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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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세 집단 터먼 집단(캘리포니아 도시 지역 학생 중 IQ140이상인 1%의 학생), 하버드 집단(평점이 C 이상이고 건강한 학생들), 이너시티 집단(범죄율이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 을 기준으로 그들이 어린 시절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의 생활을 여러 가지 방법(심리학, 정신병리학 등을 담당하는 학자들이 직접 설문과 인터뷰 등을 받아내는)을 사용해 그들의 일생을 조사해 온 것을 토대로 행복의 조건이라는 이 책이 긴 여정을 마치고 나온 것이란다.

이론에 근거한 것이 아닌 실제의 사람 사는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지루하지 않게 더듬어내고 있다. 한 권을 주문해 둘째 언니와 어머니께도 권해볼 생각을 하면서 리뷰를 시작하려 한다.

평소 '지혜'라는 단어에 관심이 많았다.

결혼의 문턱을 바라보기만 하던 때 만나 뵀던 그의 어머니는 겨우 한 시간 정도 얘기나눠본 나에게 지혜로운 아이라며 칭찬하셨는데, 그것에 대해 정말 알 수 없어서 해당 단어에 관심을 가졌던 내가 그분이 말하는 '나의 지혜'가 어떤 것인지 아는 것은 불가능했다.

저자의 조카 메리언 브로벨은 '지혜는 풍부한 경험의 산물이며, 다른 사람과 진정한 의사소통을 하면서 축적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위 마이클 뷸러는 '판단을 내려야 하거나 다른사람과 의견 충돌이 생길 경우 균형 있는 시각을 갖게 될 때까지 기꺼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이 바로 지혜라고 정의했다고 한다. 

75세에 이른 하버드 출신자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모순과 아이러니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참을성, 감정과 이성의 조화,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자기익식,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능력, 균형 있는 시각, 삶에 대한 폭넓은 이해, 사물의 양면성에 대한 인식, 인내,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깊은 이해, 주변 사물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 세상과의 연관성 인식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그것을 단어로 간단히 표현하자면 성숙, 지식, 경험, 지적'정서적 이해력이라고 한다.

마음에 안 드는 종교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다음의 표를 던져주고 싶다.   


                  미성숙한 종교적                  신념 성숙한 영적 확신 
               에릭슨의 정체성 과업                에릭슨의 통합과업
                      도그마                                    메타포 
                 전능하고 폐쇠적임                자발적이고 열려있음
               주는 나의 목자시니,             상처를 입었으니, 신이여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네'         상처를 치유해 주소서'
                (부모 - 자식 관계)                       (협력 관계) 
                수치심, 의무감, 심판                  긍정, 감사,용서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려는 바람         지옥에 다녀온 결과  

353쪽부터 366쪽까지는 종교를 갖는 것과 노년의 행복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는데 대부분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그와 달리 성숙한 영적 확신을 통해 자신의 불행을 반대의 경우로 이끈 사람들의 경우를 들며 위의 표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409쪽.
'역경이 인격 구조에 지울 수 없는 손상을 입힌다는 생각도 실제 경험적 사실과는 무관한 가설일 뿐이다'라고 말했던 마이클 루터 경(영국 최초의 아동정신의학 상담의)이 분명히 옳았다.
물론 유년기에 성폭력을 당하거나 전쟁의 잔악성을 경험하는 등 극심한 외상 장애를 겪은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평생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른 아침이나 감기가 다 나은 뒤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잔인한 운명을 극복한 뒤라면 자신의 인격이 달라진 듯한 환상이 생겨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밑바탕은 예전 그대로다. 그 사실을 인정한다면 어떤 이론이든 증명하기가 쉽다. 예를 들어, 1장에서 소개했던 이너시티 출신 앤서니 피렐리가 사업가로 성공한 데는 분명 어딘가에 근원이 있다. 정신분석가인 내가 판단하건대, 그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게 해주었던 누이 애나, 형 빈스, 아내의 사랑을 내면화할 수 있었으며, 그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유전학자라면 피렐리의 훌륭한 기질, 그리고 피렐리의 대학진학을 도왔고 이후 은행장이 된 형 빈스를 그 성공의 토대로 꼽았을 것이다. 또한 오래전 이탈리아에서 은행장을 지냈던 외증조부를 꼽았을 수도 있다. 이러한 관찰들은 모두 유효하다. 그러나 피렐리가 어머니의 조울증이나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증세와 관련된 유전자 대신 이재(理財)에 밝은 재능이 담긴 유전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불가사의한 행운이 따라주었기에 가능했다. 피렐리가 긍정적인 노화의 모델이 되거나 그의 아들이 수학 박사학위를 받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래를 예견해야 하는가? 삶의 위험요소들보다는 건설적이고 방어적인 요소들을 세어보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방어요소들도 네 가지 개인적 자질이 뒷받침 돼야만 가능해질 것이다. 첫째, 미래 지향성, 즉 미래를 예견하고 계획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둘째, 감사와 관용, 즉 컵에 물이 반만 남았다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반이나 차 있다고 여길 줄 아는 능력이다. 셋째,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 즉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느긋한 태도로 다른 사람을 이해할 줄 아는 능력이다. 넷째,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준다거나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무엇인가 해주기만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우러져 함께 일을 해나가려고 노력하는 자세다.

조금 뻔한 얘기 같지만 중요한 사실임에는 틀림 없는 말들을 담아 놓은 이 책. 실제로 살고 있거나 살고 있던 이들의 얘기들을 통해 전달 받으니 더욱 피부에 와닿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진리라는 것은 알고 보면 유치하고 뻔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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