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
박솔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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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이야기보다 박솔뫼 고유의 문장이 더 많이 각인됐습니다. 지금까지 익혀온 글쓰기 이론과 어긋났기 때문입니다. 박솔뫼는 대체 어떤 책의 영향을 받았을지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증을 해소해 줄 책이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입니다. 챕터마다 책이 등장합니다. 책 한 권에 대해 이야기하다 다른 책까지 등장하니 독서 에세이를 읽는 기분입니다. 박솔뫼는 어떤 소설을 읽고 좋았는데 다른 어떤 작가가 떠올랐고 그 작가는 이러이러한 풍경을 보여주었고 그 풍경이라 하면 또 이 작가가 있는데 그와 나는 어느새 헤어진다고 밝힙니다.(62-63) 챕터마다 여러 책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한 챕터에 등장했던 책이 다른 챕터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읽었던 책이 연상되기 때문이겠지요.

 

박솔뫼는 소설을 쓰기 전에 여러 번 읽어본 소설을 다시 찾아 읽기도 한다고 합니다. 소설을 쓰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서요.(5) 여러 번 읽어본 소설을 계속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을 끝까지 읽으면 한 권의 책에 대한 박솔뫼의 감상 변화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책 한 권을 처음 읽을 때와 다시 읽을 때 달라지는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변화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변화합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접하는 내용이 변화합니다. 다양한 인풋을 통해 사고방식도 변화합니다. 자연스럽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뀝니다. 바뀌지 않는 지점도 있겠지요. 당연히 책 한 권을 여러 번 읽으면 낯선 지점이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 독서는 재회할 때마다 바뀐 자신을 느끼게 해 주는 매개체인 셈입니다. 이런 독서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을 추천합니다.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에 등장하는 책들을 읽은 뒤에 읽었다면 박솔뫼의 에세이를 더 깊이 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읽다가 공통으로 읽은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입니다. 감히 박솔뫼와 제가 공통으로 느낀 사항을 말하면 불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부 곁에서 벗어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요조, 자신과 같이 있을 때 정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요조, 자신과 떨어져 있을 때 정부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요조. 요조의 세상은 정부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구심점이 흔들릴 때 요조도 흔들리겠지요. 그래서 요조는 불안에 시달렸을지도 모릅니다. 박솔뫼는 요조가 느낀 불안을 토대로 다양한 정부의 모습을 연상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해 봅니다.

 

박솔뫼는 루시아 벌린, 데버라 리비, 리처드 부라우티건을 차례대로 언급하다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이 글을 쓰다 느낀 것인데 헤어진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어딘가에 있다. 여러 번 삼켜서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자신의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이다.” (66)

 

박솔뫼가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읽었던 책을 떠올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어쩌면 저도 여러분도 미지의 세계에 읽었던 책을 꽁꽁 숨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책을 그저 한 번 읽은 책으로 두지 않기 위해서 읽은 책 한 권을 골라보면 어떨까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쓰다 느낀 것인데 헤어진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어딘가에 있다. 여러 번 삼켜서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자신의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이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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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산다는 것 -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가 전하는 “서두르지 않는 삶”
피에르 쌍소 지음, 강주헌 옮김 / 드림셀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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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사적인 영역을 어떻게 관리하고 계시나요? 매일 만나는 사람이지만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하지 않기를 바라지는 않나요? 이런 마음은 사회생활이라는 명목 아래 개인이 감안해야 할 부분으로 일컬어집니다.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에게 요구하는 항목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회사에서는 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강조하는 걸까요?

 

