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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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무너진 건물, 군인과 무기의 모습, 전투가 벌어진 지역과 변화, 피해를 수치화한 표. 전쟁 보도에서 주로 다루었던 내용입니다. 어떤 국가가 이기고 지느냐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국제 정세를 살피기 위해 중요한 점입니다. 그래도 그 수치에는 국가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사연이 쌓여진 결과물입니다. 개인의 공포, 개인의 두려움, 개인의 분노, 개인의 기도, 개인의 바람 등이 담겨 있습니다.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겪는 개인, 특히 여성의 감정을 다룬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입니다.

 

여성은 전쟁 앞에 희생되는 약자가 아니라 스스로 싸울 수 있는 자임을 증명하겠습니다. - 샤를로타

저는 여성을 지키기 위해 싸웁니다. - 세라피마

자유를 얻기 위해서. - 아야

 

소설 속 소녀들이 총을 쏘는 이유입니다. 세 가지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바로 여자는 강하다는 사실입니다. 샤를로타는 여성도 남성만큼 위험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세라피마는 약자를 지킬 수 있는 자리에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위치할 수 있다는 뜻을 포함합니다. 아야는 남녀 모두 원하는 자유를 논합니다. 이 이유들은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불현 듯 떠오른 것일까요?

 

한편, 미하일은 전쟁 상황에서 벌어지는 여성에게 행해지는 성폭력에 반감을 지녔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갈 무렵에는 자신이 여성의 몸에 올라탑니다. 자신이 외면하던 그 과정에 미하일이 가담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부대가 같이 여자를 범하려 할 때, 그건 전쟁범죄라고 지적하는 자가 있으면 영락없이 배척당한다는(401) 이유 때문일까요?

 

어쩌면 소녀들과 소년들은 평소에 억눌렀던 마음을 분출했을지도 모릅니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아무리 높아도 제대로 개선되지 않습니다. 하물며 몇 십 년 전 사회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남성에게 무시를 당하던 여성의 마음, 여성을 은근히 깔보던 남성의 마음이 제어 수단이 사라지면서 서로 충돌합니다. 이 대립이 독소전쟁에 녹아 있지 않을까요?

 

뉴스(ntv 뉴스)의 인터뷰에 실린 저자의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ただ本当現地みというのは地図数値にあるのではなくてわれてゆく々のにあります

다만, 현지의 진정한 아픔은 지도와 수치가 아니라 사라져 가는 개인의 생명입니다.

일본소설, 전쟁소설,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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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니라 뇌가 불안한 겁니다 - 최신 과학이 밝힌 뇌 유형별 회복 탄력의 비밀
다니엘 G. 에이멘 지음, 이은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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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었을 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혈액형이 무엇인지 많이 물었습니다. 혈액형별 성격에 맞추어 보며 어떤 사람이겠다고 추측하고는 했지요. 요즘은 MBTI가 대세가 됐습니다.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려면 오래 만나봐야 한다고 합니다. 상황, 상대에 따라서 드러나는 말과 태도가 다르니까요. 그러나 모든 사람을 오랜 시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습니다. 짧은 시간에 상대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스몰토크로 혈액형, MBTI로 상대의 성격을 파악하려는 거죠.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약간 들어맞는 부분도 있어서 관계를 수월하게 맺을 수 있으니까요. 여기 우리에게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습니다.

 

저자는 30여 년간 120개 국가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22만 장이 넘는 뇌 영상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뇌 유형을 총16가지로 구분합니다. 아래의 그림처럼.



책의 앞날개에 뇌 유형을 알아볼 수 있는 QR코드가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제 뇌 유형부터 알아봤습니다. 복합형 집요-예민-신중형이 나왔습니다. 환경, 상대에 따라서 제 감정이 변화한다는 뜻이겠지요. 여기서 궁금점 하나. 과연 이 테스트에서 단일형 뇌 유형을 받는 사람이 나올까요?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게 사람입니다. 한 쪽으로 크게 치우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궁금하네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혼자가 편한 사람들>(도리스 메르틴, 비전 코리아) 같은 내용을 떠올렸습니다. 자신의 뇌 유형을 알아보고 각 유형별 특징, 장단점,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풀어내는 참고서라고 생각했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2장에서 각 유형별 특징을 다루는데 단일형만 다룹니다. 복합형은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그래서 제 뇌 유형의 행복을 얻는 방법을 죄다 적고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1개 나왔습니다. 명상. 복합형도 같이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3장부터는 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다룹니다. 유형별 영양소, 보충해야 할 신경호르몬을 상세히 다룹니다. 뇌의 호르몬 분비가 과다해지거나 과소해지지 않도록 주의를 하라고 합니다. 16가지 뇌 유형에 어떤 영양소, 신경호르몬을 관리해야 하는지 디테일하게 다룹니다. 뇌의 물리적 기능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저자의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챕터라고 생각합니다.

 

후반부에는 모든 뇌 유형이 실천해 보면 좋을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소확행 하기, 자동적인 부정적 생각을 긍정적 사고로 바꾸기, ‘One Page Miracle’을 작성하기. 이 세 가지 방법을 예시를 들어가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기 때문에 혼자서도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One Page Miracle’에 적을 핵심 가치 찾기를 진행하는 중입니다. 삶을 네 영역(생물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가치를 찾는 과정입니다. 진짜 원하는 가치를 찾는 여정이 쉽지만은 않네요. 일단 한 달 동안 핵심 가치 찾기에 몰두하려고 합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One Page Miracle’을 다 작성한다면 공개를 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타인에게 공개하면 의지가 높아진다는 얘기도 있고요.

