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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우연히 ㅣ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평점 :
내가 팔로우 하는 트위터 계정 중에는 소녀가 앉아서 책을 읽는 그림을 프로필 사진으로 쓰는 분이 있다. 그리고 그 계정에는 비밀 암호처럼 '658'이 들어가 있었다. 그 분을 팔로우한 계기가 도서이기는 했으나 이 책 때문은 아니었다. 일본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영향이 더 컸기 때문에 그 외의 글들은 그냥 넘겼고 의미를 궁금해했다. 그런데 무심코 본 트윗 안에 그 답이 있더라. '658, 우연히'라는 책 제목이었다. 물론, 그 계정이 이 도서제목에서 온 것인지 전혀 상관없는 다른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사소한 이유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모든 추리소설이 그러하듯 '범인이 누구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의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직접 읽고 느껴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은 분명 재미있다. 짜릿하다. 스릴이 가득하다. 이런 표현으로 이 소설의 감상 키워드를 쓰지 않을까 싶다.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이기에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난 '외로움'이 크게 다가왔다.
이 소설의 범인은 결국 극한 외로움 속에 살았던 인물이다. 물론, 주변에서 봤을 때 다 성장한 뒤의 그는 외로운 인물이 아니다.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괜찮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가 외로운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이유는 그의 성장과정 때문이다. 주인공 거니의 말을 빌리자면
'범인은 외로운 어머니와 함께 있던 어린 아이. 술에 취한 아버지. 비명과 피와 무력감. 그날 이후 평생에 걸쳐 치유되지 않았던 육체적 정신적 상처. 복수와 구원에 대한 살인적 망상. 그래서 어린 소년은 다섯 명을 살해하고 스무 명을 살해할 계획을 가진 미치광이 범인이 되었다.'(584p 원래는 범인의 이름이지만 아직 안 읽은 분들을 위해 바꾸었어요~ )
이 글만 봤을 때는 외롭지 않던 소년이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살해당하면서 육체적, 정신적 고충을 받은 듯하다. 소년은 어쩌면 어머니 못지 않게 외롭지 않았을까. 항상 일을 하느라 정신 없고 집에 있어도 알코올에 취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와 어린 자식을 감당해야 하는 어머니. 그 둘을 보면서 소년 역시 극도로 외롭지 않았을까? 그 둘 모두 자기와 있어도 행복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어머니라는 존재가 옆에 있어주었다는 사실만이 그 소년에게는 위안이 아니었을까. 극한 외로움 속에서 지푸라기처럼 존재하던 어머니를 잃었다. 그 후 더 극심한 외로움 속에 갇혔다.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그 외로움을 가시게 해줄 존재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계속 과거에 짓눌리며 망상하게 된 결과가 그 끔찍한 살인사건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장르소설에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 미치광이가 된 사람이 낯선 존재는 아니다. 그 이유가 언제부턴가 그런 사건이 자주 벌어져서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외로운 사람이 늘어간다는 사실이고 누구나 범인처럼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래도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외롭다고 느낄 때 떠오르는 누군가가 존재하고, 그 존재에 의지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기분 좋게 사회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새삼 외로울 때 누군가의 감상 속에 등장하는 그 분들께 감사를 표한다.
*제 블로그에 올린 글과 동일합니다. http://sady_46.blog.me/140167757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