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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부엉이
사데크 헤다야트 지음, 배수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5월
평점 :
눈먼 부엉이 - 사데크 헤다야트 / 문학과 지성사 / 12000원
배수아의 번역작을 챙겨 보면 좋은 점,
새로운 작가를 소개받는다는 점.
이번 작가는 이란 태생 사데크 헤다야트.
어떤 고뇌가 그를 두 번의 자살로 끌어갔을까?
아직 그의 글을 접하지 않았지만 태생과 성향 모두 OK!
더 재미있는 사실,
배수아 그녀의 최근작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에서
자신이 번역하고 있던 또는 번역이 끝났을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를 오디오 공연을 통해 소개한다.
다음은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중 시인 여자의 대사
"헤더야트는 이란의 작가로 <눈먼 부엉이>는 그의 대표작이죠.
고통과 몽환으로 가득 찬 분위기와 염세주의 미학으로 이름 높은 작품입니다.
특히 작품의 곳곳에 등장하는 신비한 반복 진술이 환상과 초현실주의적 효과를
느끼게 합니다. 테헤란에서 태어나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공부한 헤더야트는
나중에 고국에서 평범한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인도를 일 년 동안 여행했고,
그때 <눈먼 부엉이>를 썼습니다. 그는 <변신>을 최초로 페르시아어로 번역한
카프카 번역가이기도 했어요. 그의 생애에는 알려진 자살기도가 한 번
있었습니다. 스물네 살이던 해 그는 파리에서 유학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카페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돌아가던 길에 그는 센 강변 으슥한 곳의
낡은 다리 위에서 물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마침 다리 아래의
보트에서 한 쌍의 연인들이 사랑을 나누고 있었던 것을 그는 알지 못했습니다.
남자가 즉시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가 익사 직전의 헤더야트를 구했습니다.
헤더야트는 수영을 할줄 몰랐으니까요.
그는 생전에 이란에서 문학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고 무명에 가까웠습니다.
그나마 그를 다룬 평론들도 그의 작품을 조롱하고 냉소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서구문학의 영향을 짙게 받은 작품 활동은 그의 입장을
정치적으로도로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었습니다.
1950년, 가까운 의사가 그에게 진단서를 써주었습니다.
테헤란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병에 걸렸다는 진단서지요.
그 덕분에 헤더야트는 이란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다시 파리로 갔고
1951년 4월 그곳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배수아의 번역작을 좇지 않으면 알지 못했을 재미로,
여기저기 왔다갔다 언어만 스스로 돌아다녀서 인물의 이름과 성별이 별로
중요하지 않던 그녀의 작품이 드디어 스토리와 제대로 만난 느낌이었다.
거기다 다음 작품을 제 작품 속에 갖다 넣는 장치까지!
번역가의 얘기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추리소설에서 쓰면 좋을 법한 쓰기 방식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
첫눈에 반한 소녀가 어느 날 필통 화가인 그의 방에 와서 죽어 있다.
그리고 죽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필통이 아닌 종이에 그린 뒤
그녀를 토막내 깊은 산 속에 갖다 묻는다.
거기다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는 곱추 노인의 도움까지 받는다.
물론,
추리할 필요 없이 마지막 즈음 스스로 상황을 밝히는 친절한 화자가 있는 작품이지만.
단 몇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초반에 작품에 중요한 모든 것이 나와 있다.
★ 포도주-코브라 독이 있어 마시면 금세 죽을 수 있다.
★ 곱추 노인-결혼 후 한 번의 성행위도 허락받지 못한 그와 달리 아내의 몸을 차지한
부러운 노인이지만, 아내의 수많은 젊은 애인들은 증오하지만 노인은 괜찮다는 화자.
★ 소녀-곱추 노인 앞에서 두 손이 묶인 채 춤을 추는 그녀는 상을 당해 어리둥절해 있는 그를
키스로 덮쳐 결혼해 놓고는 곁에 오지도 못하게 하는 그가 창녀라고 부르는 여자인 그의 아내.
★ 삼촌-어머니와 사랑에 빠져 어두운 방 코브라 독에 죽을 뻔하지만 어머니 덕에 목숨을 구한
화자의 둘째 아버지.
사건으로만 풀릴 듯하던 작품에 인물들이 나오고 나오고 또 나오는 묘한 작품.
처음으로 창녀를 갖던 날 그간의 그의 모든 고통이 해소됐지만
그녀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그의 마음이 이해된다면
나 이상한 건가?
★ 유일한 하나의 오탈자가 발견되다
111쪽 밑에서5줄 : 콧망울 -> 콧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