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a Motohiro - Best of Green Mind '09 [2CD]
하타 모토히로 (Hata Motohiro)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태양빛을 닮은 기타 위에 작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자켓이 눈길을 끈다.
가방을 들고 있는 여자, 공을 들고 있는 아빠, 걸음마를 하고 있는 아기,
풍선을 들고 있는 어린이, 기타 모서리에 걸터앉아 어딘가를 바라보는 남자들.
너무나 평범하고 너무나 일상적인 그들의 모습에 왠지 모를 따스함이 느껴진다.
자세히 보면 기타를 들고 있는 한 남자를 여러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
아마도 음반의 주인공, 하타 모토히로인가보다. 

싱어송 라이터인 하타 모토히로는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가수다.
지난 6월에 발간된 이 음반에 담긴 노래는 녹음(綠陰) 위에 빛나는 싱그러운
초여름 햇살처럼 너무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담겼다. 

2CD로 구성된 음반의 첫 곡은 <온화한 오후에 늦은 아침 식사를>이다.
바쁜 생활의 흐름 속에서 부릴 수 있는 작은 사치.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사랑이라는 곡은 의외로 소박하다. 애절함이 뚝뚝 묻어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소박함 그 자체다. 아마도 하타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소리로 재구축한 노래여서인가. 

하타는 기타연주를 하며 노래할 때 먼 곳을 응시한다고 한다.
마이크가 아닌 청중을 향해, 궁극적으로 자신을 향해 노래하는 모습이 이런 걸까.
하루 종일 음반을 틀어놓았는데 음악이 그냥 들려지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의 한 부분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음반에 수록된 노래마다에서 우리들의 삶 한 조각 한 조각을 찾을 수 있었다.
나보다 아래 연배인 그는 내가 어느 날 발견했던 것들을 좀 더 일찍 찾은 듯. 

우리말로 번역된 가사가 함께 들어있긴 해도 일본어로 된 노래이니 당연히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어쩐지 친근하다. 기타 줄을 내리치며 부르는 모습.
그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과 같은 착각?
아마도 나 역시 기타를 친 적이 있어서 공감대가 형성된 이유일 게다.
고등학교 1학년, 난 그 때 기타에 매료돼 있었다.
부모님께 차마 사달라는 말씀을 드리기가 죄송해 용돈을 한 푼 두 푼 모아
낙원상가로 달려갔더랬다. 교복을 입은 학생이라고 아저씨께서 좀 더 저렴하게
주셨던 기억도. 그리고 독학하기에 좋은 교본을 사서 코드를 누르고
손가락으로 줄을 뚱똥뚱똥 퉁겼다. 기타를 잘 치는 친구에게 주법도 배워가면서
어느 날 제법 잘 치게 됐을 때 친구와 온갖 노래를 기타 치며 불렀던
행복한 기억이 하타의 목소리 위에 오버랩 된다. 

기술로 기타를 연주하고, 몸으로 노래하며, 마음이 그것을 듣고 있다.
콘서트홀이나 라이브 하우스뿐만 아니라 미술관이나 야외극장에서도
녹음됐다는 이 앨범은 살아가면서 때때로 일상의 한 조각이 되어줄 것 같다.
처음 듣는 그의 노래가 이처럼 오랜 친구처럼 잔잔한 감동을 주는 건.
내 생각엔 그렇다. 아마도 하타는 기타를 손에 들고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꼭 끌어안고 연주하는 이유일거라고. 아니 기타와 하나가 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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