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아, 친하게 지내자! -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화학 이야기 풀과바람 지식나무 15
이영란 지음, 시대 프로덕션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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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라면 화학은 어렵고 지루한 것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기억이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학교 다닐 때 그랬으니까.
그 엄청난 화학식을 외워야 하는 심리적 압박이 상당한 작용을 한 탓이다.
아마도 화학이 싫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비슷한 이유를 가지지 않았나 싶다. 

사실 화학 자체가 싫은 건 아니었다. 아니 좋아하기도 했다.
중학교 2학년 때였나. CA 활동에서 난 과학반을 했었다.
멋진 실험도구들로 암모니아 분수를 만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친구들이 그 사악한(?) 냄새에 기겁을 하고 뿔뿔이 도망을 쳐 먼발치서
코를 쥐고 있을 때 난 용감무쌍하게 암모니아 분수를 완성했었다.
눈이 시리고 코피가 날 것처럼 콧등이 찡한데도 꿋꿋하게 참았다.
고난 끝에 난 암모니아 분수가 멋지게 솟아오르는 걸 보며 친구들이
탄성을 지르는 소리를 즐겁게 들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화학인데 한 번 놓치고 나니까 걷잡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안타깝다.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시작하면 나도
화학이랑 무지 친한 친구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하여튼 화학과 그렇게 관계가 틀어진 후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흘렀다.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지만 사실 난 화학과 화해를 하고 싶었다.
철없이 놓쳐 버린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눈에 띄는 제목이 참 친근하다. 화학아, 친하게 지내자!
화학이 과연 친구처럼 친근한 것인가? 지은이는 그렇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지는 화학식이 화학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화학은 우리 생활 곳곳에, 아니 생활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의 종이도 화학처리를 해서 만들어지고, 지금 자판을 치고 있는
키보드도 마찬가지이다. 즐겨먹는 과자의 파손과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봉지에 질소를 넣는다던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우유 초코우유도
그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색소나 착향료를 넣으니 이 모두가 화학이다.
인공색소와 착향료 등은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콩팥에 무리를 주고
솔빈산과 같은 보존료는 오래 섭취하면 암세포가 발생할 수 있으니
가능한 섭취를 자제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이처럼 생활에서 사소하게 만날 수 있는 것서부터
아이들이 조금 어려워 할 수도 있는 원자, 분자, 이온 등의 화학 용어도
쉽게 접할 수 있게끔 친절하고 재미있는 설명과 일러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지각에 산소와 규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고
그 구성을 이루는 것과 산소, 탄소, 수소, 질소 4개의 원소가
서로 결합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 비타민을 만들어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비교한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움을 자아낼 것이다.
철이 녹슬면 붉게 변하듯, 우리 몸에 흐르는 피가 혈액 안의
금속성분인 철분이 산소와 만나 산화철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재미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눈으로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빛과 눈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이 엄청난 화학반응을 일으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까? 맛있게 먹은 음식이 소화되는 것도 화학작용이라는 것도. 

화학은 이처럼 매우 유용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많이 발생했다.
환경오염이 그 결과이다. 이렇게 오염된 환경을 되돌리려면 대체에너지 개발 등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화학과 많이 친해지고
훌륭한 화학자가 되어 각고의 노력 끝에 초록빛 지구를 지켜가는 데
그 역할을 담당해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책의 끝에는 화학상식코너가 있어서 읽은 내용을 곱씹어 볼 수 있게 했다.
화학을 지식으로써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화학과 화해한 나를 발견했다. 화학은 우리의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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