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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스케치 노트 ㅣ 스케치 노트
아가트 아베르만스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 진선아트북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에는 수많은 꿈을 꾼다.
커서 대통령이 되겠다, 선생님이 되겠다, 음악가가 되겠다는 둥의 꿈 말이다.
그 중에 한 번이라도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 꾸어본 이가 있을까 싶다.
나 역시 어렸을 때 꾸었던 꿈 중의 하나가 바로 화가였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그림을 꽤나 잘 그렸다. (물론 초등학생 기준으로)
학교 수업 외에 미술학원을 다닌다던지 하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내가 그린 그림을 받고 싶어서 연습장이나 A4지 등을 들고 줄 선 친구가
한 둘이 아니었다. 그 때 친구들이 원해서 그린 그림은 사실 풍경화, 정물화는 아니고
베르사이유의 장미(당시 무척 유행하던 만화 제목으로 루이 14세 시대가 배경임)
주인공인 마리 앙트와네트 등의 등장인물을 그려준 것이었지만 말이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장미로 한껏 멋을 살려 그린 그림은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하여튼 상상화, 풍경화, 정물화, 포스터, 만화 캐릭터 등 그림이라는 세계에
심취(?)해서 살았던 만큼 난 커서 당연히 화가가 될 줄 알았다.
현실은 현실. 어릴 때 꿈처럼 화가가 되지는 않았지만 미술관련 학과를 졸업하긴 했다.
사실 회화 전공이 아니라 디자인 전공이라 회화 전공한 친구들처럼 그림 그리는 일에
조예가 깊지는 못하다.(고 전공 탓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살고 있다. :D)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에 대한 미련은 늘 남았기에 다시금 붓을 들어볼까 하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에 치여서 장롱 깊숙이 넣어 놓았던
색연필을 다시 꺼내게 도와준 것이 바로 식물 스케치 노트이다.
작년에도 엽서만한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꺼내놓고 뭐부터 그리지? 라는 의문을 가진 채
결국 다시 넣어 버린 게 얼마던가. 보타니컬 아트를 선망하고 있었기에 이 책이
더욱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허나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입시를 위해
구성을 무척이나 많이 하긴 했지만 수채화 등은 거의 손에 잡아본 적이 없어서
아직도 수채화는 넘어야 할 산으로 남아있던 터였다.
그런데 이 책은 초보자를 위해 재료 선정에서부터 손질하는 방법,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물감 색상(보통 그냥 전문가용 물감을 세트로 구입하게 되는데
사실 여기서 주로 사용하는 색상의 폭은 다소 함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대상을 관찰하고 스케치 하는 법 등은 물론이고 중급, 고급자들을 위해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테크닉 등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저자는 단순히 그릴 때 대상의 라인만을 잡아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구조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원예가 등의 도움을 받는 등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것이 역력하게 드러나 있다.
사실 그림 그릴 때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상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심도 있게 표현하고 더 나아가 응용해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도 생겨났지 않은가? (응? 너무 심오해지나? :D)
각설하고.
내 서랍 속에는 수채화 물감, 아크릴 물감, 수채화 색연필, 파스텔 등
그림 그리기에 필요한 재료는 대부분 갖춰져 있다.
학교 졸업 후 너무 오랫동안 손을 놔버린 그림을 어떻게 다시 손대볼까 고민하던 차
식물 스케치 노트를 참고하며 차근차근 하나씩 그리다보면 잊어버리고 말았던
그 옛날 소박한 꿈이 다시금 스케치북 위에서 꽃처럼 피어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