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 - 톡톡 치면 팍팍 나오는 현장판 생각놀이
강우현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동화(同化)되고, 동화(同和)되어 동화(童話)를 쓰고 동화(童畵)를 그리며
동화(童畵)처럼 살아가는 동화세계를 남이섬에 만듭니다. (page 291)

상상망치. 제목이 재미있다.
붓과 카메라를 들고 장난기 가득한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서 있는 이는 누구인가?
생글거리는 표정으로 서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2년 전이었다. 남이섬을 찾은 것은.
들어갈 때부터 남다르다. 나미나라 공화국? 그리고 비자발급이라니? 
뭐 아무튼 좋다. 배에 몸을 싣고 약 10분정도를 달려 입국을 한다.
겨울연가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그 유명세를 알고 있었기에 사뭇 기대감도 있었다.
말 그대로 드라마 같은 우아한 장면들만 연출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뭐지? 재활용 물품이 가득한 섬이라니? 이건 무슨 의도일까?

제일은행의 옛 심볼인 엄지손가락 마크를 기억하는가?
서울랜드의 귀여운 거북이 캐릭터는 지금 봐도 정겹지 않은가? 모두 강우현의 작품이다.
남이섬의 CEO 강우현은 시골에서 태어나 할아버지로부터 천자문을 배우면서부터
붓글씨에 제법 소질이 있었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 소년이었다.
학과 성적이야 뛰어나지 않아도 남들과 다른 엉뚱한 상상과 행동을 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앞섰으니 그 때부터 시작되었나보다. 그의 상상나라는.

디자인(DESIGN)의 개념을 다시 쓰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디자인의 개념을 이렇게 재정리한다.
친환경의 틀에(Ecology), 과학을 담아(Science), 흥미롭고(Interest), 좋은 것을(Good),
새롭게(New) 진보시키는(Development) 기술이라고.
그러나 강우현은 이처럼 멋있는 말보다 간단하게 디자인을 실현한다.
말의 앞이나 뒤에 무조건 디자인이라는 말을 붙였다.
디자인 경영, 디자인 조경, 관광 디자인, 디자인 농업, 디자인 원예.
섬이라고 하는 디자인에 구도를 짜고 바람의 흐름을 살펴 나무를 재배치하는 일,
사람들의 마음을 남이섬으로 향하게 하는 일이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언어는 의미중심이지만, 디자인 언어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지라도
그것을 현실 속에서 가시화하여 보여준다.

2001년 봄 강우현은 남이섬 사장이 됐다. 동화작가,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생판 모르는 관광분야에 발을 들였으니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드라마로 인한 한류열풍을 시작으로 남이섬은 최고의 관광지라는 명성도 얻게 됐는데
강우현은 그 명성을 과감히 버리기로 한다. 남이섬은 남이섬으로 남겨두기로 한 것.
지금이야 명소가 되었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자금이 없었고, 불신이 팽배했으며
그럴 듯한 마스터플랜도 없었다. 그러나 굴하지 않았다. 
不가능에서 不을 떼어 가능으로 만든 것이다. 먼저 넘쳐나는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쓸애기로 만드는 발칙한 상상을 시작으로 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력을 이어 
지금의 남이섬을 만들어냈다. 뭔가 더했느냐고? 천만의 말씀!
남이섬을 원래 그대로 내버려 두었더니 죽어가던 남이섬이 살아났단다.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연신 끄덕이고, 때론 아하 그렇구나! 무릎도 쳐가면서
강우현의 상상의 세계 그리고 나미나라 공화국에 푹 빠져 버리고 말았다.
끼적거리던 나의 상상에 강펀치를 날려 볼까? 뭔가 그럴싸한 것이 나올 것 같은 예감.
그 나이에? 그 여건에? 장난하나? 라고 물을 사람이 있다면 나도 강우현처럼 답하겠다.
장난 좀 하면 어떠나? 

다시 한 번 남이섬을 찾아야겠다. 드라마속의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바람과 별과 물안개 태곳적 운치를 찾아서. 
그리고 그 안에서 공존하고 있는 나미나리안들의 행복한 발자취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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