 

, 이제 당신의 차례입니다. 당신의 뇌 유형을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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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생각은 진실인가?
2,100퍼센트 확실하게 절대적으로 진실인가?
3. 그 생각을 믿을 때 기분이 어떠한가?
4. 그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기분이 어떠하겠는가?
5. 생각을 정반대로 돌려 정반대 생각이 사실인지 물어보자. 그 생각이 전실이라는 증거가 있는가?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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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사이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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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의무교육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왜 정해 놓았을까요? 한 사람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려면 갖추어야 할 능력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 가정 구성원이 같이 도와주고 지켜주는 셈입니다.

 

여기 별장에 모인 가족이 있습니다. 중학교 입시를 위해 왔습니다. 합숙까지 할 정도라면 중학교가 얼마나 대단한 학교일까요? 아니, 대단한 학교는 어떻게 규정하는 걸까요? 스펙에 도움이 되는 학교일까요? 적어도 나오토의 부모는 부와 명예를 끌어오는 학교를 좋은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부와 명예를 거머쥐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 속에 나오토를 밀어 넣습니다.

 

이 때, 나오토의 의견은 얼마나 반영이 됐을까요? 나오토는 아직 초등학생입니다. 경험과 지식이 부족합니다. 가치관, 신념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에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도 불가결합니다. 옆에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도와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보통 그 역할을 맡는 사람은 부모입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도 방심하고 놀아선 안 된다며? (중략)잘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모두가 마음을 놓을 때 같이 놓느냐, 그때 노력하느냐에 달렸다고. 그러니까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열심히 노력해 성적을 올려야 하는 거 아냐?” 235-236

 

위의 말은 나오토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한 말입니다. 부모의 이야기가 자녀에게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호오가 없습니다. 성적을 중요시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입니다. 경쟁을 당연시하고, 성적만 올리면 된다는 가치관이 형성됩니다. 이 상태로 나오토는 과연 어떤 삶을 살까요? 나오토는 부모가 알려준 길을 걸으면서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을 맞이할까요?

 

아마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자신의 호오가 확실해질수록 지금 걷는 길에 의문이 생깁니다. 초등학생 때, 참가했던 입시 합숙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일어납니다. ‘공부가 아닌 암기만이 전부였던 합숙. 합숙의 의미도 알아차릴 수도 있겠지요. 자신의 노력이 일종의 편법이었다는 걸. 편법으로 손에 넣은 부, 명예, 행복을 뿌듯하게 여길 수는 없습니다. 늘 죄책감을 가슴 한편에 두고 살아갈지도 모르겠군요.

 

히메가이코 별장에서 합숙했던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궁금해집니다. 부모를 따라 편법을 이용했던 자신의 행동에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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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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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akibooks를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번역서는 내년 즈음에 나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꽤 빠르게 번역서가 출판됐습니다. 문학동네에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43년 동안 무라카미 하루키 마음 속 서랍에 머물다 깨어난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하 <도시>)을 안 읽을 수 없지요.

 

서점에 가서 책을 발견했습니다. 몹시 두꺼웠습니다. 다 읽으려면 몇 개월은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미스터리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설에서 주인공 의 이름은 끝까지 나오지 않습니다. 끝날 때까지 로만 존재합니다. 어쩌면 는 이 챕터의 관장일지도 모르고, 저 챕터의 소년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게 만듭니다. 주인공의 정체가 궁금해서 앉은 자리에서 몇 백 페이지를 읽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은 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떠올랐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전장에서 쓰러진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말했습니다.

 

싱클레어, 내 말 잘 들어 봐! 나는 이제 그만 가 봐야 해. 너는 어쩌면 언젠가 나를 다시 필요로 할지도 몰라. 크로머나 아니면 다른 일들 때문에 말이야. 네가 나를 부른다고 해도 이제 나는 말을 타거나 기차를 타고 무작정 올 수는 없을 거야. 그러면 너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 그러면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데미안> 헤르만 헤세 / 286/ 위즈덤하우스

 

<데미안>의 모든 등장인물이 싱클레어의 심리를 드러내는 장치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데미안은 자신의 소임을 다 했으므로 싱클레어를 떠난 것입니다. <도시><데미안>의 마지막 장면의 순환 구조를 섬세하게 자세히 보여줍니다.

 

<도시>에서 는 벽에 둘러싸인 도시에 스스로 들어갑니다. 도시로 들어가기 위해 그림자를 분리합니다. 벽에 둘러싸인 도시에서 꿈을 읽는 이로서 지냅니다. 그러다 자신의 그림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림자는 웅덩이를 통해서 탈출할 수 있으니, ‘에게 다시 하나가 되어 나가자고 합니다. ‘는 웅덩이를 통해 그림자만 탈출시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림자와 웅덩이 밖으로 나가면 삶이 기다립니다. 다시 삶을 살 버팀목이 없습니다. ‘에게 꿈 읽기 작업만을 요구하는 벽에 둘러싸인 도시의 시스템에 더 기대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벽에 둘러싸인 도시에서 꿈을 읽는 이로서 계속 일하던 는 소년의 시선을 느낍니다. ‘는 소년으로부터 자신과 하나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는 소년과 하나가 됩니다. 그 때부터 소년과 같이 오래된 꿈을 읽습니다. ‘는 손의 온기로 꿈을 밖으로 부르고, 소년은 꿈의 의미를 읽습니다. 일체화가 진행될수록 꿈을 읽는 이로서의 역할 비중이 소년에게 기울어집니다. 이제 게 벽에 둘러싸인 도시에서의 역할이 사라진 셈입니다. 이제 도 촛불을 불어 끕니다.

 

독서일지, 일본소설, 무라카미하루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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