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전당포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지각을 할 뻔했던 목요일.

이 와중에도 여유를 잃지 않고 책을 끼고 오시는 강사님,

하는 소리와 함께 내게 모든 시선이.

" 무슨 책이에요?"

" 대머리의 머릴 핥아 주는 그런 책이에요."

 

옷을 벗느라 내던진 책 제목을 보고는 모두들 끼악하고 웃는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신 걸까?

그들은.

 

일월은 중국에서 온 편지를 희곡으로,

고르비 전당포는 보트하우스를 희곡으로 꾸민 것.

 

희곡으로 당선을 해놓고 시를 쓰더니,

소설이 대부분 영화화되어 소설보다는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작품을 쓴 그는,

사실 극작가에의 애정이 가장 크다고 한다.

 

자신의 소설 두 편을 보란듯 희곡으로 바꾸어 쓴 그를 질투한다.

진나라에서 1200년을 훌쩍 뛰어 넘은 원대에 다시 잡극으로

낳아 재정리하는 그의 작가적 능력을 질투하고,

자기 새끼를 설명하길 꺼려하는 작가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보란듯이 넣어둔,

그에게서 태어난 작품해설을 질투한다.

 

그의 글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그동안 읽은 그의 글을 아예 이해하지 못했거나,

그를 이해하고도 감동했던 내 독서의 깊이가 얕아져 그랬으리라.

 

자신의 전 작품을 변명하는 후속이 없길 그에게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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