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의 독서일기는 다음 책들을 골라 주기도 하지만,
현 사회에 대한 눈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물론, 그 눈이 그에게 한정돼 있다는 게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무슨 옛 스승과 제자처럼 그를 맹신하고 그의 독서까지 따라하는 신기한 독자다.
만나 보지도, 어떤 상태로든 이야기 한 번 나눠보지 못 한 사이의 제자 아닌 제자. 
 

<이 책을 통해 결정된, 구입할 도서 목록> 

인문 고전 강의 - 강유원 / 라티오2010
엑소더스 - 무라카미 류 / 웅진닷컴2001
한낮의 어둠 - 아서 쾨슬러 / 후마니타스2010
거신의 추락 - 막심 고리끼
정치와 진리 - 김선욱 / 책세상2001
만들어진 우울증 - 크리스토퍼 레인 / 한겨레2009
조선의 힘 - 오항녕 / 역사비평사2010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 백승종 / 푸른역사2011
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 민음사2001
중국의 붉은 별 - 에드가 스노우 / 두레1995
세계를 뒤흔든 열흘 - 존 리드 / 책갈피2005
들어라 양키들아 - 찰스 라이트 밀스 / 아침1988
아버지와 아들 -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네프 / 열린책들2010
벚꽃나무 - 안톤 체홉
핏빛 자오선 - 코맥 매카시 / 민음사2008
독서의 기술 - 헤럴드 블룸 / 을유문화2011
어떤 백년, 즐거운 신생 - 이경훈 / 이상북스2010
가면의 고백 - 미시마 유키오

이번 책 역시 오탈자가 지랄맞게도 많이 나왔다.
나중에 올리기로 하고, 오늘은 책의 처음부터 조금만 밟아보기로 한다. 

41쪽에서 '북한의 인권은 왜 선택적이어야 할까'란 제목을 달고 나온 글.
이 지적은 정확하다.
북한의 인권은 인민 개개인에 한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으로 함께
말해져야 할 문제다. 고로 김정권을 악의 축으로 밀어부쳤던 부시는 생각이 짧고
충분히 미 제국주의 중심적이다.

56쪽에 나온 사족은 대한민국의 어느 뉴스에서 소개돼야 할 내용이다.
[68운동: 독일, 서유럽,미국] 54쪽에 나오는"1964년 8월 2일 미국 구축함이 북베트남
초계청에 공격당한 '통킹 만 사건'이 사실은 미국이 베트남전에 개입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었다는 사실을 뉴욕 타임즈 기자인 닐 시항이 1971년  6월 7000쪽에 달하는
미 국방성의 문서를 입수 분석해서 밝혀냈다는 내용은 내게 정일 아저씨의 책을 보았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그전보다 극심하게 자리잡게 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 준다.
그들은 이상한 구실로 세계를 손에 쥐고 싶어 안달난 허연 종자들이니까. 

68운동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조금 하게 되었다. 

59쪽.
68운동 기간 동안 스탈린이나 소련 공산당은 격하되고, 트로츠키, 마오쩌둥,
호치민, 체 게바라는 숭앙됐다. 그들은 68운동이 심정적으로 헌신했던 반제국주의
제3세계 해방 투쟁과 겹으로 연관되기도 하지만, 특히 호치민이나 체 게바라는
정치적 권위주의나 자본주의의 관리 기술과 같은 모든 종류의 비인간적 속박에
항거했던 68운동의 정신적 지주로 받아들여졌다.
이렇듯 68세대가 자본주의의 관리 기술이나 사회주의 당 조직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았던 때문에, 프랑스공산당은 68운동 기간 동안 학생 운동가들을 적대시 하면서
'유복한 마마보이 시위대'라고 조롱하거나 '극좌파'라고 몰아 세웠다.
좌우를 막론한 어느 당이나 권력은, 자신들의 추종 세력이나 민중들에게
'자치'나 '자율'을 주려 하지 않는다.
우파와 좌파로부터 협공을 당하면서도 68운동가들은 어느 정당과도 공식적인 제휴를 갖지 않았다.
훗날 프랑스의 68운동가들은 대거 프랑스 사회당으로 합류했고 독일의 68운동가들은
직접 녹색당을 꾸리게 되긴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운동을 정당 정치로 환원하거나
직결하지 않음으로써 다양한 사회적 상상력을 표출할 수 있었다.
제3세계 해방 투쟁이나 인종 차별 문제는 물론이고, 소수자와 장애인 문제, 여성과 청소년 문제,
여성의 유산권(낙태), 교수와 학생 간의 위계 문제,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이
사회 문제가 된 것은 "부르주아 혁명은 법률적이었으며,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경제적이었다.
우리의 혁명은 사회적이고 문화적이어야 한다"던 68운동 덕분이었다.

