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우울증 - 수줍음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
크리스토퍼 레인 지음, 이문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서문

 

옛날엔 '사내 녀석들'이라고 불리던 아이들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라는 정신병 환자로
불리게 된 이유가 미국 정신분석학자들 덕분이고, 이는 DSM진단이라는 기준을 마련해 보편화됐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 '만들어진 우울증'은 과거 주요 인사들 사이에 오갔지만 발표되지 않은
접근이 불가능했던 서신과 문서, 메모 등 미국 정신의학협회의 방대한 기록물을 참고했으며
제약회사 임원들 사이에 오고 간 과거 미공개 내용들을 이용하고, 오늘날 가정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약들의 부작용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문서들을 그대로 보여 주며 문제의 정신의학자들과
심도 깊게 인터뷰한 내용들을 싣겠다고 한다.

 

1. 정신의학 VS 정신분석 - 불안을 둘러싼 백년 전쟁
불안에 대해 뒤집었다 제자리로 돌렸다를 서로 반복하는 프로이트 VS 나머지 정신의학자들의
100년 동안의 이야기. 결국, 한때는 정신의학의 영역 바깥에 존재하던 전혀 다른 차원의
수줍음 같은 일상적 감정과 행위들이 이제 정신장애라는 타이틀을 달고 정신의학 매뉴얼 속에
포함되고, 그 장애로 고통을 받는 이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2. 진단 전쟁 - 감정이 병이 되다
수줍음을 질환으로 바꾼 장본인 중 하나인 로버트 J스피처 박사를 중심으로 15명이 함께한
질병 목록 업데이트. 무슨, 병이 인터넷 바이러스 방지 업데이트도 아니고 26년 새에
두 배나 늘어난 질병의 종류라니.


정신 분석학 관련 용어들을 금지하고자 했던 DSM-III특별위원회를 반대하는 그들은 DSM-III이
'신경증'이란 성채를 없애고 그 자리에 레비타운(2차 세계 대전 이후 갑자기 늘어난 중산층의
수요를 채우기 위해 교외에 지은 대규모 주택단지로, 큰길을 따라 동일한 규모와 형태의 주택들이
늘어섰다)을 세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그보다 앞서 1977년 6월에는 마릴과 동료들이 다음과 같이 경고를 했었다고 한다.
"정신의학 용어가 의미를 지니려면 쉽게, 기분 내키는 대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그런 식으로 바뀌면 일시적인 유행에 따른 개념화로 과학의 지속적인 진화가 방해를 받는다.
만일 누군가가 말들을 끊임없이 갈아치운다면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잘 모를 것이다."
라고.

 

3. 결정적 승리 - 수줍음이 병이 되다
마릴과 동료 또는 그 외 많은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황장애 승인 이후 사회 공포증 같은
다른 질환들을 포함시키는 일이 더욱 순조로워졌다고 하는데 이것은 정말 '중국집 메뉴판'이란
놀림을 받을 만하다. 그들의 결정적 승리는 사회불안장애의 전 지구적인 현상들을 가져왔고,
몇십 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연예인들은 자신이 과거에 공황장애 등을 겪어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아,,,역시 이는 그들이 확실히 승리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4. 소비자를 겨냥하라! 질병을 팔아라!
일상적인 두려움이 장애의 요소로 변모하고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치료법만 등장하면
되는 분위기, 당연히 그들은 약물학과 자유롭게 손잡을 수 있는 대표적인 환경을 만들면 된다.
그 첫 번째가 바로 항우울제 팍실인데, 제약업계의 블록버스터라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 성공한
팍실의 매출에 대한 이야기는 얼핏 단순한 성공 스토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상 정신건강과
불안에 대한 일반 대중의 생각을 전혀 새롭게 형성할 만큼 사회불안장애를 마케팅의 대상으로
삼아 공격적으로 밀어 붙인 결과였다고 한다.

 

임상실험의 형편없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쉽게 복용되던 팍실의 부작용이 실제로 타타났음에도
해당 부분 시장의 독점은 계속됐다고 한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의료제품을 선전하고
변신시키는 콘앤울프의 기술이 워낙 탁월해서였다고 하는데 그들이 어떤 식으로 질병을 팔았는지
광고 사진을 함께 실어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사회는?

 

5. 반동성 증후군 - 행복을 약속한 알약, 불행을 낳다
드디어, 뉴욕주 법무국장 엘리엇 스피처가 마침내 04년 6월 팍실의 전력과 관련 중대 정보 은닉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글락소스민스클라인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불안 치료'가 말해져야 함이 당연한데, 저자는 다시 프로이트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전과 같아서는 안 됨은 물론이고, 불안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6. 약물 만능 사회에 저항하라!
불안 치료제를 주제로 만든 문학작품이나 영화 등을 소개하는데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불안 치료제를 선택한 그들은 약물학과 정신의학이 일상적인 고통을 덜어 주는 현실적 치료책이
라기보다는 증상들을 더욱 악화시키는 현대사회를 각자의 인물과 상황을 통해 강하게 고발한다.

 

7. 불안 없는 영혼이 더 위험하다
수줍음이 질병이 되었으니 그다음 차례는 과연 무엇이 될까?
바로 무감정.


이러한 배경들을 알 생각도 이유도 없는 해당 전공자들은 지금도 발달이 조금 느리거나
자신의 수업에 지장이 생기게 하는 어린 맑은 영혼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잘난 척
떠들어 대고 뒤에서는 그 아이가 지겹다고 말하는 선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일 수도 있고, 온통 비윤리와 비양심으로 치장해 놓고
아닌 척 너스레를 떠는 교사일 수도 있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무서운 일이다.

 

발견된 오탈자

 

52쪽 9줄: 펼치지 -> 펼치기
101쪽 4줄과 279쪽 밑에서5줄, 280쪽 6줄: 추측컨대 -> 추측건대
202쪽 12줄과 275쪽 4줄: 10명 당 -> 10명당, 5명 당 -> 5명당
234쪽부터 243쪽까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뒤에 붙은 조사가 굉장히 많이 틀렸다.
291쪽 6줄: 필요가 ->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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