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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해제
장정일 외 지음 / 김영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한 작품을 시작하면 그것이 끝날 때까지 다른 작품에 손대지 않던 습관을 완전히 버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난 지금껏 혼불 한 작품에만 매달려 다른 책을 가끔씩 쳐다 보면서
침만 줄줄 흘리고 있었을 것이다, 내 이 작품 끝나면 널 읽어주마 하는 다짐과 함께.
혼불 3권 이후로는 권당 다른 작품을 하나씩 끼워넣어 읽었고 그중 하나인 장정일, 김운회, 서동일의 작품인 삼국지 해제를(620페이지ㅜㅜ) 우연히 선택했다.
2006년에 본 장정일의 삼국지에서 읽었던 내용과 상당수가 겹칠 것임을 알고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현재스럽고 만족스러웠다.
정사 삼국지와 나관중의 삼국지를 얘기하며 삼국지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이 책이 왜 나왔어야 했는지와 일치하는 새로운 삼국지 해석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며 기존 삼국지에서 잘못 해석하고 잘못 묘사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한다. 자신의 수치스러운 부분은 감추고, 중국을 높이고 외국은 비하하며, 중국사는 상세히 기술하고 외국의 역사는 대충 서술한다는 역사서술의 특징을 자랑한다는 중국의 나관중 삼국지가 왜곡한 역사를 옳게 기술하고 현재에 맞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다음 장은 삼국지의 자세한 내용의 시작으로 구성이나 전개에 대한 것을 박종화, 정비석, 방기환/이원섭의 삼국지, 이문열의 삼국지를 비교하며 해석하고 비판해 새로운 삼국지의 탄생을 예고한다.
4장부터는 삼국지의 전쟁에 대한 분석.
역사적으로 전쟁을 왜 했어야 했고,
그들에게 전쟁의 의미가 무엇인지와 함께 자세한 전쟁이론도 실었다.
삼국지가 중국인들의 전쟁인 만큼 중국인들의 전쟁 특성도 빼놓지 않았다.
이 책의 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부분은 바로 삼국지와 현재의 조우인데,
4장의 마지막에서는 전쟁이론과 기업전략의 분석이나 조망을 함께 실어 생각지 못한
것에 대해 잠시라도 잠자코 사고하게 만든다. 물론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ㅋㅋ
5장, 어려운 책이라고 자부하는 것들에게 빠지지 않는 이론.
치세와 난세의 변화이론, 전개과정, 중국의 역사, 한국의 역사, 정치 사상에 대한 이론,
그리고 역시 꼭 필요했을 현대 정치와의 조우에 대한 것 또한 이론으로 무장한다.
6장, 삼국지 주요 인물과 중국 역사의 인물, 예를 들어 항우나 유방 등이나 미국 대통령론을 통해
당시의 천자 역할을 이해해 보려는 시도가 있고, 그것을 일본과도 비교해 두었다.
7장, 사마의와 제갈량, 조조, 유비 넷만의 무대.
그 넷을 현대의 리더쉽 이론에 근거해 점수를 매긴다.
유비는 의리 빼고는 거의 다 꼴등.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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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쪽에 나오는 미국의 영국에서의 독립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신대륙인(미국인)들이 스스로 정치적,종교적 자유를 위해 떠난 영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한 것은 흥미롭다. 즉, 그들의 생각은 "전능하신 신은 너무 영국에 가까운 분이시다." 였다.
미국인들의 독립혁명의 목적은 그들 모국(영국)으로부터의 분리가 아니라 모국(영국) 헌법의 원형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역설적이고 기이한 말이지만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전쟁은 영국의 과거(과거의 원칙)로 돌아가려는 운동이었다는 것이다.
비렉은 미국혁명(영국으로부터의 독립전쟁)은 1776년의 온전한 보전이라고 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이 같은 보수성은 미국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그 어떤 사상이나 움직임도 경계의
대상이 되어 미국은 음모이론의 천국이 되었다. 미국인들의 이 같은 행태는 미국의 본질을 해칠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악으로부터 내부의 원형을 보호해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긴 세월 동안 견고하게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행위들의 근저에는 영국계 백인 미국인들은 이민족이나 이교도들도 동화시킬 수 있도록 신으로부터 자격을 부여받았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300쪽에 나오는 신현실주의의 정의.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에 미국-소련간 데탕트(화해), 일본과 유럽의 성장으로 현실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즉, 국가의 이익이라는 요소만으로 국제정치를 분석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로 대립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큰 목표를 향하여 서로 연합하기도 하고 제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에 있어서도 정치가 경제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경제, 정치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기존의 현실주의 이론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요소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하여 국제정치이론은 구조와 체계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이 신현실주의이다.
이와 함께 조조는 정치적 현실주의자였고, 사마의, 사마소, 사마염이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은 철저히 신현실주의적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368쪽부터 시작되는 삼국지 인물 분석.
가후에 대한 분석에서는, 가후를 지조없는 사람의 대명사로 그린 이문열을 비판하고, 오히려 지조로 치자면 유비가 더욱 위험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조조에 대한 분석에서는, 그동안 나온 대부분의 삼국지가 조조를 제대로 분석할 수 없는 위치의 사람을 작가로 두고 있었고, 가장 심각한 왜곡은 나관중이라고 말한다.
정사의 진수는 촉의 유신이었고, [조만전]도 오나라 사람, 특히 나관중의 삼국지는 [조조악인설]에 근거해 저술되었다고 한다.
원소에 대한 분석에서는, 그동안의 원소를 과소평가하거나 비하하는 경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관도대전은 원소의 70만 대군과 조조의 7만 대군의 격전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병력차이가 있다면
3만에서 7만 정도였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선에 대한 분석에서는, 나관중이 유선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고, 나관중이 말한 유선의 네 가지 문제점을 차례대로 나열하며 구구절절 반박하고 있다.
437쪽부터 나오는 가남풍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그녀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하나 써봐도 좋을 그런 엄청난 인물이다.
456쪽의 각주도 그렇고 이 책은 각주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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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로 의심되는 것들
91쪽 7줄: 근근히 -> 근근이
150쪽 4줄: 듯하다 -> 못한 듯하다
162쪽 밑에서3줄과 166쪽 3줄, 395쪽 8줄: 아무 것도 -> 아무것도
196쪽 8줄과 264쪽 각주 270)의 3줄: 그리고 난 뒤 -> 그러고 난 뒤
275쪽 각주 밑에서7줄: 메김 -> 매김
281쪽 각주 밑에서4줄: 태종와 -> 태종과
330쪽 11줄: 경제전문 격주간지 -> 경제전문 격 주간지
339쪽 1줄: 부하들에 게 -> 부하들에게
441쪽 밑에서 13줄: 탐탁치 -> 탐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