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여자를 공격한다
시드니 로스 싱어, 소마 그리스마이어 지음, 조혜연 옮김 / 라이프맵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언뜻 책표지만을 봤을 땐 뷰티에 관련된 서적인가 싶었는데, 브래지어 모양의 
그림 위에 핑크빛 리본을 발견하고 단순히 뷰티관련 서적이 아님을 감지했다.

브래지어, 그 존재의 이유
여자는 제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수십 년 동안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살아간다. 그렇다면 브래지어는 왜 착용하는 것일까?
두말할 것 없이 아름다움을 위해서다. 브래지어뿐만 아니라 보정용 속옷 등
몸을 타이트하게 받쳐주어 예쁜 가슴라인과 미끈한 각선미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숨 막히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기꺼이 착용한다. 
내가 어릴 적엔 속옷 광고만 나와도 못 볼 것을 본 것 마냥 부끄러워했지만 
요즘은 속옷광고가 정말 당당해졌다. 그리고 섹시해졌다. 
이기적인 몸매를 가진 모델들이 나와 볼륨업이라는 기능성 브래지어를 광고하고, 
그것을 착용하면 마치 나도 모델처럼 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지게끔 
여성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디자인은 또 얼마나 예쁜지.

유방암의 위험에 노출되다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는 뭘까?
주저 없이 ‘암’이라는 답이 나올 것이다. 특히 여성에게 빈번하게 발병하는
유방암은 단지 병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여성의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유방 절제술이 더 큰 공포심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브래지어가 유방암을 유발한다고? 말도 안 돼! 그럴 수가 있나? 
브래지어는 속옷인 동시에 여자와 떨어뜨릴래야 떨어뜨릴 수 없는,
아니 속옷을 넘어 여자의 몸 일부분과 같은 것이기에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유방암 연구가 시작되다 - 응용의료인류학적 접근을 통해
저자인 시드니는 생물학과 생화학, 인류학, 의료인류학자이며,
소마는 인류학 연구자로 인류학과 심리학, 사회학, 환경학에 대해 깊이
연구 중이다. 이 두 저자는 부부로서 유방암을 의학이나 생물학적 측면뿐 아니라 
응용의료인류학적으로 접근 연구해 나갔다. 현대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 특히 유방암에 대한 공포심과 그 희생자가 늘어가는 데도 현 의학은
아무런 예방책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첫 아이를 가진 소마의 가슴에 멍울이 잡힌 것도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는데 동기를 부여했다고 한다. 멍울이 모두 암은 아니지만 말이다.
응용의료인류학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의료 및 보건 문제들을 연구하는 
인류학의 한 종류이며 시드니와 소마의 연구 초점은 유방암에 맞춰졌다.

유방암의 치유법을 찾아서 
보통 과학자들이나 의학자들은 시험관 안에서라는 의미의 인 비트로 in vitro 실험을 한다.
헌데 이 실험의 한계이자 문제점은 패트리 접시 위에서 배양된 세포의 반응은 체내에서의
반응과 다른 특성과 움직임을 보이며 상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포가 살아가는 환경이 분명 세포가 특정 기능을 하는데 영향을 준다는 의미란다.
인간과 다른 환경과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동물실험 결과도 마찬가지다.
그런 특성을 배제한 채 인 비트로나 동물실험의 결과를 가지고 치료법을 찾았으니
처음부터 잘못된 치료를 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암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보통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이나
독성물질을 이용하는 화학요법, 방사능 요법 등이 그 치료방법이다.
하지만 모두 임신 중인 소마에게 적당하지 않았으며, 더욱이 방사능은 암을 유발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저자들은 대체의학에 눈을 돌린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유방암의
진짜 원인을 찾아 재발까지도 막는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유방암, 연결고리의 발견 - 옷이 우리를 죽인다
저자들은 유방암을 일으키는 수많은 원인 중 결정적인 것을 우연하게 발견한다.
바로 소마의 몸에 선명하게 찍힌 브래지어 자국. 시드니는 대학 시절 수의사에게
어린 황소 거세방법을 배웠던 걸 기억했다고 한다. 끈으로 음낭을 묶어주기만 하는
간단한 방법이었고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조직이 결국 말라버렸다는 것이다.
늘 꽉 죄는 브래지어를 대부분 24시간 내내 착용하는 여자들. 
혹여 모양새가 흐트러질까봐 모양을 더욱 꼭 잡아주는 제품을 찾아다니기까지 한다.
무서웠다. ‘에이 설마’ 했던 생각이, ‘아 그럴 수도 있겠다.’로 바뀌었다.
예쁜 가슴을 만들어준다던 와이어는 오래 착용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타이트하게 밀착되어 압박하는 브래지어 끈이 우리 몸의 혈액순환 방해는 물론
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나 역시 일전에 심각한 어깨통증을 느꼈는데
브래지어의 어깨끈을 느슨하게 풀어주니 놀랍게도 어깨통증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비단 브래지어뿐만 아니라 몸을 압박하는 어떤 형태의 옷이라도 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꽉 끼는 청바지라든지, 남자의 삼각팬티 등도 그 예.

나이, 유전적 요인, 식습관, 환경적 관점, 문화적 관점 등 암을 유발하는 요인은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연요법 등 대체의학으로 암을 치유한 사례가 종종 들려오는 것과
시드니 부부가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하면 암의 발병과 환경, 생활방식이 
상관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브래지어가
림프계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림프계는 인간의 몸에서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면역체계의 한 부분인데 이 부분이 압박되어 순환이 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독성물질이 제거되지 않으면 림프액이 정체되어 멍울이 되고 결국은 종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시드니 부부가 정상 집단과 암 경험 집단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이들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특별히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다. 바로 내 주위에 암으로 고통 받는 분들이
꽤 계시다는 것이다. 세 분이 유방암을 겪으셨다. 한 분은 유방 절제술을 받으셨고,
한 분은 항암치료 중에 계시며, 또 한 분은... 또 한 분은 며칠 전 세상을 떠나셨다.
몇 해 전 유방암 수술을 받으셨는데 뼈로, 폐로, 뇌로 암이 전이되어 40대의 젊은 나이로
떠나신 것이다. 지금 되돌아보니 그분은 옷 밖으로 눌린 자국이 보일 정도로
타이트한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계셨다. 문득 답답하지 않을까 생각될 때도 있을 만큼.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까움에 가슴이 시리다.

독립선언 - 브래지어로부터
요즘 S라인이다, 이기적인 몸매다 해서 늘씬한 여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개미허리에 풍만한 가슴은 많은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 자신에게도 
선망의 대상이다. 나 역시 그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했기에 착용만 해도
사이즈가 늘어난다는 놀라운 브래지어를 발견하고는 구입하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그런데 사용 후기를 보니 처음엔 호흡조차 곤란할 정도로 압박이 심하다는 것이다.
차츰 편안해진다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익숙해져서일 뿐이지 실제로
브래지어가 편안하게 바뀐 것은 아닐 터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브래지어를 사겠다는 생각은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예 착용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책에서의 권유대로
12시간미만으로 편안한 브래지어를 다시 구입하여 필요한 때만 착용할 것이다.
브래지어가 없이도 옷맵시를 살릴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니 참 친절한 책이다.

소마는 어떻게 했을까? 브래지어를 벗어버리고 압박받았던 곳을 열심히 마사지 해준
결과 그들 부부를 염려케 했던 멍울은 사라지고 행복만이 남았단다.
여성 모두에게 진정한 평안과 행복, 그리고 핑크빛 건강이 임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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