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 2집 - 잔상
정민아 연주 / 소니뮤직(SonyMusic)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리뷰 쓰면서 이렇게 울어보긴 처음이다.
눈물이 앞을 가려 모니터도 잘 보이지 않는다. 

백일하고도 하루 전 나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마지막 통화에서 “미안하다.” 그 한 마디가 아직도 귓가에 맴맴 거린다.
그게 마지막 인사일 줄 알았더라면 더 나중에 하시라고 할 걸...
아니 하시지 말라고 할 걸 그랬다. 그럴 걸 그랬다. 

난 음악을 참 좋아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음악이 가득한 환경 속에서 자란 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음악이 좋았다.
성악도 좋지만 특히 기악을. 그래서 대학 때는 용돈을 모아 구입한 플루트를
함께 교회에 다니던 선배에게 배워서 앙상블 연주를 하기도 했다.
물론 전공자들처럼 멋들어진 연주를 하진 못했지만 소리가 예쁘다는 평도 듣고
그 자체가 참 좋았다.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바이올린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날이 느끼는 거지만 한국의 전통미가 참 끌린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희한하게 어려서부터 그랬다.
한옥도, 단청도, 한지도. 그리고 물론 좋아하는 음악, 국악도 그렇다.
국악기 중에 특히 좋아하는 것은 가야금과 대금이다. 

귓가를 통해 마음을 쿵쿵 울리는 현의 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지금 듣고 있는 소리, 정민아의 가야금 연주이다.
기존 뚱뚜둥 뚱뚱 하며 고상한 옛 멋을 자랑하는 가야금 소리가 아니라
모던이라는 제목 그대로 현대인들도 끌릴 만큼 세련된 가락이다.
함께 연주한 베이스 기타 연주도 참으로 돋보인다. 

첫사랑이라는 곡은 사랑에 빠진 봄 처녀의 심경을 노래하는 것만 같다.
이미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음악을 듣는 이 순간만큼은 난 봄 처녀이다. 

하지만 여러 곡 중에서 가장 나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역시 타이틀인
<잔상>이라는 곡이다. 이 곡은 심플 버전과 오리지널 버전으로 나뉘어있다.
기저에서부터 송두리째 마음을 흔들어 놓는 이 음악을 들으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더욱 사무친다.
연주자의 손가락 끝에서 잔상의 가락 하나하나가 뜯겨져 나올 때마다
생전 아버지의 모습 그 잔상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이다.
음반 중에 있는 시네마천국이라는 곡처럼 추억들이 머릿속 영사기를 통해 돌아간다. 

혹독하리만큼 추웠던 그 겨울날 떠나신 아버지.
정민아의 가야금 소리는 그 아픔을 덮으려는 듯 봄 어느 날 그렇게 찾아왔다.
오래도록, 참으로 오래도록 가야금 연주를 듣게 될 것 같다.
그렇게 가야금 소리를 통해 아버지를 추억하려는 듯. 

가까운 곳에 가야금 학원이 자리했다. 한 번 찾아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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