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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 보풀랜드입니다 -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3
공지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8월
평점 :
오래전부터 인류는 많은 것을 연구하고 발견해왔다. 그만큼 우리가 알아내야 할 수수께끼도 많아졌고, 그 수수께끼를 해결할 방법들은 수없이 발명되었지만, 과연 그 방법이 도덕적인지, 정당한지에 대해선 확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톡톡톡’에서 독자에게 던지는 물음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낙태를 반대한다면, 왜 반대하는 것이고 찬성한다면 왜 찬성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 두 의견의 충돌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바로, 정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엄마를 찾으러 다니는 노랑 모자는 소설 뒷부분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던 아기이다. 바닷가에 위치한 동굴, 보풀 아지트에서 지내는 노랑 모자의 장면을 읽고 참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정말로,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아기들의 영혼이 한 군데에 모여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엄마의 자궁 속에서 지냈던 날들을 하루라도 기억할 수 없지만, 그 아기들은 엄마의 자궁 속에서 지냈던 날들만을 기억하는 것이다(심지어 그것이 그들 기억의 전부이다).
사실, 이 책을 덮으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낙태하지 말아 달라는 편지를, 낙태를 결심한 사람들에게 보낸다 해서 그들의 변심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당사자는 내가 아니므로 직접 개입하기에도 까다로운 문제이다. 그저 제삼자의 관점에서, 그들이 내린 결정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끝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린 결정에 대해 우리가 비판할 권리는 사실 없다고 생각한다.
‘생명을 죽이는 것은 도덕적이지 못하다’라는 문장 자체에는 결점이 없지만, 그 문장에 어떠한 수식어가 붙느냐에 따라 도덕적인지 아닌지는 판가름내기가 쉽지 않다. 만약 상대방이 나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면, 그 상황에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취한 정당방위는 저 문장 때문에 ‘매우 도덕적이지 못한 살인 행위’로 간주되어 버릴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와 문제를 단순히 저 한 문장으로 판결 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기에 아직도 충돌은 계속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책을 읽고 울어본 적은 ‘톡톡톡’이 처음이다. 분명, 결말에선 엄마와 재회한 노랑 모자를 묘사해주고 있었는데 그 장면에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소설의 마지막 두 문장, ‘모든 아이들은 어디선가 태어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가 담담하게 슬픔을 부각해준 것 같기도 하다.
애기 보풀들이 바다의 파도 소리를 자장가로 삼을 때, 나는 엄마의 심장 소리를 자장가로 삼았고 애기 보풀들이 평생 꼬마로 살아갈 때 나는 이미 열여덟 살이 되어버렸다. 분명, 판타지와 결합한 허구적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왜 나는 아직도 보풀 아지트와 슈가맨이 존재할 거라고 믿는 것일까. 그건 아마, 실제로 그 동굴이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동굴을 보고 지나간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회 속에서 은연히 은폐시킨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므로, 동굴이 존재하는 한 우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아기들을 위해 생각해봐야 한다. 달림의 언니가 아기를 낳지 못한 이유가, 단지 책임질 수 없는 나이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답을 찾을 수 없더라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반성해야 한다. 나는 미혼모, 달림의 언니와 상관이 없어-라고 단정 짓는 우리가 요요를 동굴 속에 가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