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우리 그림책 3
장영복 글, 이혜리 그림 / 국민서관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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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들어서는 입추를 아쉬워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말복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하루답게 매미는 아침 일찍부터 매암매암 노래를 한다.
마지막 피서를 즐기는 피서객들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느릿느릿 달리는
모습을 보며, 모두들 어떻게 피서를 즐기셨는지 문득 궁금하다. 

1년에 한 번 있는 동물원의 휴일.
얼룩말도, 옆집 사는 펭귄도 가족들과 해수욕장에 간다고 으스대며 자랑하는데
질 수 없어 코끼와 코리도 “우리도 간다!”고 큰소리다.
그런데 아빠 코끼리는 코만 골며 깊은 잠에 빠져있다.
하루에 세 번씩 분수 쇼를 하는 탓에 피곤한 이유다. 

아빠 코끼리의 모습 위에 우리 집 두 아이들 아빠의 모습이 겹친다.
조리사인 아빠는 늘 바쁘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온종일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를 하고, 하루에 앉아 있는 시간이 10분을 채 넘기기 힘들다.
또 한 달에 세 번 쉬는 탓에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한 달에 세 번 밥을 먹는다.
그런 이유로 몸이 천근만근인 걸 알기에, 아이들과 늘 많이 놀아주지 못하는 걸
미안해 하지만 “좀 놀아줘~.”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다른 집은 해외여행이다, 해수욕장이다 놀러 가는데 휴일도 정해지는 일 없이
늘 변경되는데다 올여름 직장에서 일이 너무 바빠 휴가도 기약이 없었다.
올해 다섯 살이 된 큰아이는 요즘 들어 아침에 눈뜨자마자 하는 말이 있다.
“엄마~ 에버랜드는? 사자하고~ 곰이하고(곰하고) 버스타고 보러 갈래요.”
이런 아이에게 아빠가 바쁘시니 나중에 가잔 말을 못한다. 응, 그래. 담에 가자. 

드르렁~ 푸우~ 코만 고는 아빠 코끼리 때문에 의기소침해진 코끼와 코리.
코를 골던 아빠의 호흡이 멎었다. 엄마! 아빠가 이상해. 숨을 안 쉬어!
엄마 코끼리가 놀라 허둥지둥 달려오니 읍, 푸우~~ 하고 숨을 쉬는 아빠 코끼리.
아빠 코끼리의 콧바람에 코끼와 코리가 바닷가로 슝! 날아간다. 곧이어 엄마도.
그렇게 해수욕장에 간 코끼, 코리와 엄마는 파도 넘기, 오징어 그네 타기,
문어공 굴리기 등을 하고 놀지만 별로 재미가 없다. 아빠가 함께 한 게 아니라서.
우리 집 꼬마들이 그렇다. 뭔가 하고 놀다가도 “엄마, 아빠는요?”하고 묻는
아이들 모습이 코끼와 코리 같다. 아빠의 빈자리가 참으로 크다.
아빠는 너무 바쁘셔서 그렇다고 설명을 해주는데 다섯 살짜리 아이가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은 그리 크지 않다. 못내 아쉬워 할 뿐. 

요즘 너무 바쁜 아빠들, 함께 놀아주고 싶어도 체력이 달리는 아빠들.
그리고 서운한 아이들. 이런 감정들이 책 안에 소르르 녹아있다.
글자 하나하나에, 그림의 선 하나하나에.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이 책을 참 좋아한다. 아기 코끼리가 아빠랑 엄마랑
놀러가서 수영도 한다며 열심히 설명을 해준다.
아마도 자신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책이라는 걸 느꼈던 걸까?
자신들도 코끼 코리처럼 슝~ 날아서 놀러가고 싶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놀다가 잠든 코끼와 코리, 엄마 코끼리의 콧바람에
아빠가 슝~ 날아올라 해수욕장 모래언덕에 떨어진 것. 콧바람 에피소드로 인해
진정한 의미의 행복한 휴가를 즐기는 코끼 코리 가족. 그야말로 신나게 논다.
우리 집에서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올해 휴가는 포기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 퇴근한 남편이 휴가를 받았다는 것. 갑작스레 아빠와 휴가를 떠나게 된
아이들은 그야말로 신나서 폴짝폴짝 뛰었다. 어디 멀리 가지 않더라도
아빠차를 타고 어딘가 간다는 사실 그 자체로도 좋아하는 아이들이니.
올해 여행지는 양평에 있는 한 체험마을이었다. 5살, 3살. 아직 어린 탓에
사실 적극적인 체험은 무리였다. 파리만 날아가도 기겁을 하고.
그래도 아빠가 냇물에서 밀어주는 뗏목을 타고 물장구치거나, 물총에
냇물을 집어넣어 이를 악물고 아빠에게 물을 쏘는 놀이, 물고기를 잡겠다고
냇가의 돌을 들춰내는 모습에서 행복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그 소소한 행복들을 체험마을에서 간식으로 쪄준 찰옥수수의 향기에 묻어
추억 속으로 보낸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코끼 코리 가족의 뒷모습으로 행복은 노래가 되어 흐른다.
체험마을에서 본 별들이 책장 안에서도 빛나고 있었다. 

휴가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목욕을 하고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그르렁~ 그르렁~ 푸우~ 푸우~.”
이번에 듣는 소리는 고단해서 나는 소리가 아닌 것 같다.
아빠 엄마와 함께 떠났던 휴가가 즐거웠노라고, 다음 여름이 오면 또 가자고
꿈에서 부르는 노래일지도. 그래 사랑하는 아이들아.
우리 다음 여름이 오면 휴가를 떠나자꾸나.
아빠 엄마 그리고 너희들, 온가족이 함께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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