회사에서 사원은 부서에 따라 각자 다른 업무를 수행합니다. 한 부서의 성과나 실패는 다른 부서에 영향을 줍니다. 만일 마케팅 부서에서 잘못된 카피 문구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은 상품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인식합니다. 상품뿐만 아니라 회사 브랜드 이미지까지 부정적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매출이 하락합니다.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집단에 손해가 발생하는 셈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에서는 회의를 실시합니다. 사원의 업무와 회사의 업무가 따로 놀지 않도록 관리하는 셈입니다.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자신이 맡은 업무를 확실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다른 부서의 보고를 똑바로 이해해야 합니다. 자신의 업무와 동료의 업무를 융합해서 공통 목표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업무에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 합니다.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위의 사례는 공적 영역입니다. 회사는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려고 같이 움직이는 장소입니다. 각자의 업무를 수행하며 이익을 얻는다면 충분한 장소입니다. 그런 장소에서 사적 영역을 끌어오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누군가의 가정사, 누군가의 연애, 누군가의 대인관계는 공적 영역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입니다. 이런 이야기에 적당히 맞장구를 치는 사람이 많겠지요. 사회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하면서요. 때로는 자신의 사적 영역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미운 정과 고운 정이 오갑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얽히면서 감정의 기복이 생깁니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됩니다. 당연히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책임을 다해 업무를 처리합니다. 업무에는 마감일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완성된 결과물은 최상의 결과물일까요? 그럴 확률은 낮습니다. 그렇다면 회사에서는 사원의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사람은 성향이 있습니다. 크게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나누어지지요. 100%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사람을 파악하는 자료로서 참고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성향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꼼꼼히 검토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대로 오류가 생기면 보완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단 일을 진행하는 사람이 잇습니다. 업무 방식이 다르니 업무 우선순위도, 업무 속도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마감일을 잘 지킵니다. 공적 영역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합니다. 사원들은 사적 영역을 나누지 않아도 같이 걸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시스템입니다.

 

물론 사적 영역을 공유하는 것도 좋을 수 있습니다. 사원들은 사적 영역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않습니다. 공통 화두인 업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눕니다. 업무의 진행상황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업무와 관련된 조언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성향을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과 업무 방식이 다를 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한 사원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결과를 내놓으려는 과정을 비웃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방식이 당신에게는 비효율적이라도, 그 사원에게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공적 영역에서는 업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가지만, 사적 영역에서는 업무 이외의 다른 이야기 때문에 대화에 서투를 수 있습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원은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걸어갑니다. 걷기 어렵다면 기어서 나아갑니다. 자신이 맡은 바를 이루기 위해서.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감당하며나아갑니다. 당신 역시 그렇지 않나요? 감당하는 무엇이 있지 않나요? 심지어 정을 나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하고 있지는 않나요? 당신은 괜히 정을 나눴다고 후회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왜 감당할 수밖에 없는 시선을 그 사원에게 보내고 있나요?

 

이런 현상은 사회에 생긴 모든 집단에서 벌어집니다. 반드시 정을 주고받아야만 집단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지낼 방법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그 방법을 선택했다고 해서 소문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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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3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3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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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영역이 있습니다. 영역을 다른 말로 풀이하면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분야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요. 그 영역은 자신과 맞을 수 있습니다. 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갈림길이 나왔을 때, 어느 쪽을 선택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높은 벽 앞에서는 벽을 뛰어넘을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기도 합니다. 고민과 방황은 영역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여기 한 청년이 있습니다. 청년은 아이돌 멤버입니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팬이 적습니다. 팬이 생기기를 바라며 무던히 노력합니다. 쿨한 이미지를 선보이기도 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때로 바보 같은 짓도 합니다. 아이돌 멤버로서 형성할 수 있는 이미지를 모두 시도해 봅니다. 그래도 팬은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다 이 편의점에 들릅니다. 편의점에서 청년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전략)... 스스로 잡초라고 했지만, 수많은 사람 속에서 선택받았으니까 지금 그 화려한 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 거잖아. (후략)....” (56)

 

맞습니다. 청년은 아마 오디션을 통과하고 연습 기간을 가진 뒤 데뷔까지 이루었습니다. 청년의 노력이 꿈을 이룰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해당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시험을 치릅니다. 객관적인 시험도 있고, 주관적인 시험도 있습니다. 그 시험들을 거쳐서 각자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셈입니다. 영역에서 머물기 위해 우리는 노력합니다. 처음 같은 실력을 유지하려고 반복하며 익힙니다. 영역이 변화하면 자신을 바꿉니다. 이 과정 속에 자신만의 이미지는 존재할까요?

 

어쩌면 청년도 우리도 영역 안에서 필요 없다는 이유로 가능성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능성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즐겁게 언급하는 무엇입니다. 자신이 기꺼이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무엇입니다. 자신이 길 위에서 조합할 수 있는 무엇이입니다. 청년은 이런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무작정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만을 추구했습니다. 물론 단점 보완은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그 과정만 반복하면 어떨까요? 힘듭니다. 청년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감을 잃은 이유입니다. 만약 청년이 영역과 자신의 본모습을 잘 어울리도록 조합한다면 어떨까요? 즐겁게 영역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자신을 억지로 꾸미려고 하지 않아도 이미지가 저절로 생깁니다. 그 이미지에 끌리는 팬도 생깁니다. 청년은 자신의 위기를 그렇게 극복합니다. 물론 그 힌트는 편의점에 숨어 있습니다.

