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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힘을 주는 사람을 가졌는가 - 톨스토이 잠언집 ㅣ 톨스토이의 마지막 3부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경아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책을 들고 가만히 생각을 한다.
나의 마음에 힘을 주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세상에는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고 알아야 할 것들과
습득해야 할 지식이 참으로 많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정보와 지식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면
때때로 마음이 허허로워지는 것은 비단 내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이럴 때 간혹 손에 드는 것이 바로 에세이이다.
특히 톨스토이 에세이를 읽게 되는데 그가 하는 이야기는
물장구도 회오리도 없이 담담하게 흐르는 깊고 큰 강물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는 까닭이다.
톨스토이.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사상가이며 3대 문호로 일컬어지며
그리스도 사상에 의해 기독교의 소박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예언적인 현자였으며, 자기 책의 핵심을 형성해 주는
인생의 의미를 끊임없이 추구했다.
이 책에 실린 에세이들은 톨스토이가 동서양의 고전 10만여 권에서
철학자와 종교가, 작가 등으로부터 얻은 가르침에
톨스토이만의 명상과 사색들을 정리하여 담은 것인데
그 어떤 가르침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일컬었다고 한다.
담담하게 담아낸 글귀 하나하나에 인생의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
마치 숲 속의 산책길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한 가닥,
바람 한줄기, 영롱한 풀잎 위의 이슬을 만난 기분이랄까.
세찬 풍파 속에 지친 영혼의 갈급함을 채워주는 한 모금의 샘물일지도.
모 회사 휴대폰 광고의 문구가 떠오른다.
[새로운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생각될 땐 잠시 그 달리기를 멈추고
숨고르기를 한 후에 톨스토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한 걸음 한 걸음 그와 함께 산책하는 기분으로 톨스토이의
담담하지만 강한 힘이 들어있는 이야기를 하루에 하나씩 듣다보면
어느 새 일 년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 들게 될 것이다.
그의 가르침과 함께 세상의 많은 지혜를 함께 배울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때문에 이 책은 단 번에 읽어 내리기보다 하나하나 찬찬히 읽어가는 것도 좋겠다.
맑은 물을 한 모금씩 음미하듯, 건강에 좋은 양식을 천천히 곱씹듯이.
책장을 덮고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힘을 주는 사람인가.
이백 개가 넘는 에세이 중 가장 심금을 울렸던 것 하나를 소개한다.
인간과 겸손
물은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된다.
이처럼 겸양하기 때문에 물은 무엇보다도 강하다.
무릇 가장 쓸모 있고 강한 것은 이런 성질을 지녀야 한다. _노자
스스로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자기 자신이 쓸모없게 여겨진다.
여기에 현명한 사람이 되는 첫 번째 과정이 있다.
현명해지려면 겸손하라. 그것은 사람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_채닝
자기 자신을 높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딛고 선 자리가 위태롭다.
반대로 스스로를 낮추는 사람일수록 딛고 선 자리는 단단하다.
자기 자신의 힘을 알려고 노력하라. 그리고 그것을 작게 생각하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크게 생각하기를 두려워하라.