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2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대중음악보다 클래식에 좀 더 관심이 많다. 클래식이 더 격조 있어 보이거나 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고 그저 개인 취향이 그렇다. 오락프로보다 다큐멘터리를 더 좋아하듯이.
어려서는 클래식 음악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못 됐지만 여기저기서
(아마 만화영화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듣긴 했을 것이다.
클래식에 입문한 것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들은
생상스의 < 동물의 사육제 >를 통해서였을 것이다. 그 때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이라는
제목이 붙은 테이프를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이자 제1바이올린주자인 저자 조윤범.
팀의 리더이면서 편곡자, 칼럼 기고와 강좌, 웹 디자인, 출판 등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그가 쓴 이 책에 매우 큰 관심이 생겼다. 도대체 클래식을 어떻게
설명했기에 많은 독자들이 저자의 책에 열광적인 서평을 줄줄이 올렸는지 참 궁금했다. 

1권에 이어 출간된 2권에는 5악장으로 분류했다. 1악장에는 비발디, 헨델, 파가니니, 베버,
로시니가 2악장에는 베를리오즈, 쇼팽, 리스트, 바그너, 베르디, 브루크너가 3악장에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생상스, 엘가, 푸치니, 말러가 4악장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시벨리우스, 라흐마니노프, 코플랜드, 존 윌리엄스가 소개되었고 5악장에는 클래식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새롭고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는데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의
작품 중 하나이며 한국에서는 춘희(椿姬)로 알려진 라 트라비아타의 제목을 봄춘(春)자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방황하는 여인이라는 뜻의 라 트라비아타의 원작이 뒤마의 소설
동백꽃 아가씨이기 때문에 참죽나무 춘(椿)자 라는 것. 이런... 이러니 잘 알고 봐야
한다니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자도 역시 봄춘(春)자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하하;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었던 생상은 생상스로 표기해야 정확하다는 것. 

처음 읽기 전에는 조금은 자유로운 느낌의 클래식 이론서(서양음악사)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건 마치 이론서가 아니라 소설처럼 그냥 쑥쑥 읽히는 것이 오! 정말 대단했다.
집에 S대학교에서 출판된 대학음악이론이 있는데 사실 관심이 있어 보는 것이긴 하지만
‘이론서는 딱딱하다’라는 생각을 굳혀주는 책이라면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은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 이 음악은 이 사람에 의해 이렇게 탄생했구나.’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본래 가지고 있던 책은 음악이론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다면 이 책은 음악가에 중점을 둔 책이지만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고
클래식이 싫어진다면 그냥 책장을 덮으라고 말하지만. 이처럼 이 책이 쉽고
재미있었던 건 각 음악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된 사실도 있고 착착 감기는 듯
맛깔스러운 저자의 글 솜씨가 한몫 했으리라. 하여튼 이 책을 읽은 후 클래식이
더욱 재미있고 흥미로워졌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다음에는 저자가 음악이론도
기존 이론서보다 쉽고 재미있게 써서 출간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무척 기대된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음악 선생님은 유독 나를 예뻐하셨고(음악시간에 가장 열심히 해서)
어느 날 선생님은 시간이 없다고 하시며 대신 가라고 티켓 두 장을 주셨는데 바로
푸치니의 라 보엠이다. 어울리지 않는 정장까지 갖춰 입고 갔는데 음대생들이 공연한 것이어서
분위기는 비교적 자유로웠다. (정장을 갖춰 입고 온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얘기)
오페라를 처음 접했기 때문에 참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대학부 시절 섬기던 한 교회의 성가대에서 오라토리오 전곡을 몇 번 합창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 하이든의 천지창조, 멘델스존의 엘리아. 아직도 그 때 그 감동과 전율이
느껴진다. 그리고 앙상블에서는 플루트를 연주했는데 이것도 클래식을 좋아했던 이유이다.
용돈을 모아서 은빛이 반짝이는(물론 실버는 아니다. 하하) 악기를 두 손에 들었을 때
그 때의 감동이란! 클래식이 좋다고 했지 잘 한다고는 하지 않았으니 전공자만큼
훌륭한 연주를 할리는 만무하니 연주 잘하냐는 질문을 하지 말아주시길.
어쨌든 마지막 5장에서 저자가 클래식을 즐기기 위해 악기를 직접 연주해 보라는
대목이 있는데 미리 배워두길 잘했다. 그러고 보니 악기에서 손을 놓은 지 참 오래다.
낙이었던 클래식 음반을 구입하는 것도 언젠가부터 못했다. 저자가 소개한 음악을 모두
소장하고 있지는 않으니 이참에 하나씩 모아볼까? 장롱 깊이 넣어뒀던 악기도 다시 꺼내야겠다.
레슨을 받다가 멈추었던 바이올린도 다시 배워야겠다. 마음이 벌써부터 설렌다. 

슈투트가르트 챔버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보고 바로 그들이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
(현악으로만 이뤄져 매우 독특하다) 음반을 구입한 열정과 비탈리의 샤콘느를 들으며
비통함에 젖었던 그 감각이 다시 살아날까? 답은, 그럴 것이다. 클래식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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