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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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든 인물이든 번갈아가며 써내려가는 것을 좋아하는 하루키,
이번 작품 역시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목 뒤 어느 한 점을 바늘로 툭 가볍게 찔러서 사람을 죽인다는 설정을 작품에 넣는다든가, 후카에리와 같은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한 매력을 가진 인물을 창조해낸다든가 하는 점은 그동안의 하루키와 조금도 다를 것 없이 충분히 멋졋다.

그의 새로나온 장편소설을 소개하며 특유의 멋진 표현이 여전하다는 문구가 빠지지 않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래 그의 표현처럼 우리는 모두 자신을 그르칠 만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무언가는 조용히 뒤에 남는 생을 살고는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어린 나처럼 그의 이 강렬한 꾸밈의 말에만 현혹되어 매달리는 독서를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우리는 조금씩 자신도 모르게 변해가는 것이다. 

어쩌면 하루키는 아오마메가 설명하는 아유미의 상처 받으려 애쓰는 모습이 어린 시절 겪은 친족의 성추행 때문일 것이라고 은근히 몰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22쪽 끝부분 아오마메의 대사를 보면 뭐 거의 확실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을 너무 뻔하게 해석하곤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그냥 많은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상처 받은 것들의 형태'에 가두려는 편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행동에는 조금 더 그럴싸한 원인이 있거나 아니면 아예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아주 시시하게도.
이런 분위기의 글은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의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표현했던 인물인 그 여배우...이름이..아...
아! 사쿠라. 담담해 보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상처가 표현되는데,
아오마메가 하듯 주변에서 그녀의 상처를 대놓고 설명해주고 속상해 하는 이런 뻔한 방법을 쓰지 않는 사쿠라의 경우가 훨씬 고급스럽고 멋지다, 하루키 아저씨 실망이에요.

덴고의 생물적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주목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꼭 수수께끼를 푸는 기분이었는데 과연 그의 과거 작품도 그랬었나 기억을 굴려 보지만 뭐 소용은 별로 없었다.
결과적으로 덴고가 '선구'교주의 아들이기 때문에 2세를 가지려 했던 여자들의 자궁은 반드시 비어 있어야만 했던 것이란 얘기.

어떻게 하면 후카에리와 같은 매력적인 인물을 창조해 낼 수 있을까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을 이것저것 찢어다 붙여놨다 해도 예상되지 않을 만큼 매력이 크다. 그리고 그녀를 악착같이 마크해 주는 아자미라는 인물, 끝까지 나오지 않을지 의문이 들게 했다.

책을 읽다 보면 아오마메와 덴고의 상황은 묘하게 마주보고 있음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묘한 공통점 -오로지 자기들끼리만 알아야 하는 비밀 속에 묶여 있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뒤로 갈수록 점점 더 그들이 만날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도 하고.

탄탄한 스토리는 자랑할 만하지만, 어쩐지 그의 과거 장편보다 마음이 덜 간다. 뭐랄까, 그냥 출판하기 위해 썼을 뿐인 작품이지 정말 좋아서 이런 것을 꼭 한 번쯤은 써보고 싶어서 썼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점까지 생각한다는 건 독자로서 읽고 편하게 앉아서 입만 나불대는 스스로의 큰 오만이겠지만 말이다. 거기다가 두 개의 달이 등장하자마자부터 끝까지 '시대유감'이란 곡에서 두 개의 달이 떠오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라고 노래하던 서태지 생각이 끊이지 않을 만큼 별로 깊이 있지 않은 작품이란 생각도 컸고. 아, 그렇다고 서태지가 깊이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대중가요에 쓸 만큼 흔한 두 개의 달이란 설정을 쓰신 것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한 것.

하루키 선생님 전 태엽 감는 새, 댄스 댄스 댄스,해변의 카프카 등 당신의 장편들을 아주 감명깊게 읽은 사람이에요, 긴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을 게 뻔한 작품인데도 박수를 쳐주지 못할 작품이란 생각이 드는 건 그저 저만의 생각일까요? 아쉽고 또 아쉽고 아쉽네요.

 

아래는 오탈자로 의심되는 부분.
<1권>
21쪽, 10줄과 206쪽, 4줄 : 검정색 -> 검정 또는 검은색
194쪽, 4줄 : 찌뿌둥 -> 찌뿌듯
334쪽, 11 : 두번째 때 -> 두 번째 때
590쪽,  : 진즉에 -> 진작에(다른 곳에도 있지만 그건 대사니까 써도 좋은 경우)

'로서'와  '로써'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았다.
딱 한 곳(245쪽 밑에서 9줄)을 빼고는 전부 '로서'를 썼는데 '로써'로 써야 할 부분도 꽤 될 듯하다. 잘 파악해서 '로서'와 '로써'를 구분해야 한다.

207쪽,  현재로서 , 248쪽, 끝 덴고로서는, 334쪽 밑에서 7줄 현재로서는, 600쪽, 현재로서

<2권>
10쪽, 밑에서 3줄 사실로서, 25쪽, 5줄과 30쪽, 밑에서 6줄 현재로서, 38쪽, 5줄 여자로서는,
47쪽, 밑에서 7줄 출판사 측으로서는, 56쪽, 밑에서 7줄과 76쪽 밑에서 5줄 현재로서는, 65쪽 5줄 고마스로서는, 129쪽 밑에서 8줄 138쪽, 2줄과 밑에서 6줄, 142쪽 편지 1줄, 139쪽, 4줄 현재로서는, 148쪽, 4줄 이야기로서, 164쪽, 12줄 일반론으로서, 221쪽, 3줄, 231쪽, 6줄 현재로서, 235쪽, 밑에서 5줄 역할로서, 238쪽, 9줄 대가로서, 300쪽, 밑에서 7줄 정보로서, 계시로서 336쪽, 밑에서 5줄 항체로서, 341쪽, 8줄 가설로서는, 387쪽,, 4줄 다마루로서는, 403쪽, 2줄 일로서, 427쪽, 7줄 징표로서, 432쪽, 밑에서 9줄과 442쪽, 밑에서 10줄 현재로서는, 467쪽, 10줄 등불로서,
535쪽, 밑에서 8줄과 577쪽, 밑에서 3줄  지금으로서는, 573쪽, 3줄 학문으로서의, 580쪽, 6줄 나로서는, 582쪽, 12줄 아버지로서는

39쪽 1줄 : 그외에도 -> 그 외에도
      밑에서 5줄 : 여섯번째 -> 여섯 번째
112쪽 밑에서 3줄 : 두번째 -> 두 번째
393쪽, 7줄 : 택시를 -> 택시에서
508쪽, 8줄 : 아마도에 대한 호응단어가 없다.

같은 페이지의 두 개의 '아마도'에는 ~이리라, ~것이다 의 호응 단어가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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