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 - 서로 다른 입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브리타 슈바르츠 외 지음, 윤혜정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이런 이야기 참 좋다. 내가 여태껏 알고 있던 사실을 뒤집는 이야기.
10여 년 전 이 책과 비슷한 책을 구입한 적이 있는데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이다. 착한 아기돼지들을 괴롭히는 나쁜 늑대.
그 늑대의 입장에서 듣다보니 아, 늑대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하는
이해심이 생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녀의 입장에서 본 헨젤과 그레텔이란다. 

어렸을 때 집에는 세계의 명작동화라는 동화책 전집이 있었는데 거기에
헨젤과 그레텔이 나왔다. 한없이 약하고 착하기만 한 아이들을 쫓아내지 못해
안달인 새엄마. 많은 친구들이 그랬듯이 나도 그 나쁜 새엄마가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나이 많고 험상궂어 보이는 마녀는 온데간데없고 세련된 아줌마 마녀 대령이시다.
게다가 두 주인공의 새엄마는 못된 사람이 아닌 아이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착한 엄마였던 것! 그리고 반대로 헨젤과 그레텔은 부모님은 물론 어른 공경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악동중의 악동이었던 것이다. 허허! 

이야기는 헨젤과 마녀 사미라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헨젤과 사미라가 옥신각신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판사를 사이에 두고 누가 옳은지 열심히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헨젤과 사미라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다보니 어쩐지 사미라의 말이 좀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살짝 드는 것이다.
사실 수십 년간 헨젤의 이야기만 들었지 마녀의 입장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 말이다. 너무 억울해서 지금이라도 누명을 벗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한없이 착하기만 할 것 같았던 나의 두 아이도 여지없이 개구쟁이들로 자라고 있다.
물론 아이들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아이 때는 대부분 그렇겠지만 말이다.
다른 이들이 볼 때에는 우리 아이들이 참 얌전한 편이라고 해도 내가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개구쟁이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좀 더 큰 아이들을 보면
참 세상 많이 변했다 하는 탄식이 나올 때도 있다. 마치 책에서 사미라가 이야기하는
헨젤과 그레텔의 모습처럼 말이다. 나도 부모라서 그런가.
그래서 어쩐지 사미라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헨젤이 옳은지 사미라가 옳은지 그건 알 수가 없다. 하늘만이 아시겠지. :)
하여튼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어느 누구 한 사람만의 입장만 볼 것이 아니라
양쪽의 말을 모두 들어봐야 하겠다는 것이다. 한 쪽의 말만 듣다보면 확실히 편견이라는
좋지 않은 친구가 어느새 마음속에 찾아오게 되니 말이다.
개구쟁이 헨젤 그레텔과 억울한 마녀 사미라 이야기, 쿡쿡 대며 재밌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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