 

여기 한 청년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습니다.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했습니다. 아무 곳에나 입사해서 살아가면 그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력서를 아무 곳에나 뿌립니다. 면접을 보고 회사에 입사합니다.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곳입니다. 그곳에는 메뉴얼이 없습니다. 사수가 있지만, 일이 바빠서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바로 실전에 투입됩니다. 거래처별로 일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업계 용어와 축약어도 어렵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청년은 기록을 좋아합니다. 업무 과정과 용어들을 기록하여 정리합니다. 수첩에도 정리하고 디지털에도 정리합니다. 회사 내부 서류와 별도로 자신이 알아보기 쉽게 데이터베이스도 만듭니다. 그렇게 업무에 적응합니다. 그 기록은 자연스럽게 후임을 위한 메뉴얼로 발전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영역에서 살아남은 좋은 예지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영역에 머물고 있나요? 그 영역에 머물기 위해 장점을 발전시키고 있나요? 아니면 단점을 보완하지 못해서 고민하고 있나요? 단점 보완만큼 좋아하는 무엇과 조합하는 방법도 중요하다는 것!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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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진화하는 페미니즘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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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아마 게임 또는 에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분은 아실지도 모르겠네요. 길드는 어떤 곳일까요? 주민들이 일을 의뢰합니다. 모험가들이 그 의뢰를 처리하고 돈을 받습니다. 길드는 의뢰에 등급을 매깁니다. 난이도가 낮은 의뢰, 난이도가 높은 의뢰가 있습니다. 길드는 모험가들에게도 실력에 따라 등급을 매깁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모험가들이 어떤 등급의 일을 하려고 해도 관여하지 않습니다. 이 시스템 속에서 길드는 모험가의 나이, 성별을 따지지 않습니다. 모험가가 이 길드에 가입할 실력이 있는지를 확인할 뿐입니다. 길드가 마을을 관리하고 지키기 위한 수단인 셉입니다.

 

이 길드를 현대 사회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작게는 지방자치단체가 있겠고, 크게는 국회와 정부가 있겠지요. 그러나 이 두 조직과 길드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습니다. 길드는 집단을 구분합니다. 이에 반해 국회와 정부는 집단을 구분합니다. 성별, 나이, 직업, 거주지 등에 따라 구분합니다. 구분한 집단별로 특성을 부여합니다. 이것의 취지는 특성에 맞게 제도를 구비하여 집단, 나아가 주민을 지키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신문기사를 보면 이 취지를 지키는 행보를 볼 수 없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를 많이 접합니다.

 

기사들을 읽다 보면 왜 이런 수많은 사건 앞에서 여성은 소리를 냅니다.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예방책과 철저한 규명, 죄의 무게에 맞는 처벌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여성들이 힘을 모아 통과한 청원을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사례의 총집합입니다. 굵직한 사건들을 예로 들면서 여성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시선을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는 자신이 겪은 시선의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습니다. 그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방법을 찾습니다. 그 방법은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여성주의 심리학이 아닐까요?

 

여성이기에 겪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생리전 증후군, 생리통, 출산 증후군, 출산 우울증 등이 있겠지요. 거기에 성폭력, 성희롱, 불평등한 관습, 임금 차별까지 더해집니다. 이런 요소가 얼마나 자신을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고 괴롭게 하는지 아무리 설명해도 진정으로 공감해 주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같은 여성 중에도 공감해 주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약물 치료를 권유하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약을 복용하면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겨서 괜찮아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이 그 방법을 모를까요? 아마 이미 약을 복용 중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아픔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공감을 바탕으로 다른 방법을 찾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성의 아픔을 지식으로만 아는 치료자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감하며 같이 방법을 찾아줄 치료자, 둘 중 어느 치료자가 환자를 잘 이해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요? 당연히 후자입니다. 저자는 치료자를 환자의 증언을 기록하고 경청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정의합니다.(156) 당연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마음을 보듬을 방법을 환자와 치료자가 같이찾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자의 치료자는 어떨까요? 약을 증량하거나 다른 약을 처방합니다. 아니면 스트레스를 줄이라고 권유합니다. 부정적 사고를 하지 말라고 권유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의 원인을 추적해 보면 어떨까요?

