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전집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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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권 가량이 그의 시로 이루어져 있는데 솔직히 시로 더 유명한 그의 시가 난 그냥 그렇다. 그것은 내가 장정일이 시인으로 불려지고자 했을 때도 난 그의 소설과 희곡을 더 좋아한다고 떠들고 나닌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가 한문을 음도 없이 통째로 싣고 있고 간혹 모르는 한자가 있으면 찾아보기도 물어보기도 어려운 나 같은 한자 무식쟁이에게는 정말이지 불쾌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 나머지는 그의 소설과 기행문, 일기 등으로 꾸며져 있다.

 

[영하의 바람]
작가의 경험을 쓴 단편 같다.
시에서 얼핏 고아원에 있는 현희누나 얘기를 본 듯해서.
단어 선택이 확실히 시를 쓰는 자답다.
그 표현에 다가가기 위해 충분히 고민하고 고르고 고쳐쓴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  예나 지금이나 능력이 안 돼서 아이들을 고아원에 보내는 일은 흔히 있는 모양이다, 버젓이 부모가 있는데도 말이다. 이건 고아도 뭣도 아닌 애매한 상황.

[겨울의 끝]
딱 그 시절 1980년대의 냄새를 질질 흘리는 작품.
정신병, 백혈병, 자살, 죽음이 단골이던 그때의 문학은 곧 우울의 증거들. 그 속에서 한자락 희망을 안고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 청춘의 고뇌들이 뚝뚝 흐른다.
오랜만이군~이런 글!

[환상일지]
기차에서 만나 몇 마디 말을 주고 받았을 뿐인 남자에게 술 한 잔 하자 권해 보는 화자. 남자들은 참 아무하고나 술 잘 마시고 잘 어울린다. 생각해 보니 그들은 길에서 만나 술을 나누며 이야기도 이래저래 참 잘 나눴던 것도 같다. 환상일지라는 제목이 자꾸만 환상여행으로 보인다. 그는 무얼 찾으러 읍에 간 걸까? 약속한 친구는 이미 자살하고 없는데 말이다.

[미로]
개인의 상처에 진정한 위로가 없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그 상처를 청력이 완전히 망가져서 수술할 필요도 없는 귀로 설정하고 몸과 마음의 상처를 표현하고 싶었나보다. 그저 '환부'로만 보고 차갑게 대하거나 서비스용 웃음만 흘리는 병원 사람들. 사실 거짓웃음보다 차가운 태도가 그럴 땐 훨씬 위안이 되는 법이다.

[그날의 물망초]
아주 짧은 단편. 군 시절 연애편지 대필의 경험 정도.
이것 역시 작가의 경험이 들어간 느낌이 크다. 별로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의 분량과 내용. 대필 연애편지 상대인 여자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나타난다는.

[어떤 신춘문예]
20년째 낙방하는 어느 초등학교 교사의 이야기. 사실 글을 쓰면서 튼튼한 직업도 있는 행복한 남자 얘기나 다름없다. 나쁘지 않은 인생이다.

[노마네 마을의 개]
미친개 소문을 때려 잡아 죽이다가 결국엔 마을이 미치고 만다.
'미침'을 없애려 그것만을 좇으니 그것만 생각하다가 머리가 이상해지는 인간 또한 미치게 되는 것이다. 참 똑똑한 논리다.

[면허]
반전에 반전이 있네. 정신병자 알아맞히기 게임이라도 하면 재미 있겠군. 짧지만 흥미로운 글이다.

[짧은 여행의 기록]
반가운 이름이 나온다.
'그래서 대구로 가기로 했다. 그곳에는 장정일이라는 이상한 소년이 살고 있다.' 고! 내가 집착하는 장정일을 이런 곳에서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반갑고 좋다. 기형도는 297쪽에 '장정일은 책은 지문 묻을까봐 손을 씻은 뒤 읽으며, 초판만 읽지 재판은 읽지 않으며, 책에는 볼펜 자국을 남기지 않으며, 한번 본 시들은 모두 외우다시피 한다고 내게 이야기 했다.'고 말하고 있다.

[오탈자로 의심되는 부분]
 

192쪽 밑에서 9줄, 197쪽 6줄 : 길다랗게 -> 기다랗게

204쪽 5줄 : 그리고 나서 -> 그러고 나서

206쪽 10줄 : 붙힌 후에 -> 붙인 후에

222쪽 7줄, 224쪽 3줄 : 이빨 -> 이

236쪽 밑에서 11줄 : 검정색 -> 검정 또는 검은색

330쪽 14줄 : 흑은 ->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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