95쪽.
2008년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금융위기 해결책을 두고 대립했다고.
금융파국관련 칠천억 달러를 민간금융사에 지원하려는 것에 대해 공화당이 구제금융은 비미국적이라 반대하고 나섰다는 것. 결국 오바마와 민주당은 초당적 협력 강조 끝에 월스트리트에 세금을 쏟아부었다고.  슬라보예 지젝은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에서 "빈자가 아닌 부자를, 돈 빌리는 자가 아닌 빌려주는 자들을 도운 것"이었다면서, 자본가들이 그토록 질색을 하는 '사회주의화'가 어떻게 자본주의 시스템을 구원하는 일에 복무할 때는 아무 거리낌 없이 용인되고, 또 어떻게 가난한 자들을 위한 사회주의가 아니라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가 가능한지를 명료하게 분석한다.
고 말하면서 결국 이와 같이 결론을 맺는다.

세계는 영구혁명의 혼이 제거된 사회주의와 재장전된 공산주의의 싸움이라고 단정하는 이 책은,
공황과 재출발을 왕복달리기하는 자본주의의 희극적인 반복을 보면서 공산주의의 새 출발을 촉구한다. 그게 내가 읽은 이 책의 핵심이다. 지젝이라는 성체(聖體)를 뜯어 먹는 방법은 제각각이겠지만, 지젝의 거시기를 뽑아 내시로 만들고 비역까지 하는 일은 아주 손쉽다.
그의 급진주의적 정치이론은 모르쇠하면서, 정신분석이나 문화이론의 가두리에 그를 감금하는 것이다. 라고 이 독후감을 마무리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작품을 판단하는 기준이고 나 또한 그렇다.

162쪽부터 '그들은 맥도날드와 함께 우울증도 팔았다' 라는 제목을 달고 시작하는 이 독후감에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정신치료에 대한 후유증이 나와 있다.

2004년 인도의 경우(쓰나미가 25만 명의 사망자를 낸 직후 생존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를 치료하겠다고 온 미국인 심리치료사들 때문에 결국 30년 넘게 민족,종교 분쟁을 치르면서 스리랑카 민중들이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한 '완곡 어법'이 파탄남), 또는 정신병을 질병이 아닌 신의 은총이나 속죄의 기회로 받아들인 탄자니아가 이제는 정신병자를 거의 다른 생물로 여기는 더 큰 병을 얻었다거나, 2000년께만 해도 우울증을 질병으로 불류하지 않았던 그들 '우울증을 삶의 예술'로 여기는 일본의 정신을 공략하기 위해 '과로사=자살=우울증'이란 등식을 완성해서 우울증을 결국 가벼운 정신질환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라며 세 나라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이는 과연 그 나라들만의 문제일까?
뉴스에서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그 '우울증'이 우리에게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 건지 살펴볼 일이다. 

168쪽.
시민의 의사와 저항을 금지하고 억압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만의 전매특허가 아니었단다.
911테러 이후 영어와 아랍어로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구가 쓰여진 티셔츠를 입은
승객은 강제로 티셔츠를 갈아입은 다음에야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왜 자꾸 이명박 정권은 미국을 닮아가려는 듯 보이는 걸까?

