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변화 - 상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결혼의 변화에 대해 (다른 단어들을 찾아 조합해 보고 싶었지만 찾지 못했다, 아니 내가 게을렀다.)

여자 측 화자와 남자 측 화자가 나타나 당시의 상황과 심정을 친구에게 말하듯 쓰여졌다.

친구라는 존재는 그저 쓰기 위해 필요할 뿐 구체적이지 않고,

편지체를 벗어나기 위한 방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장소나 상대방에 대한 묘사가 완전히 빠져 있다는 뜻이다.

 

남편 입장에서의 글이 잘 읽히지 않는다.

명확하지 못하고 자꾸 명확함 주위를 뱅뱅 돈다는 느낌이 든달까?

아무튼 상권의 느낌은 그랬다.

계속되는 남편 이야기가 있는 하권을 기대해 보자.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었다.

흔히 말하는 식스센스 정도의 반전이라고나 할까.

그것도 독자에게 속하는 반전일뿐 책 속 인물에게는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사실에 불과한 것이 반전으로 느껴질 수 있을 줄이야.

 

3부에서 이어지는 유디트(남편이 두 번째로 결혼한 하녀)의 부분,

특히 자신이 겪은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침대에서, 드럼을 친다는 애인에게 들려주는데

아주 지루하기 짝이없다.

남은 분량을 꽤나 자주 확인하게 만드는 책은 드물었는데 아주 슬픈 일이다,

또한 책의 끝에서 그 부분을 극찬하는데

쓰여진 해가 그렇게 오래 전도 아닌데 이 정도의 글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지들끼리의 잔치는 역겹기까지 했다.

 

책이 거의 끝날 무렵 페터의 생의 증인

(작가는 인간에게는 꼭 단 한 명 자신을 모두 이해하는 상대가 있는데 그것을 증인이라 불렀다),

작가와 유디트가 함께 지낸 시절의 얘기가 있는데,

지갑 없이 돈다발을 안주머니에 넣고 계산할 때는 돈다발을 몽땅 꺼내 값을 치르는

그가 꼭 신문지에 현금을 둘둘 말아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한꺼번에 꺼내

술값을 치른다는 장정일과 닮은 것으로 보아 어쩌면 장정일이 작가의 캐릭터를 좇은 게

아닐까란 신기한 생각을 하게 했다.

 

다음은 유디트의 이야기.

여자들은 노년에 접어들면 마음의 중심을 잃고서 호르몬제를 삼키고

두껍게 화장을 하고 젊은 남자들을 낚으려 드는데,

그와는 반대로 나이 들어가면서 미소를 머금는 남자들이 있어.

미소를 지으며 늙어가는 남자가 여자들한테는 원기 왕성한 남자보다 더 위험할 수 있어.

영원히 변함없으면서도 영원히 긴장감 넘치는 남자와 여자의 싸움에서 그런 경우에는

남자가 더 이상 욕망에 휘몰리지 않기 때문에 더 강자일 수밖에 없지.

그의 육신이 좌지우지하는 게 아니라 그가 자신의 육신을 마음대로 다루거든.

짐승들이 사냥꾼을 감지하듯이, 여자들은 그걸 느끼기 마련이야.

우리 여자들은 남자들을 고통에 시달리게 할 수 있는 동안에만 지배할 수 있어.

우리가 남자들에게 달콤한 빵과 채찍을 내밀었다가 다시 거두어들여서 남자들이 울부짖으며

편지를 쓰고 협박을 하는 동안에만, 우리는 마음 편하게 동네를 산책할 수 있어.

우리에게 아직 힘이 있기 때문이지.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남자들이 더 강자야.

하긴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아.

나이를 먹는 것과 노년은 별개의 일이야.

결국 남자들이 어린아이처럼 되어서 우리 여자들을 다시  필요로 하는 시기,

노년이 오기 마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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