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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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 은행나무 / 12500원

 

정서적으로 그녀가 더 우월하고 성숙하다 여기는 남자와

그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상처'나 '바쁨'에게 돌리는 여자의 사랑,

아니 연애 이야기.

이론과 현실을 적절히 조화시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이론,

예를 들면 데카르트, 파블로프, 헤겔, 하이데거, 후설 등의 이론을

커플의 행동과 심리에 들이대서 관계를 풀어나가는 형식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과 같은 대목은

국적을 불문하고 불알을 단 것 들에겐 모두 들어맞는 얘기가 될 수 있겠다.

 

남자에게는 애인 이전에 어머니가 있다.

그런 면에서 모든 남자는 동등한<사실은 학대하는> 관계 이전에

전능한 어머니에 맞서 무력한 아이 노릇을 경험한다.

에릭의 어머니는 힘이 넘치는 여자로, 어릴 때는 좀 무서웠다.

그녀는 엄청난 기운으로 아들 넷을 키웠다.

몹시 현실적이었고, 손수 바짓단을 늘리고 가벼운 치료도 했으며, 잼을 만들고 케이크를 구웠다.

또 숨 막히게 하는 구석이 있었고 걱정이 많아서, 아들들의 목도리나 스웨터가 넉넉한지,

약은 먹었는지, 숙제는 했는지 늘 노심초사했다.

어머니 때문에 에릭은 간절히 독립을 원했다.

소매에 단추를 단 셔츠에 정장을 입고, 택시 기사에게 팁을 주고,

사업상 명함을 갖고 다니는 지금도, 여자들에 대한 그의 태도에는

학교 앞에서 뽀뽀를 하고 외투를 여며주려는 어머니를 밀어내는 남자아이 같은 구석이 있었다.

 

전 작품에서보다 그림과 표를 통한 반복설명이 많아졌고,

그 덕에 내용이 훨씬 흥미있게 전달됐다.

 

324쪽에 보면 언뜻 보면 그저 성의 없게 어떤 말에 대한 대답을

화살표로 대충 그려놓은 듯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같은 사람이 다른 상대와 대화하는 상태를

나무에서 뻗어나간 가지에 비유해 설명한 것이다.

호응도와 대답에 따라 대화의 가지가 매우 풍요로워지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하는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더라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힘과 설득력이 있는 글이다.

 

336쪽에서는 '창작'과 '고통'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고통에서 창작이 나오는 것인지, 창작을 하려는 자체가 고통스러운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논쟁거리로도 충분한 소재가 되는 부분이다.

언제 심심한 자리가 생기면 한 번 해봐도 좋을 듯.ㅋㅋ

 

혼자서 열심히 오해하고 노력하다가 나가 떨어지는 앨리스.

그걸 몰랐던 에릭의 자만이 죽어 없어져도 앨리스는 그의 옆에 있을 수 없는 그것,

바로 사랑의 유효기간이라는 잔인성이 아닐까 싶다.

 

헤어지자고 말한 앨리스,

냉소적인 사람은 너무 많이 바라고 너무 오래 기다린 사람을 뜻했다.

그의 사랑고백은 앞으로 혼자 밤을 보내야 하고 또 신경질을 부릴 대상이 없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남자의 반사적인 반응이 아닐까?

라고 남자의 연애를 작가는 이렇게 결론짓고 있었다.

어쩐지 남자를 죄인으로 몰아가는 분위기.

마음에 안 든다. 

둘이 한 사랑에 어째서 한쪽만 죄인이 돼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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