이탈리아 사람들은 사업 시작하는 데 꼭 필요한 종잣돈을 capital이라고 불렀는데 말 그대로 머릿돈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자본주의, 즉 capitalism은 원금을 제공한 전주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제도임을 분명히 한다. 297쪽.

그 외 노블레스 오블리제, Customer의 유래, 접대의 유래 등 어원에 얽힌 스토리를 읽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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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소개한 로버트 케네디의 전 상원의원 시절 GDP에 대한 연설에 영감을 얻어갔다.

금융업 종사자로서 GDP가 뭔지를 안다.

금융 관점에서 말이다.

케네디가 얘기한 GDP를 한 번 들어볼까?

미국의 GDP는 이제 8천억 달러가 넘었습니다. 그러나 8천억 달러 안에는 공기 오염과 담배 광고도 들어 있고, 고속도로에서 나는 교통사고라는 대량학살과 그 현장으로 달려가는 구급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둑을 막기 위한 특수 자물쇠와 그것을 부순 사람들을 수용하는 감옥도 포함되어 있지요 무자비하게 잘려 사라져버린 나무들과 정신없이 번져나가는 도시가 자연을 파괴한 것도 GDP 향상에 포함이 됩니다. 그리고 GDP는 백열탄과 원자폭탄과 도시의 폭동을 막는데 필요한 장갑차 구입비. 위트만의 총과 스펙의 단도와 어린아이들에게 장난감을 팔기 위해 폭력을 가르치는 텔레비전 쇼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건강, 그들이 받는 교육의 품질, 놀이에서 오는 기쁨은 GDP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우리 언어로 된 시의 아름다움과 좋은 결혼 관계의 영구성과 사회적 토론의 지적 가치와 관료 들의 정직함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유머 감각이나 우리의 용기도, 우리의 지혜와 지식도, 우리의 자비심과 애국심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GDP란 인생을 살 만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제외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재는 수치입니다. 미국의 GDP는 우리가 미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것을 다 빼고 미국의 나머지 부분을 다 합친 숫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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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량적(Quantitative) 개념을 정성적(Qualitative) 개념으로 치환 및 재해석하는 것도 흥미롭구나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금융공학과 파생상품의 숫자 이면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 해보고 싶어진다.

가령 파생상품의 가격은 수학모델에 의해  객관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와 거래상대방이 충분히 객관적이라고 인지하는 상태에서 유효한 가격이다.

이는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언급한 ‘상호주관성’ 개념과도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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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

이렇듯 기억해 놨다가 비즈니스 상황에 다양하게 꺼내서 써먹기 좋은 소재,

인문학으로 지적허세를 부릴 소재,

누구나 다 아는 진부한 소재가 아닌 새로운 소재들.

그것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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