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과 마르가리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4
미하일 불가코프 지음, 정보라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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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같은 거대한 영화와 깊이 있는 연극 한 편 그리고,

제대로 된 소설을 합쳐둔 듯한 작품이다.

 

아주 오래 전에 장정일 독서일기에서 보고 목록으로 올렸던 것을

얼마 전 중고 서점에서 힘들게 찾아 기쁘게 안고 왔다.

 

다 읽고나서 '그 때 읽었더라면' 의 어리석은 욕심이 생겼을 만큼

놀랍고 지루하지 않은 대단한 작품이다.

이 책이 1920년대에 집필됐다는 사실 때문도,

작가가 독재정권 치하에서 판매 금지와 상영 금지,

공연 금지 등을 당했음에도 굴하지 않고 쓰고 또 쓰며 스탈린에게 편지를 보내

작가적 자유를 요구했다는 그의 의지 때문도 아니다,

그런 행동 때문에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면 그것은 거짓 명성의 다름아니기 때문이겠다.

 

팔십여 년이 지난 지금 봐도 도대체가 흠잡을 곳이 없다.

 

등장하는 모든 것을 별다른 구분 없이 나열하자면 이렇다.

 

지하철에서 보는 독자를 부끄럼도 잊고 깔깔대게 하는 SF,

악마 볼란드와 예수의 대결 구도가 아닌 상호 보완 구도, 즉

악을 행한 모든 사람은 볼란드의 손에서 이래저래 답이 내려지고

때로는 예수가 죄인을 부탁하는 경우까지 생기는 놀라운 시각,

본디오 빌라도의 이천 년 간의 오명을 벗겨 주고 싶어 그를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부당한 현실로 접어야 했던 작가 거장을 조건 없이 사랑해 악마에게 자신을 팔아 그에게

놀라운 미래를 대접해 주는 마르가리타의 맹목 사랑에 이르기까지.

이것 외에도 자잘한 즐거움이 많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을 위해.

 

우리의 작가 정찬 말고도 빌라도를 위해 변명해 주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 멋지게 살아 있었다니,

아니 반대로 생각해 보면 정찬의 '빌라도의 예수'는 어느 정도는 불가코프의 영향을 받은 것?

 

 

또한 책을 읽으면서 오타가 이렇게 즐거운 것은 처음이다.

단순히 단어를 틀리는 것이 아니라 번역자가 고민하다 썼을 단어에 대해

나 역시 찾아 보고 맞는 표현을 고치니 아래 나설 단어들은 앞으로 내 뇌리에서

얼마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1권

79쪽 익숙치 -> 익숙지

115쪽 맨 위 며칠 -> 몇일

296쪽 '젊은이는 가까이 있다!' 밑에 건체 -> 전체

 

2권

251쪽 칩뜨다 -> 치뜨다

     칩뜨다는 몸을 힘차게 솟구쳐 붕 떠올랐을 때 사용한다고 한다,

     눈은 칩뜨는 것이 아니라 치뜨는 것이라고.

 

참, 덧붙일 것이 있다.

작가 연보에 나온, 그와 맞지 않아 결별했다던 그 [스타니슬라브스키]!!!
그는 내가 연극학도였던 시절 연극계에 입문하려면 당연히

알고 시작해야 했던 연기론의 저자!!

만약 40년에 죽은 불가코프가 더 살았다면 그 역시 연극계의 대부가 돼 있었을까?

물론 아주 다른 문제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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