 

그 끝에는 아무리 의견을 제시해도 들어주지 않는 사회가 있습니다. 사회는 개인의 생활 속에서 원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사회 구조에서 발생하는 차이 역시 원인입니다. 사회가 사회 구조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이상, 심리 치료를 완치할 날은 오지 않습니다. 문득 4월에 읽었던 <정신병을 팝니다>라는 책 1권이 떠오릅니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정신질환을 사적 영역으로 발전시켰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 구조, 예를 들면 채용 불평등·임금 불평등·죄에 따른 형벌 불평등, 같은 문제를 사회는 외면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성은 같이자신의 일상을 발전시킬 여성 치료자를 찾아야 합니다. 더 나아가 같이제도를 공부하고, 활용하고,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는 진정성을 나눌 여성을 만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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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강보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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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젊은 작가상 수상집>에 실린 <바우어의 정원>을 통해 알게된 작가의 소설집입니다. <바우어의 정원>에서 는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불쾌감을 심어주지만 몹시 소극적 방법을 통해 돌려줍니다. 이 지점이 꽤 인상 깊었습니다. 다른 소설에서는 어떤 소극적 방법을 보여주는지 궁금증을 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적극적 방법을 선택하는 인물이 등장하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이 책을 읽은 이유입니다.

 

소설집에는 총7건의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모든 작품이 읽는 이의 사고를 자극합니다. 제가 받은 자극 중에서 한 편의 소설이 준 자극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오늘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하는 작품은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입니다.

 

는 훌쩍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지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뭅니다. 그곳에서 송기호, 오반장, 호경. 이 셋과 만납니다. 이 셋은 를 관광지로 이끕니다. 여러 곳의 관광지를 돌면서 식사비는 가 지불하도록 유도합니다. ‘는 그 모습에서 당연함을 느낍니다.(59) 이 당연함은 어떻게 형성됐을까요? 셋이 기반을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게스트하우스 특성상 단골보다 어느 한 때를 보내러 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방문자에게 낯선 공간이지요.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처럼 계획 없이 훌쩍 떠나온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관광 코스를 계획해 준다고 말합니다. 계획 없는 방문자는 편의를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비용을 지불하겠지요. 셋은 이 과정을 시스템으로 구축합니다. 더 자연스럽게 방문자를 끌어들이는 방법도 연구합니다. 시스템 안에서 셋이 각자 맡는 역할도 생깁니다. 이 시스템이 셋에게는 살아가는 기반입니다. 셋은 기반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서로를 견제합니다. 방문자가 있을 때는 덮어주지만요. 그것을 알아챈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바꾸고요. 이는 권력이 한 곳에 쏠려 있지 않아서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사회는 어떤가요?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나요? 이미 시스템은 구축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함께 지켜야 할 것, 어기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해 놓았으니까요. 안전한 일상을 지내기 위해서 기반을 다진 셈입니다. 그 기반을 어지럽히는 사람이 나오면 미리 정한 시스템에 따라 형벌을 내립니다. 시스템은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형벌은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을까요? 미디어에는 이름만 다르고 성별이 같은 가해자의 사건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왜 그럴까요?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렇게 했는 고작 그런 벌?’ 이렇게 학습하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주먹과 칼끝에는 강도 높은 벌을 받지 않을 거라는 오만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오만함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규칙은 시대의 흐름과 발전해 왔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규칙을 신설합니다. 때로는 기존 규칙을 개정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은 위 세 사람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문제라면 규칙을 형성하는 과정, 규칙을 해석하는 과정입니다. 규칙을 형성할 때 사회적 약자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될까요? 사회가 바뀌어도 과거 강자였던 사람이 그대로 강자로 남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규칙 신설 및 개정을 요구합니다. 강자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그 요구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받아준다고 해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행보를 보여줄 뿐입니다. 심지어 그 규칙조차도 지키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에 공감하고 같이 움직여줄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규칙을 해석하는 과정을 볼까요? 가해자의 성별에 따라, 권력의 힘에 따라, 경제적 지위에 따라 규칙을 불공평하게 해석합니다. 가해자가 권력과 돈의 무게로 아무런 벌을 받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낮은 형벌을 받고 끝나기도 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규칙을 바꾸면 뭐합니까? 피해자와 가해자의 계급을 가늠하며 자신의 성향과 맞는 쪽에 더 유리하게 판결하는 인물이 수두룩한 현실. 아무리 연대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 늘 장기전을 염두에 둬야 하는 현실. 이 현실을 바꾸려는 연대는 늘 장기전을 염두에 둬야 하는 현실. 이 현실을 권력자들이 깨닫게 하는 방법이 몇 년에 몇 번씩 돌아오는 투표일 뿐이라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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