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엄마가 알았더라면 - 우리 시대 부모 14인이 젊은 날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안정숙 외 지음 / 글담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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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두 아이의 엄마다. 여느 엄마들처럼 육아에 관심이 많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더 잘 키울 수 있을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평범한 엄마다.
때문에 육아와 교육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는 편인데 그런 나의 시선을 붙잡는
책 한 권이 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엄마가 알았더라면.
하버드생 금나나의 어머니, 역도선수 장미란의 어머니 등 14인의 부모가 쓴
책이라는 빨간 띠지를 보니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꼭 읽어야만 한다는 의무감(?)과 함께.
아니, 성공적으로 자식을 키워낸 부모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고백한다. 

코이라는 물고기 기억나지? 작은 어항에서는 5cm, 수족관이나 연못에서는 25cm,
강물에 방류하면 무려 120cm까지 자란다는 물고기.
제 스스로 어항과 연못을 박차고 강물로 나간 거야. 그 길에 좌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니? 지켜보자.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p.24)
이런 물고기가 있었구나. 글을 읽으니 우리의 아이들은 코이가 아닐까 싶다.
부모가 가둬 두면 5cm 자라고, 넓은 세계에서 스스로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면 100cm가 훨씬 넘게 자랄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 말이다.
내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부모라는 이름으로,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영혼을 속박하고 있었던 게 아닌지 두렵다.
때때로 보이는 아이들의 슬픈 표정이 마음에 아리게 박혀 온다. 

좋은 부모라는 건 완벽한 부모는 아닐 거야. (p.80)
어렸을 때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환경 탓에 친구들 다니는 유치원도,
피아노 태권도 학원 등에 단 한 번도 다닌 적이 없었다. 매일 오던
한 장짜리 시험지를 열심히 풀었고, 유일하던 동화책 전집을 친구 삼았으며,
맞벌이 하던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나이서부터 동생들을 돌봐야했다.
그 땐 착한 딸이 되고 싶었다. 그래도 그런 어려움과 궁핍함을 내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에, 태교한다며 음악을 듣기도 하고 책도 많이 읽었다.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데 희한하게 어찌 갈수록 부모 노릇에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유를 깨달았다. 완벽하지 않은 내가 완벽한 부모 노릇을
하려고 했으니 당연히 힘든 거다. 욕심을 내려놓자. 완벽한 부모가 아닌
좋은 부모가 되는데 더 관심을 기울이자. 그럼 어떤 게 좋은 부모일까?
답이야 정말 많겠지만, 내 아이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성장하며 성숙해 가는 것.
자식이 행복의 길을 찾는데 지켜봐 주는 것, 도움을 청할 때 기꺼이
그 길을 함께 걸어주는 것. 이 정도면 좋은 부모이지 않을까.
또한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믿어주기(p.105), 이것은 엄마인 나만이 할 수 있다.
내 아이의 엄마라는 역할은 세상에서 나에게만 주어진 것이니까.
더 중요한 사실은 그 역할을 잘 할 사람도, 잘 못할 사람도 바로 나라는 것. (p.40) 

바쁘고 안 바쁘고를 떠나서 엄마한테 뚜렷한 주관이 없으면,
애들 교육은 죽도 밥도 안 된다. (p.255)
어떤 부모가 자식이 잘 안 되기를 바랄까. 나 또한 엄마이니 내 아이들이 이 책 속의
아이들처럼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꼭 좋은 대학을 목표로 하거나 좋은 직장에
다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물론 그러면야 좋겠지만. 하하)
불과 얼마 전까지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이 있었는데, 다른 건 다 괜찮지만
직업군인이나 전문운동선수, 연예인은 안 시킬 거야. 대체 무슨 권리로?
아이들이 아직 3살 5살이니 좀 이를 수는 있는데 아이들이 갈 길에서 내 마음대로
이 길은 안 된다고 벌써 싹을 자르고 있었다. 내 자신에게 실망!
좋은 부모가 된다면서 자질 하나를 잃은 셈이다. 앞서 말했듯이 욕심을 내려 놔야지.
믿는 거다. 아이의 꿈에 대해서. 선택에 대해서.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믿음이 깨진다 해도 “거 봐. 엄마가 말했지?”라거나 원망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좌절한 아이의 어깨를 펴고 무릎을 세워줄 수 있는 것도 부모, 나이지 않을까. 

유치원에서 오는 아이를 마중하느라 아파트 입구에 서 있다 보면 학원 차에서 내려
바로 다음 학원차를 타는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늦은 밤에도
학원차가 아파트 단지를 돈다. 안타깝다.
난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강요할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홈스쿨링 책을 쓴 엄마들처럼
훌륭한 자질을 갖춘 것도 아니기에 사실 좀 두렵기는 하다. 혹시 내 아이들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해서이다. 그렇지만 나 자신을, 내 아이를 믿어 보기로 했다.
내 신념을 밀 수 있는 자신이 조금 생겨서인데, 이유는 진심이 담긴
편지꾸러미(이 책)를 읽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식농사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책들을 보면 역경을 이겨내고
이렇게 되었다고 하는 성공담인 경우가 많다. 부모가 썼든, 자녀가 성장해서
직접 썼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시선의 위치가 독특하다.
지난 날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선택한 길에서의 역경을 어떻게 이겨내고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고민에 때론 눈물로
밤도 지새워야했던 옛날 선택의 기로에 선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이다.
더불어 그 때 자신이 걸어야 했던 길과 비슷한 갈림길에 선 후배 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일 것이다. 바로 나 같은. 

마음속에서 사랑이라는 종이를 한 장 꺼낸다.
신념이라는 펜을 들어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가며 과거에 대한 회상,
현재에 대한 대책, 미래에 대한 나의 꿈을 적어본다.
그리고 믿음이라는 우표를 붙여서 나에게 보낸다.
난, 내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겠다. 정말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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