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 않고 내 아이 키우기
신철희 지음 / 경향에듀(경향미디어)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아이한테 화를 낼 때는 모든 이유가 아이한테 있는 것 같이 느껴져 
아이만 바뀌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바로 모든 원인을 아이 탓으로만
돌리는 것 자체가 유아적인 발상이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나 버릇의 원인을 살펴보면
먼저 부모의 잘못과 적절치 못한 대응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부모가 올바르게
대해야만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는 것이다. -page.6

책 표지에 뿌루퉁한 아이의 표정, 어쩜 저렇게 리얼할까.
뭔가 못마땅하다며 할 말이 많은 기세다.
3세와 7세 사이. 나의 두 아이가 딱 이 나이 안에 포함돼 있다.
내 아이들이 책의 타이틀에서처럼 떼쟁이, 심술쟁이 아이들은 아니고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라는 프로그램에 나오던 아이들처럼 난감한 상태는
더더욱 아니지만 내가 과연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이끌어주고 있는 것인지,
육아에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나로서는 이 책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모르겠다.

저자는 화가 나거나 화낼 일이 자주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화내고 후회하고 다시 화를 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나는 화를 자주 내는 편인가? 안타깝게도 그렇다.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화를 냈다. 이유가 뭘까?
요즘 그것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나는 대체 아이들에게 왜 화를 내지?
생각 생각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은 이거다. 엄마인 나의 욕심 때문이라는.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아버지. 아버지는 참 엄했다.
잘 해주실 때는 잘 해주셨지만 늘 무서웠던 아버지 밑에서 나는 숨죽여야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일찍 철이 들어 그런지 어른들로부터 얌전하고 바른 아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선도부로도 활동을 했던 터라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친구들이 손사래를 치는 학생부 선생님들로부터 귀여움(?)을 받기도 했다.
그 땐 그게 좋았고 그렇게 자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나의 아이들에게 그런 어릴 때의 내 모습을 강요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선천적으로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걸 질색할 만큼 싫어해서 내 아이들이
그런 아이들로 자라는 걸 두고 볼 수 없었고, 그런 이유로 아이들을 많이 다그쳤다.
예를 들면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뛰지 말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좀 심하게
제재를 가했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큰 목소리 한 번 내는 걸 용납 안했다.
책을 보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논 후 정리정돈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참지를 못하는 성격.
“뭐 그 정도 가지고.”라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내 주위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애들이 애들다워야지. 너무 심하게 제재하는 거 아냐? 좀 그냥 둬.”라고 말이다.
내가 얼마나 아이들을 다그쳤으면 도리어 주위에서 이렇게 말릴까 말이다.

말로 하다가 안 되면 눈물 쏙 나오게 혼내주고 시무룩한 아이들을 보면 사실
내 가슴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진다. 이렇게 아이들을 혼내고 싶지 않은데.
아이들이 응애 하고 태어났을 때 나도 여느 엄마들처럼 의욕에 불탔었다.
난 아이들 정말 많이 이해해주고 사랑해 줄 거야. 
그런데 큰아이가 6살, 작은아이가 4살이 된 지금 그 의욕은 어디로 갔는지, 
난 잘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사실, 사실 난 나름대로 아이들을 잘 이끌었다고 생각해왔다.
공부보다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잘 가르쳤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의 오만이고, 잘못된 방법이었다는 걸 이 책 한 권이 일러주었다.

내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말들을 해왔을까?
어른 뵈면 인사를 잘 해야지, 예의 없이 굴면 안 된다, 양보 잘 해야지,
참아, 여기는 집이 아니야, 왜 그렇게 숫기가 없니, 자신감을 가져야지,
형제끼리 싸우면 안 돼, 너도 친구들이랑 어울려 좀 놀아.

이렇게 열거하고 보니 참, 내가 아이였어도 숨이 막혔겠다.
내가 이런 말들을 너무나도 자주 해왔구나.
나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다고 아이들까지 그렇게 해야 한다며 강요했다니 마음 아프다.
그러면 대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정말 모르겠던 터였고,
정말 잘못했다는 자책감에 의기소침해진 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저자가 답을 해주고 있다. 
(그 답이 궁금하신 부모께서는 책을 직접 읽어 보시길 바란다.)

위에도 썼지만 내 아이들은 심한 떼를 쓰거나 심술을 부린 적이 없다.
아주 어렸을 때보다는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화를 내기도 하는데
그건 아이들로서 지극히 당연한 경우이다. 어느 아이들이나.
얼마나 내가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내 기준과 잣대에 아이들을
맞추려고 애써왔는지 책을 읽는 내내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변하면 나도 변할 거라는 어리석음을 범했던 내 자신이 참 안타까웠다.
부모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간다던데 더 많이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밝았던 아이들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지는 것은 엄마인 나의 책임이었다.
이제까지 아이들은 엄마에게 못 다한 말이 얼마나 많을까.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많이 컸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자그마한 아이들. 
천사처럼 잠이 든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다짐을 한다. 
마음속에 있었던 내 기준의 잣대를 저 멀리 던져버리겠다고.

“엄마가 미안해. 이제 화내지 않을게. 너희들의 마음을 더 많이 이해할게.
그리고 엄마가 도와줄게. 우리 함께 힘내 보자. 엄마가 너희들 진심으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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