211쪽에 나오는 사족은 참 마음에 와닿는다.
마지막 문단에서 내가 머금은 웃음은 '비웃음'이 아니다. 인용된 문단뿐 아니라, [조선의 힘]은
그 어느 대목도 비웃음을 당할 데가 없다. 저 웃음은 내가 웃는 게 아니고, '글'이 웃는 것이다.
무릇 모든 글들은 글쓴이의 의도와 달리, 글쓴이의 주장이나 논리의 결핍을 드러내고 배반한다.
그것은 글 쓰는 사람이 매번 겪는 운명으로, 그 올무를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글 쓰는 사람들은 자신이 글을 부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글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나는 그것을 짓궂은 '글의 웃음'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글뿐 아니라 스스로 내뱉은 말 역시 사람을 부리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말을 사용한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말이 나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맞을게다. 

249쪽.
볼라뇨의 경우를 들어 우리의 사례까지 다가가는 정일 아저씨.
칠레에서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문학이란 작가들 자신의 명예와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대부분의 문학에서 드러낸 가난은 거짓이라는 것. 그러니까 그들과의 대면이 진정한 고통에 대한
발견과 고통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외면되고 망각되거나 침묵해야 할,
재수없는 일회용 사건이었다는 것.
하므로 그 대열에 우리도 뒤처질 수 없다고. 브레히트 풍으로 물어보자.(이는 사진시 속에서 쓰는 그의 질문 방식을 말하는 듯하다) 이승만에게 생일축시를 바친 사람은 누구였나?
국민교육헌장은 누가 썼나? 박정희 시절, 독재자의 영부인에게 시를 가르친 사람은 누구였던가?
그 시인은 영부인에게 시를 가르치기 전에, 질식한 민주주의에 대해 하소연도 했을까?
반란군 괴수 전두환에게 생일축시를 바치고 그에게 '단군 이래의 최고의 미소'라는 아부를 한 사람은 누구였던가? 또 전두환의 자서전을 쓴 사람은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필부였던가?(소설가였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의 무능력자로 판명될 공산이 큰 이명박의 연설 원고는, 지금 누가 쓰고
있는 걸까? 모두 이바카체같이 허다한 책을 읽고, 글을 갈고 닦은 자들임에 분명하다. 

그나저나 우리 정일 아저씨의 혀는 날로 그 날카로움이 점점더 마음에 들어간다.

280쪽, 미국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
폭력은 미국 문화에 깔려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집단 무의식이다.
미국은 자신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모두 전쟁으로 해결했다.
개척자들이 북미 원주민(인디언)을 멸종시키고 식민지를 건설할 때는 물론이었고, 영국과 독립전쟁을 벌였을 때, 또 멕시코와의 국경 분쟁을 벌일 때나 노예 해방을 위해서 미국인이 최종적으로 의지한 방법도 전쟁이었다. 그래서 o.t.넬슨의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에 나오는 13세 이하의 아이들은, 어른이 모두 죽고 없는 상태에서 만든 그들만의 나라를 찬양하며 노래를 한다.
많아 봤자 13세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이 '군대를 만들고서야 행복해졌다'고 노래하는,
이런 소설이 미국 청소년들의 애독서라니! 

정일 아저씨의 말대로라면 정말 끔찍하기 그지없는 미래구나, 미국의 미래란 것은. 

354쪽부터,
이완용을 통해서 구한말을 풀어보는 것도 좋겠다.
이는 당시의 역사를 그대로 갖는 것에 도움이 될 듯하다.
이곳에 옮기지 않고 다시 구체적으로 공부해야 할 숙제다. 

364쪽부터,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의 [동양 평화론]은 반드시 구분돼야 하며,
이 또한 반드시 스스로 공부해 풀어야 할 숙제다. 

