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와 이발사
에트가 힐젠라트 지음, 배수아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막스 슐츠,
창녀의 자식이자 유아 강간범의 의붓아들이며 돌대가리 쥐새끼인 그에게 붙은 새로운 명칭,
유식한 도련님.

 

다섯 아버지를 가지고 있는, 유대인 이발소의 유대인 아들과 학교를 다니며, 두터운 친분 덕에
모든 것을 함께 했던 막스 슐츠는 20만 명의 유대인을 죽이는 일에 합세하고,
보통 사람은 경험할 수 없는 다섯 개의 0을 하나씩 줄여 가며 사람을 처리하는 일에 대해
일인칭 해설자인 그는 그 일이 어떤 일인 줄 아냐는 질문을 던진다.
자칫 정신을 놓으면 몇을 죽였는지 까맣게 잊을 수도 있어 되돌릴 수도 없는 그 일을..

살기 위해 선택을 하고 경험을 하는 막스 슐츠.


홀레 부인의 남편인 귄터와 함께했다가 혼자만 살아 돌아온 그는
결국 승자에게 붙어야 잘 산다는 진리의 명목 하에
자신이 죽인 친구 이치히 핀켈슈타인이 되기로 한다.

 

일인칭 해설의 한계가 부담스러웠던지 4부에서는 현재의 이치히가 진짜 이치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부분은 그에 대한 죄의식인가~아니면 당당함인가~

 

저자가 말하는 랍비~
막스 슐츠가 패자보다는 승자에게 붙어야 살기 편하다는 이유를 가지고 여러 역할을 해 냈듯
랍비 역시 역할이라고 몰래 말하는 듯한 느낌이 자꾸.
백 명의 아이에게 독극물 주사를 놓던 막스 슐츠가 같은 손으로 재료만 비타민으로 바꾼 채
자원 봉사를 하는 것 역시 막스 슐츠 인생에서의 역할이듯.

 

얼굴을 보면 단번에 '나는 유대인' 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막스 슐츠의 진정한 유대인 되기의
마지막 장소, 팔레스타인.


처음부터 그냥 나오는 인물이 아닐 것이란 확신을 줬던 볼프강 리히터 판사,
흔적이 없이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그의 재판을 위한 재판.
그것도 막스 슐츠의 고백에 의한 재판.
굉장히 남는 부분인데 옮겨 적지는 못할 듯해 서운하다.

 

누가 승자고,
누가 패자고,
누가 죄인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우리는 그냥 계속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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