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FM Golden Pops [3CD]
다니엘 분 (Daniel Boone) 외 노래 / ㈜서울미디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황금빛 케이스에 클래식한 분위기의 마이크, 그리고 라디오가 눈을 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70~80년대를 아우르던 그 팝 뮤직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처럼 30대 중반을 지나는 사람에겐
이런 음악들이 특히나 반갑다. 단지 옛날 노래여서가 아니라
어떤 음악을 들을 때에는 특정한 추억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7080 FM Golden Pops는 총 3개의 음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음악들은 라디오 FM의 각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음악을 수록한 것이다. 

첫 번째 음반의 타이틀은 < Good Morning FM >이고,
아침과 어울리는 경쾌하고 상큼한 팝을 엄선했다고 한다.
그 안에는 너무나도 유명한 My way나 영화 주제곡으로도 잘 알려진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등이 실려 있다.
My way를 들을 때는 아직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건 아니지만
내 인생길을 되돌아보게 되고, Raindrops~를 들을 때는 통통 튀는 빗방울 사이를
자전거로 달리는 영화 주인공들의 표정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두 번째 음반의 타이틀은 < 2시의 FM 데이트 >.
점심시간을 지나 나른한 2시경 음악을 들으며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면
그것도 큰 행복이 아닐까. 이 음반에는 Beautiful Sunday와
사뭇 여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영화 프리티 우먼의 주제가인
Pretty Woman,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팝 뮤직 중 하나인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가 있다.
Tie A Yellow Ribbon~을 들으면 내 마음을 서운하게 했던 모든 것들에 대해
용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할까. 이미 용서하고 기다리던 남편이
혹시라도 보지 못할까봐 기차가 지나가던 길가의 나무에 온통 노란 리본을
달았다는 어떤 이야기도 생각나고 말이다. 

세 번째 음반의 타이틀은 < 별이 빛나는 밤엔 FM과 함께 >이다.
검푸른 반구에 보석보다 아름다운 별이 빛나고 옛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이다. 단발머리 여학생시절 라디오 소리를 살짝 줄여 놓고
몰래 음악을 들으며 꾸었던 꿈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추억이리라.
이 음반에는 그 꿈에 날개를 달아주었던 If You Love Me, Rain,
In Dreams, Mr. Lonely 등의 노래가 실려 있다. 

세 개의 음반을 들으면서 가장 내 마음을 애잔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 Words - F.R David >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2학년 때였나.
여름방학 때마다 시골 외갓집에 내려갔는데 삼촌의 방에서 라디오 하나를
발견했더랬다. 삼촌이 무척이나 아끼던 라디오여서 삼촌이 계실 때는
감히 들어볼 생각도 못했는데 삼촌이 집을 비우신 어느 날,
나는 삼촌 방으로 몰래 들어가 라디오를 살며시 켜봤다.
팝송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본 내가 그 때 만난 것이 바로 Words였던 것이다.
물론 그 땐 내용도 모르고 그저 멜로디만을 들었을 뿐이지만
그 때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이 음악을 들을 때면 집 근처로 달리던 기차와 외갓집의 기와,
그 곳의 하늘, 바람, 한가로움 그런 것들이 생생하게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은, 다시는 갈 수 없는 그 곳. 추억 속에 묻혀 버린 그 곳.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그 곳을 나는 이 음악으로 추억한다.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 추억의 볼륨을 높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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