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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
박솔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평점 :
박솔뫼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이야기보다 박솔뫼 고유의 문장이 더 많이 각인됐습니다. 지금까지 익혀온 글쓰기 이론과 어긋났기 때문입니다. 박솔뫼는 대체 어떤 책의 영향을 받았을지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증을 해소해 줄 책이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입니다. 챕터마다 책이 등장합니다. 책 한 권에 대해 이야기하다 다른 책까지 등장하니 독서 에세이를 읽는 기분입니다. 박솔뫼는 어떤 소설을 읽고 좋았는데 다른 어떤 작가가 떠올랐고 그 작가는 이러이러한 풍경을 보여주었고 그 풍경이라 하면 또 이 작가가 있는데 그와 나는 어느새 헤어진다고 밝힙니다.(62-63쪽) 챕터마다 여러 책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한 챕터에 등장했던 책이 다른 챕터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읽었던 책이 연상되기 때문이겠지요.
박솔뫼는 소설을 쓰기 전에 여러 번 읽어본 소설을 다시 찾아 읽기도 한다고 합니다. 소설을 쓰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서요.(5쪽) 여러 번 읽어본 소설을 계속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을 끝까지 읽으면 한 권의 책에 대한 박솔뫼의 감상 변화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책 한 권을 처음 읽을 때와 다시 읽을 때 달라지는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변화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변화합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접하는 내용이 변화합니다. 다양한 인풋을 통해 사고방식도 변화합니다. 자연스럽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뀝니다. 바뀌지 않는 지점도 있겠지요. 당연히 책 한 권을 여러 번 읽으면 낯선 지점이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즉, 독서는 재회할 때마다 바뀐 자신을 느끼게 해 주는 매개체인 셈입니다. 이런 독서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을 추천합니다.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에 등장하는 책들을 읽은 뒤에 읽었다면 박솔뫼의 에세이를 더 깊이 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읽다가 공통으로 읽은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입니다. 감히 박솔뫼와 제가 공통으로 느낀 사항을 말하면 ‘불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부 곁에서 벗어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요조, 자신과 같이 있을 때 정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요조, 자신과 떨어져 있을 때 정부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요조. 요조의 세상은 정부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구심점이 흔들릴 때 요조도 흔들리겠지요. 그래서 요조는 불안에 시달렸을지도 모릅니다. 박솔뫼는 요조가 느낀 불안을 토대로 다양한 정부의 모습을 연상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해 봅니다.
박솔뫼는 루시아 벌린, 데버라 리비, 리처드 부라우티건을 차례대로 언급하다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이 글을 쓰다 느낀 것인데 헤어진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어딘가에 있다. 여러 번 삼켜서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자신의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이다.” (66쪽)
박솔뫼가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읽었던 책을 떠올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어쩌면 저도 여러분도 미지의 세계에 읽었던 책을 꽁꽁 숨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책을 그저 한 번 읽은 책으로 두지 않기 위해서 읽은 책 한 권을 골라보면 어떨까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쓰다 느낀 것인데 헤어진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어딘가에 있다. 여러 번 삼켜서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자신의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이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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