372쪽.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론에 대한 통쾌한 사족.
이는 내가 속해 읽고 나누던 당시의 불편한 마음을 대변해 준다.
그저 일개 인문학자의 관심받기 위한 '쑈'에 한 그룹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꽤 긴 기간을 소비해야 했던 답답함이 그대로 되살아 온다.

인문학에 몰두할 일이다. 인문학자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할 만큼 많이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정일 아저씨의 책에 오탈자가 많이 나오는 게 그렇게나 싫다고 메일까지 보냈는데,
이놈의 출판사는 나아질 기색이 없다.
혹시나 작가가 맞춤법을 많이 틀리면 그것을 제대로 고쳐서 내 주는 게 출판사 편집부가 하는 일일
터인데 이는 작가를 무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까지 든다.
도대체 책을 내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발견된 오탈자 

15쪽 6줄: 아무 것도 -> 아무것도
23쪽 8줄: 매운 -> 메운
30쪽 1줄: 대하 듯하라고 -> 대하듯 하라고 또는 대하듯하라고
       6줄: 추측컨대 -> 추측건대
81쪽 6줄: 잘 되라 -> 잘 돼라
98쪽 밑에서4줄: 강철 같이 -> 강철같이
101쪽 11줄: 보잘 것 없는 -> 보잘것없는
         12줄: 인간의 -> 인간이
106쪽 밑에서7줄: 할만하다 -> 할 만하다
130쪽 밑에서6줄: 그 곳 -> 그곳
142쪽 1줄: 서적를 -> 서적을
181쪽 밑에서6줄: 유대조차이 -> 유대조차
182쪽 밑에서3줄과 193쪽 3줄과 281쪽 3줄: 낳은 -> 나은
203쪽 5줄: 개개인이 -> 개개인의
210쪽 밑에서3줄: 잘 한다는 -> 잘한다는
221쪽 밑에서6줄: 애소 띈 -> 애소 띤
230쪽 밑에서4줄: 말하고자 -> 말하고자 하는
235쪽 밑에서6줄: 내 자신을 -> 나 자신을
252쪽 7줄: 아르까디아 -> 아르까디
        밑에서4줄: 아무 것도 -> 아무것도
275쪽 끝줄: 잘 할 수 -> 잘할 수
284쪽 밑에서7줄: 짝지어 진 -> 짝지어진
285쪽 1줄: 수근 댔다 -> 수군댔다
296쪽 2줄: 그 보다는 -> 그보다는
297쪽 3줄: 알만한 -> 알 만한
308쪽 밑에서8줄: 갖더랬는데 -> 갔더랬는데
310쪽 12줄: 한지 -> 한 지
312쪽 밑에서10줄: 안절부절 하던 -> 안절부절 못하던
315쪽 2줄: 입원한지 -> 입원한 지
320쪽 10줄: 아니예요 -> 아니에요
330쪽 밑에서10줄: 에게 까지 -> 에게까지
343쪽 1줄: 동정일리 -> 동정일 리
344쪽 4줄: 말 할 -> 말할
         밑에서6줄: 빈약해 짐은 -> 빈약해짐은
348쪽 밑에서3줄: 변하지 한 -> 변하지 않는 한
364쪽 6줄: 필요에서 였으며 -> 필요에서였으며
366쪽 2줄: 게재된 실린 -> 게재된 또는 실린 중 하나만 쓰면 되겠다.
382쪽 3줄: 사람들의 -> 사람들이
        밑에서11줄: 심겨진 -> 심긴
384쪽 2줄: 여사로 -> 예사로( '여사로'는 경상도 사투리)
        밑에서5줄: 경상복도 -> 경상북도
386쪽 5줄: 집개 -> 집게
388쪽 밑에서7줄: 몇 십 년 -> 몇십 년
401쪽 밑에서10줄: 달싹지근 -> 달짝지근
405쪽 1줄: 장구질 밖에 -> 장구질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