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녀의 연쇄 독서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의 연쇄
김이경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겉표지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의 연쇄’라는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이 문구를 보자마자 저는 8월 달쯤 읽은 『소설 읽는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이 소설은 소설 읽는 4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그 예시도 보여줍니다. 그 중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알고 보면 훨씬 더 무서운 ‘한나절’』을 예로 제시하며 ‘보이지 않는 링크를 클릭하며 읽는다’는 부제목을 달아 방법을 이야기 합니다. 그 중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략)
원래 모리 오가이의 『한나절』은 어떤 소설이지?’라든가 ‘『한나절』은 언제 쓴 작품일까?’라는 등의 궁금증이 생긴다면 그것을 조사해본다. 작가 오가이의 작품 경향이 궁금하다면 그의 소설 몇 편을 찾아 읽어본다. 그것만으로도 한 번의 독서 체험이 줄줄이 가지를 쳐나가는 무수한 독서 체험의 통로로서 가능한 셈이다. (중략)
인터넷의 링크처럼 책장의 언어 하나하나에는 무한한 링크가 첨부되어 있다. 소설 속에 ‘한나절’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면 그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링크가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이다. 그것을 클릭해보느냐 마느냐가 한 번의 독서 체험의 두께를 크게 좌우할 것이다. (『소설 읽는 방법』138p~139p)
한 권의 소설을 읽고 그 속에 등장하는 소설을 읽게 되고, 그 작가에게 이끌려 다른 작품도 읽게 되는 현상. 이것은 마녀가 얘기하는 연쇄독서법의 공식 중 하나입니다. 마녀 역시 그렇습니다. 『마담 보바리』를 읽고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에게 이끌려 『감정교육』을 읽었고, 박지원의 『열하일기』, 『연암집』을 읽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두 작가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플로베르의 앵무새』, 『나의 아버지 박지원』 같은 작품으로까지 이어졌으니 ‘한 번의 독서 체험이 무수한 독서 체험의 통로’로써 가능하다는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얘기는 맞는 말 같습니다.
희한한 사실은 이 책 속에는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연쇄독서법 ‘책 속의 책 읽기’가 자주 등장하지 않습니다. 알고 봤더니 마녀의 계획이었던 모양입니다. 딱 한 챕터에서 ‘책 속의 책 읽기’를 시도하는데 워낙에 일반적인 연쇄라서 자제하려고 애썼다고 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글쓴이의 말을 읽어보니 잡지에 ‘마녀의 연쇄 독서 탐사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내용을 묶은 도서라고 합니다. 구독자들에게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이런 방법으로 다음에 읽을 책을 고를 수 있다고 제시하는 내용이니 되도록 흔한 방법은 자제하려고 했던 듯합니다. 제멋대로의 추측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저는 줄곧 한 번 읽고 마음에 든 소설의 작가를 중심으로 책을 읽어나가곤 합니다. 그런데 이외로 다양한 연쇄가 존재하더군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한 소설 속의 캐릭터가 리메이크가 될 때 그 캐릭터를 향한 궁금증으로, 어느 독서를 읽고 난 후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으로 다음 도서가 선정이 되더군요. 그 외에도 세세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연쇄가 일어납니다.
이 책을 읽을 때 좋은 점은 새로운 링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도서는 한 도서에서 다음 도서로 넘어가는 연쇄 이유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서의 감상도 기록돼 있습니다. 그 내용을 읽어 넘기다 보면 저도 모르게 이 책은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챕터들이 나옵니다. 그 챕터에 등장하는 소설은 따로 적어두었습니다. 새로운 연쇄독서법에 도전하게 되는군요. 도서 에세이를 읽다가 그 감상에 혹해서 책을 읽는 것, 이것은 어떤 연쇄일까요? 리뷰 연쇄일까요?
*위의 리뷰는 제 개인 블로그에 올린 내용과 동일합니다.
http://sady_46.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