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도록 7
윤지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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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안과 석린의 알콩달콩한 러브모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두 사람의 데이트 하는 장면에 페이지가 많이 할애되어 있네요. 그러나 만화를 읽다보면 이 커플이 커플인지 남매인지 영 가닥이 안 잡힙니다. 다른 순정만화에서 7권 정도면 삼각관계가 되기도 하고, 한 번 대판 싸우기도 합니다만 사귄지 얼마 안 되서 그럴까요? 하륜이의 말을 빌리자면 '영화볼 때는 영화 얘기하고, 밥 먹으면 밥 얘기하는 남매' 같습니다. 


 남매 같은 이 커플의 데이트는 꽤나 진지합니다. 미술관에서 '와~ 예쁘다'로 끝나지 않습니다. 희안이 폴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에 대한 상식을 이야기하고, 석린은 감상을 이야기합니다. 근데 그 감상이 꽤 끌립니다. 


*석린의 감상입니다. (만화를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그림과 함께 감상하세요!

 만화는 그림과 함께 감상해야 가장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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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잔이 좋은 건, 사과에는 표정이 없으니까.

 사과 자체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점이 좋아요.

 이브의 사과라서 원죄를 상징하는 것도 아니고 뉴턴의 사과라서 근대과학문명을 상징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먹는 사과나 오렌지.

 (중략) 사과가 사과만으로 그림을 가능하게 한다면 인간도 인간의 형태만으로 충분히 그림이 되고 예술이 될 수 있겠죠. 예쁜 소녀, 신화적 인물, 구구절절한 스토리를 가진 지친 사람이 아니라도. 사과는 사과인 것만으로 좋고, 사람은 사람인 것만으로 충분하고. 나는, 살아서 내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도 들어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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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는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 속에 존재하는 스토리가 중요해지는 시기입니다. 스펙보다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책도 언뜻 본 것 같으니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살다가도 지치는 이유이기도 하죠. 아무 의미 없이 그저 사과와 오렌지로서 감동을 주는 그림이라서, 그림을 보면 그저 자기가 살아 있다는 이유 하나로 가치있게 느껴져서 좋다는 석린과 그 내용에 동의하는 희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현실을 사는 사람들처럼요. 지금까지 해온 일이 문득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 그 순간에는 모두 사과이고 오렌지이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위 글은 제 블로그 http://sady_46.blog.me/140173351876 에 올린 글과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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