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강보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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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젊은 작가상 수상집>에 실린 <바우어의 정원>을 통해 알게된 작가의 소설집입니다. <바우어의 정원>에서 는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불쾌감을 심어주지만 몹시 소극적 방법을 통해 돌려줍니다. 이 지점이 꽤 인상 깊었습니다. 다른 소설에서는 어떤 소극적 방법을 보여주는지 궁금증을 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적극적 방법을 선택하는 인물이 등장하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이 책을 읽은 이유입니다.

 

소설집에는 총7건의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모든 작품이 읽는 이의 사고를 자극합니다. 제가 받은 자극 중에서 한 편의 소설이 준 자극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오늘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하는 작품은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입니다.

 

는 훌쩍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지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뭅니다. 그곳에서 송기호, 오반장, 호경. 이 셋과 만납니다. 이 셋은 를 관광지로 이끕니다. 여러 곳의 관광지를 돌면서 식사비는 가 지불하도록 유도합니다. ‘는 그 모습에서 당연함을 느낍니다.(59) 이 당연함은 어떻게 형성됐을까요? 셋이 기반을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게스트하우스 특성상 단골보다 어느 한 때를 보내러 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방문자에게 낯선 공간이지요.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처럼 계획 없이 훌쩍 떠나온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관광 코스를 계획해 준다고 말합니다. 계획 없는 방문자는 편의를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비용을 지불하겠지요. 셋은 이 과정을 시스템으로 구축합니다. 더 자연스럽게 방문자를 끌어들이는 방법도 연구합니다. 시스템 안에서 셋이 각자 맡는 역할도 생깁니다. 이 시스템이 셋에게는 살아가는 기반입니다. 셋은 기반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서로를 견제합니다. 방문자가 있을 때는 덮어주지만요. 그것을 알아챈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바꾸고요. 이는 권력이 한 곳에 쏠려 있지 않아서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사회는 어떤가요?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나요? 이미 시스템은 구축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함께 지켜야 할 것, 어기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해 놓았으니까요. 안전한 일상을 지내기 위해서 기반을 다진 셈입니다. 그 기반을 어지럽히는 사람이 나오면 미리 정한 시스템에 따라 형벌을 내립니다. 시스템은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형벌은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을까요? 미디어에는 이름만 다르고 성별이 같은 가해자의 사건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왜 그럴까요?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렇게 했는 고작 그런 벌?’ 이렇게 학습하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주먹과 칼끝에는 강도 높은 벌을 받지 않을 거라는 오만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오만함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규칙은 시대의 흐름과 발전해 왔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규칙을 신설합니다. 때로는 기존 규칙을 개정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은 위 세 사람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문제라면 규칙을 형성하는 과정, 규칙을 해석하는 과정입니다. 규칙을 형성할 때 사회적 약자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될까요? 사회가 바뀌어도 과거 강자였던 사람이 그대로 강자로 남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규칙 신설 및 개정을 요구합니다. 강자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그 요구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받아준다고 해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행보를 보여줄 뿐입니다. 심지어 그 규칙조차도 지키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에 공감하고 같이 움직여줄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규칙을 해석하는 과정을 볼까요? 가해자의 성별에 따라, 권력의 힘에 따라, 경제적 지위에 따라 규칙을 불공평하게 해석합니다. 가해자가 권력과 돈의 무게로 아무런 벌을 받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낮은 형벌을 받고 끝나기도 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규칙을 바꾸면 뭐합니까? 피해자와 가해자의 계급을 가늠하며 자신의 성향과 맞는 쪽에 더 유리하게 판결하는 인물이 수두룩한 현실. 아무리 연대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 늘 장기전을 염두에 둬야 하는 현실. 이 현실을 바꾸려는 연대는 늘 장기전을 염두에 둬야 하는 현실. 이 현실을 권력자들이 깨닫게 하는 방법이 몇 년에 몇 번씩 돌아오는 투표일 뿐이라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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