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 종이, 자연 친화적일까? 세계를 누비며 밝혀 낸 우리가 알아야 할 종이의 비밀!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외 옮김 / 상상의숲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바스락거리며 부서져 버리는 모양의 나뭇잎이 마음을 무척이나 무겁게 만드는 책.
몇 번이나 망설임 끝에 결단을 하고 책장을 열었더랬다. 이렇게 책 읽기가 어려웠던 건
바로 나 자신이 책을, 종이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어쩐지 모를
죄책감 같은 것이 들어서이다. 아주 바쁠 땐 한 달에 열 권, 보통 때는 열다섯 권에서
많게는 스무 권의 책을 읽고 있다. 한 권 한 권 책이 책장에 꽂혀 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부자가 된 듯 흐뭇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흐뭇함 뒤에 꼭 오는 것이 바로
시린 마음이다. 왜 그랬을까. 어줍지만 나름 환경보호를 위해 애쓰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이 좋아 읽으면서도 이렇게 종이가 많이 사용되면 숲은 어쩌나 싶은 것이다.
한 때는 e-book을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조금 읽다보면 눈이 아프고 내용에 집중하기가
힘들어 역시 책은 종이책이라는 변명 같은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표지 디자인서부터 제목까지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덮는 그 순간까지 내 마음을
아프게 후벼 팠다. 숲에게, 지구에게 정말 많이도 미안했다. 

저자 맨디 하기스는 영국 출신으로 대학에서 토지와 산김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원으로
일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의 숲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제지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파급 효과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2006년 1월, 종이
생산지를 둘러보는 대장정에 올랐으며 이 책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가 탄생했다. 

종이는 친환경적일까? 종이는 화학공학의 산물
나무. 얼마나 신비로운 존재인가! 개인적으로 나무를 정말 좋아한다. 길을 지나다가도
나무를 한 번 쓰다듬거나 안아보기도 한다. 소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맑은 산소를 내뿜어
지구의 대기를 정화시키고, 삼림욕을 할 수 있으며,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여름날에는 시원한
그늘도. 그 뿐인가?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책도 나무로 만들었다. 참 신기하다.
이런 이유로 보통 사람들은 종이가 매우 친환경적이라고 생각을 한다. 나 또한 그랬다.
그 원천이 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고 종이는 있는 그대로의 나무처럼 친환경적이지
못한 것임을 알았다. 불법 벌목, 종이 생산을 위해 발생하는 폐수 등 오염물, 깨끗한 종이를
만들기 위한 독한 표백제와 각종 화학물질. 우리 아이들이 입에 넣기도 하는 종이는
반환경적이었던 것이다. 제지산업의 경우, 종이 1톤을 생산하는데 나무를 포함해 기계 원료인
금속, 연료, 물 등 각종 자원이 무려 98톤이 필요하단다. 정말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Remember. These come from Trees. 기억하세요. 이것은 나무로 만들어요.
미국 실리콘 밸리의 블로거인 피트 카잔지가 종이절약운동 차원에서 만든 스티커의 문구이다.
이 스티커를 부착한 가게들은 이후 약 15%의 종이절약 효과를 봤다고 한다.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생태발자국(인간이 소비하는 천연자원을 지구가 생물학적으로
재건하는 데 필요한 지구 면적)은 2.1헥타르인데 세계 평균 2.7헥타르, 미국 9.4헥타르,
영국 5.3헥타르, 한국도 3.7헥타르에 달한다. 선진국일수록 종이 소비량이 높다.
이렇게 우리의 종이 소비로 종이 나무는 세상에서 덧없이 사라지고 있다. 지금도. 

우리가 재활용으로 내놓는 폐지는 대체 어디로?
매주 화요일이 되면 아침 일찍 아파트 입구에 재활용품을 내놓으러 간다. 나가보면 주민들이
부지런히 각 포대에 재활용품을 분리해 넣는데 단연 그 부피가 큰 것이 폐지이다.
작은 산을 이룰 만큼. 일주일동안 모인 폐지의 양으로 치면 정말 많다. 무척이나 반성한 것이
폐기용 쓰레기는 어떻게는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재활용품은 다시 사용된다는 것에 안심했기에
내놓을 때 그 양이 조금 많아도 사실 마음에 거리낌이 크게 없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생각해보니 정말 내가, 우리가 내놓은 재활용품 특히 폐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탁세제는 미생물 분해가 가능한 천연가루비누를 구입하고 휴지는 재생지로 만든 것을
구입한다. 그런데 휴지 코너에 재생지로 만든 휴지가 없는 것이다. 한참을 찾다가
사람들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구석에 재생 휴지가 놓인 것을 발견했다. 사실 휴지는
좋은 펄프보다 재생지로 만든 것을 사용해도 좋다는 생각인데 모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니 대체 폐지로 만든 재생지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놀랍게도 폐지는 재활용되는 대신 수출되거나 대부분이 매립된다고 한다. 이런! 

재생종이, 숲을 살리고 지구를 지킨다.
이 책은 재생종이로 만들어져있다. 그런데 재생종이 같지가 않다. 정말 깨끗하고 고급스럽다.
어렸을 때 봤던 갱지와는 격이 다르다. 책장에 있는 책을 꺼내보니 재생지로 만들어진 책은
한 두 권정도? 이 수많은 책들이 모두 재생지로 만들어졌다면 아직 살아있을 나무들이 얼마나
많을지 숙연해진다. 책뿐만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종이로 만들어진 것이 정말 많다.
영수증, 종이, 통장, 냅킨, 키친타월 등등. 그리고 상품의 포장도 대부분 종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지회사들의 변화이다. 나무농장을 운영하겠다는 제지회사들도 있는데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대부분 아카시아나무를 심는 나무농장으로 인해
다른 식물은 물론 동물까지도 살 수 없고 뿌리에서 나오는 독성물질로 땅까지 황폐해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제지회사들은 폐지를 수거해 재생종이로 만들고, 나무대신 볏짚 등 대체품으로 종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마인드 변화이다.
깨끗하게 표백된 종이류만을 선호하는 마음을 바꿔 재생지로 만들어진 책, 복사지, 휴지 등을
사용하면 재생종이를 만드는 회사가 더 많아질 것이고 결국 숲과 지구, 나아가 인류에게도
유익한 결과가 올 것이다. e-book까지는 아니어도 우리가 읽을 책들을 모두
모두 재생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급 휴지만을 고집하지 말고 어차피 쓱 닦고
버릴 휴지, 기왕 재생지로 만든 휴지를 사용해 환경을 살리자. 재생지 사용량이 많아지면
지금보다 가격은 더 낮아지는 효과도 함께 나타날 것이다. 나무에서 처음 나온 버진펄프보다
재생펄프가 더 친환경적이라는 사실도 염두에 두시길. 또 잘 읽지 않는 신문이나 잡지는
구독해지를 하고, 청구서는 가능한 이메일로 받자. 나 하나쯤이야 괜찮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대신 나 하나라도 정신으로 하나씩 실행해 간다면 세상은 분명히 바뀐다.  
내 손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것, 그거 기분 정말 좋은 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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